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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오사카 국제교류센터에서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 행사가 진행되었다.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오사카 국제교류센터에서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 행사가 진행되었다.
ⓒ 오사카 실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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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오사카 국제교류센터 3층 행사장에서 '어린이 몸그림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오사카에 살고 있는 어린이 친구들이 초대되었고 그 어린이들의 몸그림 작업을 돕기 위하여 한국 의정부에서 건너온 중학생, 코리아국제학교의 중학생들이 함께 했다. '몸그림' 이란 큰 종이에 모델이 될 아이가 누우면 그 아이의 신체 크기대로 외곽선을 그리고 그 안을 아이들의 상상력을 덧붙여 채색을 하여 완성하는 전신크기의 그림이다.

올해의 주제는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이 그림전을 주최하고 있는 오사카 실행위원회 측은 이번 주제 선정과 관련하여 "그림 속에서 서로의 생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동아시아에 함께 살아가는 존재, 즉 '친구'가 지금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할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4개의 조로 나누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종이 한 장을 놓고 일본아이, 재일동포아이, 한국의 아이들이 마주 앉았다. 다소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이 되었지만 몸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의사소통의 불편함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서로의 눈빛과 손짓을 보며 작업을 이어갔고 서로 다른 언어가 주는 빈 공간은 미소와 웃음이 채워버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은 일본 전국의 순회 전시를 거쳐 바다를 건너 한국을 지나 북한까지 가게 될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해 그림을 마주하고 있을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서 친구라고 여기게 될 상상을 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몸그림 워크숍에서 한국, 재일동포, 일본의 아이들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이란 주제로 몸그림을 만들고 있다.
 몸그림 워크숍에서 한국, 재일동포, 일본의 아이들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이란 주제로 몸그림을 만들고 있다.
ⓒ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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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이번 그림전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한 '작은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일본 대학생이 사회를 보았다. 사회자의 노래로 콘서트의 분위기는 훨씬 포근해졌다. 이어서 한국 의정부에서 참가한 세 명의 중학생들이 준비한 노래를 불렀다. 첫 번째 곡은 '밥상'이었다.

한국의 밥, 국, 나물, 김치를 소재로 한 곡이다. 두 번째 곡은 '우리를 보시라' 이었다. 재일동포들이 민족학교를 만들어가며 느꼈던 자부심을 표현한 노래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일본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했을텐데도 힘차게 같이 박수쳐주는 모습이 매우 고마웠다. 뒤 이어 재일동포 출신의 가수가 노래를 불렀다. '아리랑', '고향의 봄'. 일본땅에서 듣는 '아리랑', '고향의 봄'은 우리의 민족적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가수의 목소리가 더 애절하게 들렸다. 일본땅에서 갖은 차별과 모욕을 견뎌내며 수십여년을 버텨온 재일동포로서 바다건너 조국을 애타게 그리는 향수는 아마도 세대를 넘어 전이되었을 것이다. 오후 세시, 환한 조명이 감정이 무르익는 것을 방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같은 생각,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 행사에 참여한 한국의 중학생들이 작은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 행사에 참여한 한국의 중학생들이 작은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오사카 실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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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중학생들이 생각하는 남북코리아의 평화와 통일', '오사카 그림전 5년의 이야기', '일본에서 다문화로 살아간다는 것'의 주제로 세가지 섹션의 이야기마당이 진행되었다. 모든 주제가 재일동포들의 삶의 흔적들이 묻어나는 것 들이었다.

'중학생들이 생각하는 남북코리아의 평화와 통일' 마당에는 일본 중학교 친구들과 한국의 중학교 친구들 그리고 코리아국제학교 학생들이 둘러 앉아 진행되었다. 재일동포 청년들의 진행과 통역속에서 중학생들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 중학생들이 둘러 앉은 자리에 한반도와 일본의 땅이 투영되는 듯 했다. 아이들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듯 했다.

아이들은 평화에 대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이야기했다. 사용하는 언어는 달랐지만 이 아이들이 원하는 평화가 소박하게 서로 닮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족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것' 등이었다. 동북아를 둘러싼 불편한 정치적 감정들이 아직 아이들에게는 자리잡히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사회에서 소수자로 살고 있는, 우리의 상황으로 이야기 한다면 다문화가정으로 살고 있는 재일동포 친구가 이야기를 꺼냈다.

비록 통역을 통해 들었지만 그 아이의 감정은 표정을 통해서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 있었다. 한인들이 밀집하여 살고 있는 오사카 쯔루하시에서 재일동포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일본 극우단체의 시위가 있었고 그러한 행동이 우리를 평화롭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러한 행위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의 동포들이, 심지어 어린아이들 조차 우리와 같은 피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불편하고 두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본국인 한국에서는 그에 대해서 어떠한 도움을 주고 있지 않는다는 부끄러움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평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아이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동네를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평화는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행사장을 나왔다. 서로 교류했던 중학생들은 헤어짐을 달래며 서로 부둥켜 안아주었고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공항으로 가는 차를 타는 순간까지 많은 분들이 인사를 해주었다. 그 순간 한 가지 잊고 있었던 것이 다시 생각났다. 이 행사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본인들이 함께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재일동포를 비롯한 일본사회의 소수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본인이 많이 있다는 것을 우리 역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태그:#남북코리아, #일본의 친구, #그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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