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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유니온 등 복지노인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3년 2월 7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공약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 성실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년유니온 등 복지노인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3년 2월 7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공약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 성실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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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생에 세 번의 가난을 맞는다. 첫 번째는 20대, 두 번째는 자녀 사교육, 대학 진학, 결혼 집 장만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40, 50대 적자 인생. 세 번째는 정년퇴직 이후 60대. 젊어서는 빈곤에서 탈출할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늙어서 주머니가 비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삶이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계속 올라가는 노인 빈곤율

지난 2004년 노인빈곤을 완화하기 위해 노인일자리 사업이 도입됐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월 30~36시간 일하고 20만 원을 받는다. 2008년에는 기초노령연금 10만 원이 노인들에게 주어졌다. 현재는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연금액이 20만 원이다. 최근엔 65~69세 고령자 고용률이 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41%, 일본 36%, 미국 29%, 독일 10%, OECD 평균은 18.5%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도입되고, 기초연금이 들어오고, 고용률이 늘어났는데도 2004년 45%였던 노인 빈곤율은 2015년 49.6%로 올라갔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1인 최저생계비 62만 원에 턱 없이 부족한 '용돈연금' '용돈임금' 때문이다. 거기에 사각지대까지 발생한다.

기초연금은 가장 가난한 하위소득 노인 70%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가장 가난한 노인인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에겐 기초연금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를 두고 기초생활 수급 노인인 김호태(69) 어르신은 "한 마디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지. 이달 25일에 기초연금 20만 원이 들어와. 그러면 다음달 20일에 기초생활 생계급여에서 20만 원을 빼가"라며 "안 줄거면 애초부터 주지 말지"라며 분개했다.

경비일을 하는 장영기(72) 어르신도 "내가 경비일을 해서 150만 원을 벌어. 사는 곳은 지하 단칸방 사글세지. 150만 원 노동 소득이 있다고, 내가 소득 상위 30%에 들어가는 부자라서 기초연금을 못 받는다는 거야"라며 어이없어 했다.

최근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사회보장사업 중에 유사, 중복사업을 정비하라는 공문을 지자체에 내려 보냈다. 이로 인해서 지자체별로 지원되던 장수수당 3만 원, 월 1만5000원 미만 건강보험료 납부자 보험료 지원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외 환자 지원이 폐지될 예정이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는 지자체에게 정비 방안을 보고하라며, 이후 평가를 통해 지자체에 교부세를 차별 지급하겠다고 한다. 가난하면 복지를 늘려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의 노동현실

지난 2013년 10월 2일 종묘공원에서는 노년유니온 등 복지단체 주최로 기초연금 안에 대한 노인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지난 2013년 10월 2일 종묘공원에서는 노년유니온 등 복지단체 주최로 기초연금 안에 대한 노인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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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까지는 그나마 일자리가 있다. 여성 어르신들은 청소와 간병, 남자 어르신들은 경비업종에 취업한다. 그런데 65세가 지나면 이마저도 자리가 없어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다. 물론 노인일자리 사업도 33만자리밖에 되질 않아 경쟁이 치열하다.

학교야간경비를 하는 오종기(68) 어르신은 "오후 5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8시30분에 퇴근합니다. 하루에 16시간 근무를 해요. 노동법을 피해 가기 위해 휴게시간을 8시간 줘요. 이렇게 해서 받는 돈은 85만 원입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학교가 5일 수업 하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금요일 저녁에 들어가서 토, 일요일을 학교에서 보내고 월요일 아침 8시30분에 나와요. 그렇다고 휴일근로수당, 초과근로수당 이런 것 없어요. 명절 때는 일하는 게 더 힘들지요. 만약에 명절 연휴가 4, 5일 되면 학교에서 혼자 오롯이 근무해야 합니다. 한 번 근무 들어가면 5일 후에 퇴근하는 겁니다."

어째서 이런 노동이 가능한가? 감시, 단속적 노동자라서 그렇다. 최저임금의 90%만 줘도, 합법, 휴일, 초과근로 수당을 주지 않아도 합법이다. 다행이 2015년부터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됐다. 하지만 아직도 하루 16시간 노동을 해도 10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하고 급여는 6시간분만 책정한다.

"보통 학교 야간경비하는 사람은 60대 후반에서 70대 노인입니다. 고령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하게 하는 것이지요. 일하려는 노인들은 많다, 싫으면 관둬라 이거지요. 정말 비열한 사회입니다."

목이 멘 목소리로 오종기 어르신이 말한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급여는 2004년부터 11년째 20만 원에 묶여 있다.

노년의 노동권 안정성을 높여라

65세 이후에는 취업이 되도 고용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다. 그러니 일시적 실업이 되더라고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실업급여를 나이를 기준으로 차별하는 것은 고쳐야 한다.

감시, 단속적 근로를 하는 노동자에게는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한다. OECD 회원국 최고수준의 실근로시간을 단축 시키려면 근로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경비 업종을 비롯한 감시, 단속적 노동자에게 적용되던 근로시간 특례업종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고령자 적합직종에서 정년에 걸려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발생한다. 고령자 적합직종 발표를 왜 하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경우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고령자 적합직종에 한해서 정년을 없애야 한다.

정부에서 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교육시간이 배정되어 있다. 교육시간을 통해서 노동법교육이 필수 과정으로 도입해야 한다. 지금의 어르신들은 노동법, 근로기준법에 대한 이해가 낮다. 이해가 있더라도 '이 나이에 일하는 것만 해도 다행인데 뭘 더 바래'라는 게 어르신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인들의 전폭적 지지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에 기초연금 축소, 장수수당 폐지. 11년째 20만 원인 노인일자리 급여. 노동과 복지에 대한 안정성은 자꾸 뒤로 가는데 유연성만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노동개혁 5대 입법을 노인들이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덧붙이는 글 | 고현종 시민기자는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입니다.



태그:#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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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세대에게 존경받는 노인이 되는게 꿈. 꿈을 실천하기 위해 노인들과 다양한 실험을 진행중인 남자. 세대간 연대를 위해 청년세대의 주거 안정, 생활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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