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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연의 자연밥상은 상차림에 푸르른 자연과 아곡 선생의 청백리정신을 담아냈다.
 청자연의 자연밥상은 상차림에 푸르른 자연과 아곡 선생의 청백리정신을 담아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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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내가 좋아하는 밥상이다. 하지만 나의 눈을 지그시 감게 한 것은 자연에서 온 자연밥상이다. 좋은 음식을 먹다보면 식재료 본연의 자연스러운 맛에 매료되어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된다.

번잡한 도심과는 달리 세월도 멈춰선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자연밥상으로 이름난 청자연은 황룡면 필암리 구석마을 한가운데 있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마을길을 걸어간다. 정겨운 돌담길을 돌아서니 유럽풍의 지중해식 건축물이 자태를 뽐낸다. 이 멋진 건물은 박금숙(48)씨 부부가 4개월여에 걸쳐 직접 지었다.

 정겨운 돌담길을 돌아서니 유럽풍의 지중해식 건축물이 자태를 뽐낸다.
 정겨운 돌담길을 돌아서니 유럽풍의 지중해식 건축물이 자태를 뽐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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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풍의 지중해식 건축물인 이 멋진 건물은 박금숙씨 부부가 4개월여에 걸쳐 직접 지었다.
 유럽풍의 지중해식 건축물인 이 멋진 건물은 박금숙씨 부부가 4개월여에 걸쳐 직접 지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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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이웃들이 재배한 푸성귀와 농산물로 차려낸 밥상

건강한 자연밥상을 선보이는 한정식집이다. 점심 식사만 가능하다. 저녁 끼니까지 챙기려면 아무래도 몸이 지쳐 즐거움도 덜하고 음식에 대한 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밥상에는 시골마을 사람들이 재배한 푸성귀와 농산물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저녁까지 밥상을 차려내면 지쳐서 일을 즐겁게 못해요 그래서 오후 3시면 마감해요. 동네 분들이 채소 같은 농산물을 갖다 줘요. 그분들이 농사지은 걸 구입해서 식재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팔아주기도 해요. 동네 분들과 어울려 즐겁게 살아요."

청백리와 자연의 합성어인 청자연은 장성 출신인 조선 최고의 청백리 아곡 박수량 선생(1491~1554)의 청백리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자연밥상에 푸르른 자연과 아곡 선생의 청백리정신을 담아낸 것이다. 선생의 묘소 앞에는 아무 글씨도 새기지 않은 백비가 세워져 있다.

식당 내부의 벽면에는 갖가지 작품으로 자연을 표현했다.
 식당 내부의 벽면에는 갖가지 작품으로 자연을 표현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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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내부의 모습이다. 벽면에는 갖가지 작품으로 자연을 표현했다. 이들 작품의 소재는 폐차장과 고물상에서 가져왔다. 소 한 마리, 잠자리, 나비, 사람, 바람과 물고기 등 대자연이 벽면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천정 조명은 꽃을 표현했다.

뒷면은 마름모꼴과 사각형 네모 등으로 기하학적인 표현을 했다. 출입문에는 레일을 설치 여닫게 함으로써 연결과 움직임이 가능케 했다. 세상사가 한데 어우러져 어울렁더울렁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우리네 음식... 청자연의 자연밥상

음식에 사용하는 식재료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음식에 사용하는 식재료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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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연의 자연밥상이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우리네 음식이다. 구석마을에서 농사지은 농산물과 신토불이 우리네 먹거리로 상을 차려냈다. 먼저 늙은 호박죽으로 속을 달래본다. 소박하면서도 정성이 깃든 음식 하나하나가 다 눈길을 붙든다. 잠시 젓가락을 든 손길이 어디로 향할지 몰라 망설였다.

4색 나물은 호박잎을 데친 호박잎나물, 고사리나물, 죽순나물, 애호박나물로 구성되었다. 호박잎을 데쳐 호박잎쌈에 양념장을 끼얹어 먹는 게 고작이었는데 호박잎을 나물로 먹으니 또 다른 별미로 다가온다. 이렇듯 식재료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나물요리는 남도의 맛과 자연이 한데 잘 어우러졌다.

4색 나물은 호박잎을 데친 호박잎나물, 고사리나물, 죽순나물, 애호박나물로 구성되었다.
 4색 나물은 호박잎을 데친 호박잎나물, 고사리나물, 죽순나물, 애호박나물로 구성되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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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비에 이어 표고버섯 강정과 김부각 콩고기 등 입맛 부추기는 자연 음식들이 가득하다.
 떡갈비에 이어 표고버섯 강정과 김부각 콩고기 등 입맛 부추기는 자연 음식들이 가득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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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비에 이어 표고버섯 강정과 김부각 콩고기 등 입맛 부추기는 자연 음식들이 가득하다. 김치전과 호박전도 있다. 도톰한 비트를 이용한 꽁치조림은 민물새우를 넣어 조렸다. 밥은 잡곡밥을, 물은 보리차와 옥수수를 넣어 구수함을 더한 숭늉이다.

"저희 집은 흰밥을 하지 않습니다. 항상 잡곡밥을 내놓습니다. 오시는 손님들이 잡곡밥을 꼭 드셨으면 해요."

야생 그대로인 쌈채와 치커리 토마토 적채 양상추 콜라비 등으로 만든 샐러드는 사과소스를 뿌려내 은근한 새콤함에 고급진 맛이다. 늙은 호박으로 끓여낸 호박된장찌개를 먹을 땐 호박을 스푼으로 으깨먹어야 호박 특유의 풍미가 더해진다. 모든 음식에 사용하는 식재료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더불어 껍질에 듬뿍 든 영양소도 함께 챙길 수 있으니 참 바람직한 일이다.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해 12시까지 주문을 받고 오후 3시면 문을 닫아요. 하루 50~60인분의 음식을 준비합니다."

문득 고향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거나 자연밥상이 생각날 때면 한번쯤 찾아가볼 만한 곳이다. 맛돌이는 5년 전 이집 가정식에서 최고의 밥상을 경험해봤다. 그때의 그 맛이 아련하게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어 이번에 다시 찾았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풋풋하고 싱그러운 쌈채는 떡갈비나 잡곱밥과 함께 쌈을 하면 좋다.
 풋풋하고 싱그러운 쌈채는 떡갈비나 잡곱밥과 함께 쌈을 하면 좋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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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자연, #청백리 자연밥상, #전남 장성, #가정식 , #아곡 박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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