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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내항 개방과 재개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각했다. 사단법인 인천항미래희망연대는 지난 18일 오후 내항 8부두 전면개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동인천역부터 인천항 제8문 앞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인천항미래희망연대는 "해양수산부와 인천해양수산청은 '8부두의 3분의 1만 올해 말 개방'할거라며 기다리라고 한다. 8부두를 개방하겠다는 해수부가 항만업계의 요구에 따라 8부두에 화물차 회주도로를 설치해 8부두를 중고자동차 전용부두 등으로 계속 사용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40년간 비산먼지와 소음, 교통공해로 고생했다. 더구나 지역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1부두) 국제여객터미널을 송도로 이전하면서, 1·8부두를 비워놓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개발에 편승해 부각한 '내항 재개발'

인천항은 위로부터 경인항, 북항, 내항, 남항, 신항으로 구성 돼 있다. 이 중 제일 먼저 개장한 내항은 아시아 최대 정온수역으로 국내 최초 컨테이너부두가 들어섰고, 아시아 최대 곡물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밀가루와 설탕, 사료 등의 원료와 부원료가 대부분 인천항으로 들어온다.
▲ 인천 내항 인천항은 위로부터 경인항, 북항, 내항, 남항, 신항으로 구성 돼 있다. 이 중 제일 먼저 개장한 내항은 아시아 최대 정온수역으로 국내 최초 컨테이너부두가 들어섰고, 아시아 최대 곡물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밀가루와 설탕, 사료 등의 원료와 부원료가 대부분 인천항으로 들어온다.
ⓒ 사진출처 인천항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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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항 1·8부두 개방이 처음부터 재개발과 연결된 것은 아니다. 내항 개방 민원은 내항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의 원인을 제거해달라는 민원에서 출발했다. 이 같은 민원은 당시 부동산 개발 분위기에 편승한 재개발사업으로 확장됐다. 2007년 한광원 전 국회의원은 7만 3000여 명의 서명을 바탕으로 그해 11월 내항 재개발사업 추진을 국회에 청원했다.

이 청원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항 재개발사업 추진은 탄력을 받아 궤도에 올랐다. 동시에 당시 국토해양부와 인천시는 북항과 남항, 신항 건설계획에 따라 항만별 기능 재배치 계획을 수립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내항 전체를 개발하겠다고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논란 끝에 재개발 대상이 내항 1·8부두로 한정됐고, 국토해양부가 2012년 4월 '제1차 항만 재개발 기본계획 수정계획'을 고시하면서 1·8부두(=27만 5322㎡) 재개발 계획이 정부 계획에 최초로 반영됐다. 국토해양부는 '항만 종사자 고용 보장과 부두 기능 재배치'를 선결과제로 한 개발방향을 제시했다.

인천항미래희망연대의 주장과 달리 인천항만공사는 소음과 미세먼지의 원인이었던 내항의 고철부두와 목재부두 기능을 북항으로 이미 이전했다. 2007년부터 내항에 고철 스크랩이 들어오지 않는다. 또한 2013년 7월부턴 목재마저 내항에서 사라졌다.

민원 발생의 원인이 된 화물은 사라졌지만, 내항 재개발 논란은 지속됐다. 그러자 인천시는 2013년 5월 '항만 종사자 고용 보장과 부두 기능 재배치'라는 선결과제를 해양수산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이 선결과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천지방해양항만청장(현 인천해양수산청장)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기로 했고, 우선 2015년 6월까지 내항 8부두 항만 기능을 폐쇄하고, 시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내항 재개발 사업자 공모가 안 되는 이유

해양수산부가 올해 3월 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계획을 고시한 뒤, 민간 사업시행자를 모집했다. 인천항만공사가 부두에 기반시설을 조성하면, 민간사업자가 해당 부지에 수익시설을 지어 운영하고 인천항만공사에 임차료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천항만공사가 약 300억 원을 투자해 기반시설 갖추고, 민간사업자가 100여억 원을 들여 시설공사를 한다. 민간사업자는 컨벤션과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을 지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업시행자 공모에 앞서 연간 임대수익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고, 부지 임대에 의한 자금 조달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공모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는 없었다.

임대수익이 높아지려면 1·8부두의 공시지가가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공시지가가 상승한 만큼 임대료도 올라 민간사업자의 부담이 커진다. 게다가 상업시설(34.3%)이 공공시설(65.7%)에 비해 규모가 작아 사업성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해양수산부가 개발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1·8부두 전체를 민간사업자가 상업시설로 개발하게 하거나, 반대로 전액 국비를 반영해 일본 요코하마항처럼 친수공원으로 조성하면 된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신포시장과 신흥시장 등, 주변지역 상권을 잠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부도 상업시설을 34.3%로 제한했던 것이다. 반면 전액 국비로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은 논의조차 안 됐다.

