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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문화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절임배추'는 해남 화원농협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화원농협 김치공장에서 절임배추 가공 공정이 한창이다.
 김장문화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절임배추'는 해남 화원농협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화원농협 김치공장에서 절임배추 가공 공정이 한창이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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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이 시작됐다. '김장'은 지난 2013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문화다. 곳곳에서 열리는 '김장 나눔'은 대표적인 월동준비 행사가 된지 오래다.

김장은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지만, 만만치 않은 시간과 노동, 정성이 들어간다. 그 중에서도 배추를 씻고 다듬어 소금에 절이는 과정은 가장 번거롭고 고된 노동이 필요하다. 일반 가정에서 김장을 할 때 여러 집이 모여 공동으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장문화 변화 가져온 절임배추의 시초 '화원농협'

번거롭고 고된 김장문화에 변화가 시작된 건 1990년 대 중반이다. 전국의 수많은 주부들을 머리 무거운 김장 노동에서 자유롭게 해준 획기적인 일이 벌어졌다. 다듬어진 배추를 소금에 절여서 판매하는 이른바 '절임배추'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

지금은 일반화된 '절임배추'는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였다. 그 '절임배추'의 시초는 전남 해남 화원농협이다. 화원은 전국 최대 배추 주산지답게 배추 생산주기가 봄, 가을, 겨울 배추 등 가장 넓게 분포돼 있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소금에 절인 배추를 판매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처음에는 몇몇 부녀회원 등이 모여 가내수공업 형태로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소비자들에게도 '절임배추'는 낯설었다. 절임배추에 대한 개념마저 생소한 때여서 홍보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적정한 수준의 소금간을 맞추는 것도 어려워 상당한 물량의 배추를 버리기도 했다.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품질 규격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화원농협은 1995년 절임배추가공공장을 전국 최초로 준공했다. 예측은 적중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절임배추 주문은 폭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온라인 판매를 처음 시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2008년에는 김치가공공장을 신축했다. 제1공장과 2공장은 하루 평균 100여 톤의 절임류와 김치류 생산이 가능해져 연간 2만여 톤 가공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2009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정청의 HACCP인증을 획득하고, 2010년에는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을 시작하는 등 연매출 200억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룬다. 2012년에는 볶음김치와 소포장김치, 절임배추를 생산하는 2공장도 HACCP인증을 받았다.

전국최대의 김치가공 시스템을 갖춘 화원농협에서 가공 유통되는 절임배추는 지난해 기준 매년 1만여 톤 규모다. 판매규모는 10Kg Box 40만개 규모로 금액으로는 80~90억 원에 달한다. 가공 김치 판매액은 연 2백억 원 정도다.

전국의 롯데수퍼와 서울 강남지역과 전라권 이마트에서 화원농협 절임배추를 판매중이다. 서울양재, 고양, 성남 인천, 수원하나로 마트에도 화원농협 절임배추를 납품하고 있다. 화원농협이 직접 운영하는 이맑은김치 쇼핑몰(http://www.hwawon-nh.com)에서도 24일 기준으로 10킬로에 2만2천 원에 판매되고 있다.

화원농협 서정원 조합장은 "올해 절임배추 예상 판매물량은 250여톤이며, 하루 평균 600~700여건의 절임배추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농산물인 배추 가공 사업이 활성화되자 지역민 일자리 창출도 적쟎게 기여한다. 김치공장 등의 상시 고용인원은 70여 명에 달한다. 절임배추 주문이 밀리는 11월 부터 12월 사이에는 200여 명을 추가로 고용한다.

화원농협 서정원 조합장은 올해 취임한 뒤 전국 처음으로 농협에서 직접 배추농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화원농협 서정원 조합장은 올해 취임한 뒤 전국 처음으로 농협에서 직접 배추농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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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농협 절임배추 성공하자 대기업들도 뛰어들어

이 같은 화원농협의 배추 가공사업 성공에는 몇 가지 비결이 있다. 우선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이 꿰뚫어 본 것이 가장 크다. 보다 편리한 김장을 원하는 주부들의 고민을 덜어준 것이다.

