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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HIV 양성 진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낳은 할리우드 배우 찰리 신.
 최근 HIV 양성 진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낳은 할리우드 배우 찰리 신.
ⓒ 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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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월 질병관리본부가 위탁한 중증/정신 질환 에이즈 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수행해오던 S요양병원에서 치료방치로 환자가 사망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상황이 발생해서 위탁이 해지되는 사건이 있었다.

문제는 정부가 S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해당 병원은 아직까지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고 사후 대책방안 마련에도 미온적이다. 이 사건은 일선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 지자체, 병원에 의해 암묵적으로 행해진 인권 실종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같은해 대구에서도 '감염인에 대한 치료 방치'라는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40대 남성 A씨는 의식불명 판정을 받았다. 와상상태로 인공호흡기 착용과 콧줄을 통해서 식사를 해야 하기에 입원이 절실했다. 하지만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입원을 받아주는 요양병원이 없었고 질병관리본부 등에 호소했지만 방안을 찾지 못했다.

S요양병원의 사태 이후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23개 공공(시도립, 시군구립)요양병원과 5개의 민간요양병원에 에이즈환자 입원에 대해 문의한 적이 있다. 하지만 28개 요양병원은 "격리병실이 없다", "전염성 환자는 받을 수 없다" 등의 불합리한 이유로 입원을 거부했다. 결국 A씨는 가정 내 가족 간병으로 겨우 생명을 연명하고 있으나 간병비조차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5월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2항의 규정에 대해 "후천성면역결핍증은 성관계나 수혈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그 경로가 확실하고, 다른 감염병과 같이 호흡기나 식생활 등 일상적인 공동생활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시킬 위험이 없으므로, HIV 감염인을 전염성 질환자로 포함하여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한바 있다. 요양병원의 입원거부사유가 의학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HIV 감염인 장기요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약 1200여 개의 요양병원과, 3000여 개에 달하는 요양시설(이 중 70여 개의 국공립요양병원과 80여 개의 국공립병원이 있지만 이곳에서조차 HIV 감염인 입원이 가능한 곳이 없는 실정이다)에 HIV 감염인이 차별 없이 입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등을 개정하여(2014년 11월 질병관리본부에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고시한바 있지만 현재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감염인에 대한 입원 거부 및 차별 행위 시에는 강력한 패널티를 부과해 의료에 있어서의 차별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도록 제반 법제도를 정비하고, 정착시켜야 한다.

병원관계자의 인식개선도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고,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개선안이 정착되는 동안에도 감염인은 차별행위와 죽음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절실하다.

첫째, 국가 차원에서의 HIV/AIDS 감염인이 장기적으로 요양할 수 있는 병상 확보 및 병원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지역을 연고로 두고 있는 감염인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협력해 지방 단위의 장기 요양 병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보았지만 의료공공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의료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권역별 요양병원이 지정되어야 하고, 정부는 적어도 이곳에서는 입원 거부나 차별행위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병원이 아닌 일반 요양 시설로서 장기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시설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HIV 감염인의 사회 복귀 및 재사회화는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돕기 위한 하나의 장치여야 한다. 현행 복지 전달체계를 잘 활용해 쉼터 및 그룹홈과 연동되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외곽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통합지원센터나 장기요양원, 그룹홈을 도고 사회복귀를 도와야 할 것이다.

오는 11월 30일 오후 4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는 'HIV/AIDS감염인 장기요양병원·시설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2015년 12월 1일 제28회 세계에이즈의날'을 기념하여 우리 사회 HIV/ AIDS 감염인의 인권상황과 복지지원 실태를 알아보고, HIV/AIDS감염인이 차별받지 않고 치료받고, 요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보고자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 사회는 오랜 시간 에이즈에 대해 침묵해왔다. 감염인을 낙인 찍었고, 부정적인 것의 대명사로 명명해왔다. 이것은 국가 차원에서 행한 '인권 실종'이라 할 수 있다. 에이즈 30년, 이제는 우리가 상처 주었던, 많은 HIV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치유에 힘을 쏟아야할 시점이다. 이번 토론회가 HIV/AIDS감염인이 차별받지 않고 치료받고, 요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1.30. HIV/AIDS 감염인 장기요양병원, 시설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
 11.30. HIV/AIDS 감염인 장기요양병원, 시설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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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박순옥 기자

덧붙이는 글 | 인권위와 함께 하는 시민기자단이 꾸려가는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글쓴이 김지영님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상담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태그:#병력 차별, #AIDS, #HIV감염인, #에이즈 환자 인권, #감염인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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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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