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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빙으로 지친 그날 저녁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니 내 눈앞에는 정말이지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그림으로 그린 집들과 드높게 솟은 산, 그리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깨끗한 하늘까지.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하염없이 그 풍경만 바라봤다.

'괜히 리버뷰 숙소를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혼자 생각하며 라오스 여행이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10월 말, 갑자기 추워졌던 한국의 날씨와는 다르게 더 높아지고, 더 건조해지고, 더 더워지는 라오스의 날씨를 온 몸으로 맞으며 한참을 베란다에서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을 눈으로 담았다.

최대한 풍경들을 눈으로 담고 친구를 깨워 서둘러 하루 일정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오늘은 드디어 옥빛의 물과 예쁜 숲으로 둘러싸인 요정이 살 것만 같은 블루라군을 가는 날이었다.

라오스에서 바가지 쓰지 않으려면...

아침에 일어나 우리가 할 일은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버스 예약, 카약킹 예약 및 블루라군으로 가는 툭툭을 찾는 일이었다. 방비엥에는 수많은 버스 예약, 관광투어 상점이 있으니 어디든 들어가서 하면 되지만, 잘못 들어가거나 돌아보지 않으면 바가지 쓰는 것도 부지기수이다.

시간적 여유를 위해 예약을 할 거라면 조금 일찍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라오스는 해가 일찍 지고 해가 빨리 떠서 그런지 사람들이 모두 일찍 생활을 하여 오전 6시에도 우리나라 8시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 라오스 여행에서는 부지런한 여행객 모드로 다니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우린 가까이 보이는 버스 예약하는 곳에 가서 루앙프라방 버스를 예약했다. 슬리핑 버스, 미니 버스 등 많이 있지만 우린 안전하고 빠르게 가기 위해 다음 날 아침 9시에 출발하는 미니 버스를 예약을 하고 16만 낍(한화 약 2만원)을 지불했다. 많은 사람들이 루앙프라방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슬리핑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약 10시간 정도 이동을 하고 누워서 가는 형식의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오히려 밤에 움직이다 보니 더 위험할 수도 있고 버스 자체의 결함으로 아는 지인은 자다가 버스를 갈아타기까지 하며 더 불편한 이동을 했다고 했다.

좋은 숙소까지 잡았으니 잠은 편하게 자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다른 버스를 알아보자고 했던 우린 미니 버스가 5시간 정도의 시간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그것을 선택했다. 게다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저렴해서 기뻐하며 이제 카약킹과 블루라군 툭툭 예약을 하러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많은 관광투어점에서 우리가 원하는 블루라군과 카약킹만을 하는 투어 코스는 없었고 동굴 튜빙까지 전부 포함한 코스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귀찮기도 했고 시간도 괜히 소비하는 것 같았지만 어차피 따로따로 알아보는 것보단 편하고 점심도 주는 코스였기에 그냥 투어로 편하게 다니자는 결정을 하고 가격을 알아보니 1인당 22만 낍에서 14만 낍까지 금액 차이가 상당히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직접 알아보고 부지런히 다니면 훨씬 금액을 아낄 수가 있어 우린 흥정 끝에 1인당 13만 낍(한화 약 1만 4000원)에 투어 예약을 마쳤다. 9시에 함께 출발한다는 소리에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첫 번째 목적지인 동굴 튜빙으로 향했다.

툭툭에서 내린 후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 동굴튜빙하러 가는 길 툭툭에서 내린 후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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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한국 사람들

라오스에는 한국인이 정말 많다. <꽃보다 청춘>을 보며 모두 "꽃보다 청춘!"을 외치는 20대부터 한가롭게 물놀이 하시고 구경다니시는 50, 60대 어르신들까지 라오스 여행을 하다보면 다양한 나이대의 한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급박하게 예약하고 올라탄 툭툭에는 모두가 외국인이었고 우리만 한국 사람이어서 둘이서 이래저래 이야기를 하며 오는데 가이드를 해준 라오스 현지인과 간단히 몇 마디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가 한국인이고 그 라오스 청년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니 갑자기 "누나, 누나! 남동생, 남동생!"이라고 말하길래 친구와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그러자 수줍어하던 청년도 웃으며 금세 친해졌다. 카약킹 코스까지 우릴 안전하게 가이드해주고 같이 사진도 찍고 악수도 하며 더욱 기억에 남는 방비엥 코스 투어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국사람들이 라오스를 얼마나 오염시키고 있는 것일까, 한국인들의 막무가내 근성과 급한 성격이 라오스 여행지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유명한 관광지에 있는 라오스 현지인들은 호객행위 때도 한국말을 서슴없이 했었고 1년 사이에 라오스에는 한국어 간판도 엄청나게 생겼다. 관광 투어소에서도 <꽃보다 청춘>을 틀어놓으며 많은 한국인들을 맞이했고 나도 직접 가보니 방비엥에는 어마어마한 한국인들이 이곳 저곳을 활보하고 다니고 있었다.