내항 전면개방 요구에 '1부두 개방' 사라져

인천 내항 8부두 일부 전경이다. 수출용 중고차가 선석에 대기 중이다.
▲ 내항 8부두 전경 인천 내항 8부두 일부 전경이다. 수출용 중고차가 선석에 대기 중이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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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개발계획에 맞춰 지난 6월 30일 내항 8부두 선석 4개 중 2개와 배후 야적장을 폐쇄했다. 8부두 운영회사 동부는 북항으로 이전했다.

1·8부두 개방 선결과제인 '대체 부두 마련과 항만노동자 고용승계'는 일부만 해결됐다. 8부두의 나머지 선석 2개와 야적장은 대체 선석과 야적장을 마련하지 못했다. 1부두의 경우 현재 제2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하고 있고, 야적장은 카페리가 화물 야적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개방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다.

1·8부두 개방이 지연된 것은 새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남항)과 신항의 준공이 목표했던 시점보다 늦춰졌기 때문이다. 제2국제여객터미널로 사용하고 있는 내항 1부두의 경우 남항에 새 국제여객터미널이 2016년에 들어서면 개방하기로 했으나, 새 국제여객터미널 개장이 2018년 6월로 늦춰지면서 개방시기가 덩달아 늦춰졌다.

1부두 제2국제여객터미널은 2018년 6월 남항에 개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로 통합된다. 1부두 개방 시점은 새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개장 시점인 셈이다.

그런데 중구를 비롯해 내항 개방을 주장하는 이들은 국제여객터미널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개방하라면서 터미널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제2국제여객터미널은 카페리 부두이기 때문이다.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처리하는 카페리 부두는 여객터미널 존치 시 출입국 심사·통관·검역·보안을 위한 시설과 함께 화물 대상 시설과 보관 야적장이 필요하다. 크루즈 부두라면 몰라도 카페리를 유지하라는 것은 개방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내항 개방 주장 세력은 1부두 개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8부두 전면개방을 주장하는 이들은 또, 8부두 우선 개방에 따라 인천항만공사가 내항 6·7부두 화물차량을 위해 8부두 일부에 도로를 개설하기로 한 것도 문제 삼았다. 전면개방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8부두 개방에 따라 6·7·8부두의 주 출입구인 내항 8번 게이트를 폐쇄하면, 8부두 왼편에 있는 6·7부두 이용 화물차는 8부두를 가로질러 1부두 뒤에 있는 1번 게이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8번 게이트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이 또한 개방 정책과 모순이다.

내항 물동량 감소, 자동차부두 기능 강화해야

아직 폐쇄하지 않은 8부두 선석 2개의 폐지(개방)는 인천 신항 개장과 맞물려 있다. 내항 4부두(=국내 최초 컨테이너 부두)에 있는 한진은 2016년 신항 1-1단계 A터미널 개장과 함께 이전할 계획이다.

한진컨테이너부두가 신항으로 이전하면, 내항 4부두의 기능은 컨테이너에서 잡화 부두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그 자리로 8부두의 일부 기능이 이전할 가능성 역시 높다. 내항 4부두에 있는 대한통운 컨테이너 부두는 이전 계획이 없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내항 개방과 재개발 논란은 이처럼 인천항 부두 기능 재배치와 맞물려 있다. 인천 내항의 일부 화물이 평택·당진항으로 이전했고, 고철과 목재가 인천 북항으로 이전했으며, 벌크화물이 컨테이너 화물로 전환하면서 인천항에서 내항이 차지하는 물동량 처리 비중이 2003년 79.2% 수준에서 2014년 31.7%로 떨어졌다.

하지만 인천내항은 조수간만의 차(최대 10m)가 심한 서해에서 갑문을 설치해 아시아 최대 정온수역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연중 수심이 일정해 자동차와 같은 고부가가치 화물의 안전한 하역(=화물을 적재하거나 내리는 일)이 가능하고, 또한 아시아 최대 곡물 하역장을 두고 있어 식량안보를 지키고 있다.

향후 인천 신항 컨테이너 처리 물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내항 컨테이너 기능은 축소될 전망이다. 2018년 이후 연안부두와 내항 1부두의 국제카페리 화물은 새 인천항국제여객터미털로 이전된다. 또 남항의 컨테이너가 빠진 부두는 잡화 부두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인천항 관계자는 "내항에는 곡물(사료 부원료와 원당 포함)을 처리하는 대규모 시설이 있다. 이를 이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벌크화물의 경우 3000톤 안팎의 선박은 내항에서 처리해야 한다. 외항에 몰릴 경우 선박이 체류하는 비용이 늘어 인천항 물동량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항에선 한국지엠과 두산중공업의 수출 완성차와 중장비를 처리하고 있고, 4부두에는 한국지엠의 KD센터가 있다. 고부가가치 화물 처리 항만인 것이다. 중고차 또한 인천항에서 처리하고 있는데, 합법적인 중고차 수출단지를 확보하지 못해 약 9000억 원이 사라질 전망이다. 중고차가 공해 수출품이라면, 도심 한복판에 있는 중고차매매단지는 뭐라고 할 것인가? 오히려 중고차 수출을 비롯해 자동차 부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항, #인천 내항, #해양수산부, #내항 재개발, #인천항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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