다음으로 해남배추의 우수성이 있다. 화원농협 서정원 조합장은 "해남 배추는 해풍을 맞고 자라 달고 고소한 맛을 지니고 있다. 토양이 좋고 겨울까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기간이 짧아 비교적 늦게까지 수확이 가능해 절임배추 생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화원 농협만의 맛의 비결도 있다. 화원농협 절임배추는 1년 이상 묵혀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절인 후 지하 암반수로 4번 세척한다. 또 소비자가 바로 양념하여 김치를 담글 수 있어 편리하다. 부재료 선정기준 또한 엄격하다. 화원농협 김치공장(정장 정재경)은 "김치 양념 모든 재료는 우리 농산물만 골라 사용하고 있으며 인공 화학조미료(MSG)를 사용하지 않아 옛날 어머니 손맛 그대로 전라도 김치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원농협의 성공은 김장 시장 판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절임배추가 국내 김장 배추 시장의 49%(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집계)를 차지한다. 지난 10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김장 배추 선호도는 '신선배추'가 50.9%, '절임배추'가 49.1%로 조사됐다. 실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절임배추 시장 규모는 1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절임배추는 대형마트의 월동준비 필수 상품이 된지 오래다. 한발 더 나아가 대기업들은 직접 절임배추 가공, 판매에 뛰어들었다. 절임배추 시장에 뛰어든 기업은 대상FNF, 풀무원, 아워홈, 동원F&B 등이다.

"이번엔 전국 처음으로 농협이 직접 배추농사"

20여년 전 전국 처음으로 절임배추를 선보였던 화원농협은 또 하나의 모험을 시도 중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협에서 직접 배추농사를 짓고 있다. 면적은 약 15만 평에 달한다. 서정원 조합장은 "그동안 농협이 농민들의 실질 소득 창출 보다는 금융 등의 외적 성장에만 치중 해왔다"며 "앞으로는 농협이 농민과 함께 농사를 짓고 실질적인 농가소득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화원농협은 전국의 거의 모든 고랭지 배추 주산지를 둘러봤다. 배추재배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매일 화원지역 배추재배 지역의 온도를 측정하고 배추 생육상태를 관찰해 기록하는 등 체계적인 생산관리 기록도 축적했다. 이 기록은 한권의 책으로 엮어 배추생산을 시스템화 하는 게 목표다. 농협에서 모종관리부터 재배, 생산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농가는 농협에서 배포하는 종자를 가져가서 심는 것 까지만 하면 된다.

서정원 조합장은 "농협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 생산관리, 품질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 조합장은 "효율적인 영농자재와 생산량 관리로 생산비를 절감하고  소비자선호도에 맞춘 고품질 배추 생산이 가능해져 농민 소득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원농협은 농민과의 계약재배도 계속 늘려갈 계획이 있다. 올해는 10만평 규모지만, 내년에는 20만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화원농협은 절임배추 가공을 위해 부족한 배추를 강원도에서 구입해왔지만, 전량 조합원들이 생산한 배추로 대체할 계획이다.

"생김치 중국수출 어렵자, 볶음김치로 활로"

화원농협의 시선은 지금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특히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중이다. 이는 중국산 김치가 국내소비 30%를 차지하고, 국내 김치 소비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실제 화원농협은 이미 독일 등 유럽과 일본, 미국 등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 수출 또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추진 중이다. 그동안 한국 김치업체들은 중국의 위생기준 때문에 김치수출을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원농협에서는 중국 위생기준을 피해가는 '볶음김치'를 수출하기 위한 통관절차를 이미 진행중이다.

여기에 지난 10월 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산 김치 수출이 논의되면서 내년 9월 이후부터는  생김치의 중국 수출길도 활짝 열릴 전망이다.

서정원 조합장은 "지역과 농협 입장에서 보면 호기"라고 강조했다. 서 조합장은 "화원농협의 이맑은 김치는 농민들과 농협의 가장 이상적인 경제 협력모델"이라며 "단순한 1차 농수산물 생산을 뛰어넘어 가공과 유통, 판매까지 아우르는 농민·농협 경제공동체를 지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원농협 김치공장에서는 30여가지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화원농협 김치공장에서는 30여가지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 화원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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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에서 매년 절임배추 500억원 판매
화원을 비롯한 전남 해남군은 배추와 절임배추 주산지다. 비교적 따뜻한 기온으로 겨울까지도 수확이 가능하다. 해남산 배추는 아삭한 식감으로 인해 절임배추로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25일 해남군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해남군은 가을배추 재배면적 1648ha중 33%정도인 540ha 32900톤의 절임배추가 생산·판매, 5백억 원 규모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해남군 온라인 쇼핑몰 해남미소에도 하루 평균 주문이 1000여건에 달한다고 한다.

올해에는 개별농가와 중소절임업체 등 1,000여 곳에서 3400여톤의 절임배추를 생산, 510여억 원의 소득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생배추 가격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가격이 보장되기 때문에 농가소득 향상에도 톡톡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해남배추는 중부지방의 작기가 짧은 배추에 비해 70~90일을 충분히 키워내면서 쉽게 물러지지 않고, 황토땅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맛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화원농협은 매일 기후와 배추 생육상태를 기록해 체계적인 생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화원농협은 매일 기후와 배추 생육상태를 기록해 체계적인 생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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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농협 김치공장에서 가공김치를 생산하는 공정.
 화원농협 김치공장에서 가공김치를 생산하는 공정.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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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화원농협, #절임배추, #서정원조합장, #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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