어느 여행지든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오겠지만 정말 '점령'이라는 단어가 걸맞을 정도로 많은 한국 사람들이 방문하는 라오스가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라오스도 점차 상업화되며 한국 사람들을 관광객이 아닌 지나가는 '돈'으로 보는 것 같은 그들의 눈빛에 괜한 씁쓸함마저 느꼈다.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도 눈이 휘둥그레지고 우리나라에선 느낄 수 없는 자연환경과 아름다움에 나는 왜 라오스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를 더욱 절감하고 있었다.

함께가는 여행객들과 현지 가이드와 함께 먼짓길을 달리고 있다.
▲ 동굴 튜빙하러 가는 길 함께가는 여행객들과 현지 가이드와 함께 먼짓길을 달리고 있다.
ⓒ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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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 경관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

동굴 튜빙은 자연히 만들어진 동굴 내에 튜브를 타고 들어가 안에 만들어 놓은 밧줄을 잡으며 동굴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코스이다. 별 다를 것도 없고 동굴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던 것 같은데 라오스식 영어라 제대로 알아 듣긴 힘들어 그냥 사람들 따라 밧줄을 타고 나오기만 했다.

동굴 튜빙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인데 힘들기만하다는 사람들도 이해가 됐다. (밧줄을 계속 직접 끌고 튜브를 움직여야 한다) 사람이 들어가기도 좁아보이는 동굴을 관광 명소로 만들 생각을 하니 신기하기도 한 코스였다. 작은 자연의 공간도 즐거운 물놀이 명소가 될 수 있다는 건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작은 깨달음도 얻으며 제공되는 점심을 먹었다.

라오스는 베트남, 태국 사이에 있는 곳이라 바게트 빵이 굉장히 맛있고 유명하다. 많은 곳에서 바게트 빵이 제공되고 점심도 바게트 빵에 볶음밥이 나와 단촐했지만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외국인들은 금방 어울려 말도 하곤 했지만 한국 사람들은 그냥 지인들끼리 밥 먹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구경하기 바빴다. 여행지에 오면 국가별 사람들의 모습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아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역시 쏠쏠하다.

하루종일 고생해준 툭툭이의 모습
▲ 카약을 싣고 움직이는 툭툭이 하루종일 고생해준 툭툭이의 모습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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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에 꼬치에 바게트빵과 바나나. 이 정도면 만찬!
▲ 동굴튜빙 후 점심 볶음밥에 꼬치에 바게트빵과 바나나. 이 정도면 만찬!
ⓒ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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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간은 카약킹. 볕이 강해지는 시간이었음에도 카약킹을 하기에는 더 없이 좋았다. 카약킹은 쏭강의 물살을 카약을 타고 내려가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춘천 물레길에도 있는 간단한 코스이지만 물살이 거세지며 카약이 뒤집어질 수도 있어 좀 더 스릴있는 카약이다.

여러 설명을 해주고 여자끼리만 같이 타는 카약에는 가이드가 뒤에서 조정을 해주어 우린 동굴투어를 하며 친해진 암과 함께 카약킹을 체험했다. 물살이 빠른 곳에서는 적당한 노 젓기를 통해 안전하게 물살을 타면서도 노로 물장난을 치며 사람들과 함께 카약킹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물살을 거스르거나 하지 않고, 그 물살과 자연스럽게 흐르며 노를 젓고 자연을 즐기는 와중에 강 중심에서 바라보는 방비엥의 전경도 내 눈에 그대로 담아올 수 있었다.

