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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불법 다단계·유사 수신이 또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올 초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김아무개(64·여)씨는 지인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종잣돈 몇십만 원만 투자하면 주 3∼5회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6∼8개월 동안 지급하는 방식으로 30∼40%의 수익을 올리게 해 준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조희팔이 벌인 다단계 사건과 흡사한 방식이다.

김씨는 지인이 추천한 A업체에 52만 원을 주고 2개의 계좌를 구입했다. 수익금이 조금씩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또 다른 B업체에 추가로 500만 원을 투자했다. 이후 두 업체를 통해 알게 된 투자자들의 권유로 이번엔 C업체에 한 묶음에 147만 원 하는 건강식품 441만 원 상당을 구입했다. 수익금 지급 방식은 앞선 두 업체와 같았다.

그는 뒤늦게 자신과 같은 수법으로 주변에서 100명 넘게 이들 세 업체에 투자한 것을 알았다고 했다.

원금만이라도 돌려달라고 하자 잠적

이들 업체는 김씨에게 1∼2개월 동안은 수익금을 제대로 입금해 주고, 재투자와 함께 다른 투자자 모집을 강요했다. 재투자를 하지 않거나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할 경우 수익금을 주지 않겠다고 엄포까지 놨다. 결국 김씨는 수익금을 포기하겠으니 원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이미 업체들은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실제 인천남부경찰서는 지난 23일 유사수신법 위반으로 김씨가 투자한 A업체 인천센터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현재 A업체에서 피해를 입은 인원만 수천 명, 금액도 수십억 원 규모로 보고 있다. 조만간 B·C업체도 압수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규모 불법 다단계·유사 수신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김미현 바른가정경제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경제가 어렵자 다단계 업자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며 "메뚜기떼처럼 투자자를 모아 돈만 뜯어낸 뒤 잠적하는 수법이 조희팔과 같다"고 했다.

그는 또 "김씨처럼 은밀하게 지인을 통해 좋은 투자처라고 소개하고 현실적인 금리를 제시하기 때문에 아이들 학비 내야지, 학자금 갚아야지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도 "다단계 피해자 대부분이 사기인 줄 모르고 잘 돌아가는 회사가 망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내 접수된 다단계 피해사례는 많지 않지만, 다단계·유사 수신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사법당국과 공조하고 있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호일보(www.kihoilbo.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쓴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인천경찰청, #다단계유사수신, #조희팔, #강태용,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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