신선이 된 느낌이다
▲ 카약킹의 모습 신선이 된 느낌이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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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의 젊은 청년인 암 덕분에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다!
▲ 현지인 가이드 22살의 젊은 청년인 암 덕분에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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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 살 것만 같은 블루라군

약 30분간의 카약킹을 마치고 툭툭을 타고 우린 아쉽게 친해졌던 가이드 암과 악수를 하며 이별을 했다. 어디든 좋은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여행의 재미가 배가 된다는 것을 느끼며 툭툭을 타고도 약 40분~1시간 정도 걸리는 블루라군으로 이동하였다.

긴 시간 이동에 벌써 두 개의 코스를 하고 나니 지쳐서 친구와 말도 안 하고 멍하게 있다가 차가 몰려 있고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벌써 도착한 블루 라군. 블루라군의 정식 명칭은 탐푸캄이지만 푸른 석호라는 뜻의 블루라군이라는 말로 관광객들에게는 더 유명하다. 현지인들은 블루라군이라고 하면 어딘지 잘 모르는 일도 많았지만 요즘은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현지인들도 블루라군이라 해도 다 알아 듣는다고 한다.

입장료까지 내고 막상 도착해보니 생각했던 블루라군의 전경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굉장히 깊은 숲 속에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여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작은 계곡이었고 천연 수영장 정도의 느낌이어서 작은 규모에 놀라긴 했지만 블로그로 보았던 에메랄드빛 물 색깔과 많은 여행객들의 다이빙, 한가롭게 떠다니며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강원도 계곡 같은 느낌도 준다는 말에 걱정을 하며 갔지만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계곡의 물색깔과 나무와 풀이 만들어주는 천연 다이빙장에 그네놀이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반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다이빙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응원을 해주기도 하고 구명조끼 입고 물에서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한쪽에선 맥주, 음료수 한 잔에 잠시 쉬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저마다의 모습으로 블루 라군을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우리 또한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다이빙도 하고 수영도 하고 온몸으로 블루 라군을 느끼고 올 수 있었다.

에메랄드빛이 선명하다.
▲ 드디어 블루라군 에메랄드빛이 선명하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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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과 높은 곳의 다이빙대가 있다.
▲ 다이빙을 위해 줄 서 있는 여행객들 낮은 곳과 높은 곳의 다이빙대가 있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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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 방비엥

라오스로 온 지 벌써 3일 째였으나 제대로 라오스를 느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매번 이동만 하며 하루를 보내기만 했다가 현지인들과 대화도 나눠보고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여행객들을 만나고 같은 투어를 한다는 이유로 장난을 치고 얼굴을 익힌 날은 이날이 처음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블루라군의 일정까지 마치고 툭툭을 타고 돌아오는 길. 취업, 재정적 압박 등 여러 짐을 안고 출발한 라오스 여행이었지만 지금 온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말 젊은 나이 20대. 한국에서의 20대는 자꾸만 살기 팍팍해지고 무엇하나 쉽게 되는 일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절망만이 더 앞서서 다시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라오스에서의 20대, 라오스에서의 내 모습은 꾸밈없고 온 몸으로 동남아를 즐기고 있었으며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고 하는 순간의 모습이 다 예쁘게 느껴지고 생동감있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그러한 생동감과 활기.

물론 여행지이고 정말 '즐기러' 온 것이 분명했기에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겠지만 20대에 라오스를 여행했다는 건 내 인생에서 꽤 기억에 오래 남을 일인 것은 분명했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다이빙은 생각도 안 해봤던 내가 낮은 높이였지만 무언갈 도전해볼 수 있었고 내가 지나왔던 라오스의 곳곳은 항상 젊은 내 모습을 가지고 도전하고 새롭게 경험하고 겪어볼 수 있었던 장소들이었다. 한창 예쁘고 에너지 넘치는 20대의 모습으로 라오스를 방문하고 라오스에서의 내 모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라오스 여행에서 내가 얻어온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물가가 저렴하고 추운 겨울일 때 따뜻한 동남아로 가는 여행이 아닌 내 젊음과 지금의 가장 에너지 넘치는 나 자신을 데리고 가는 라오스 여행은 언제나 강력 추천이라 말하고 싶다. 꼭 20대가 아니더라도 오늘의 '나'가 앞으로의 내 모습 중 가장 어리고 예쁜 모습이니 언제든 떠나는 것은 옳은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방비엥에서의 하루였다. 


태그:#라오스여행, #방비엥, #동굴튜빙, #카약킹, #블루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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