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그런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주로 우리는 간접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을 만납니다. 그러기에 오해도 많고 가끔은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잊기 쉽습니다. 동시대 예인들이 직접 쓰는 자신의 이야기, '오마이 스토리'를 선보입니다. [편집자말]
대한민국에서 영화를 홍보하는 대행사는 20여 곳 정도 된다. 그리고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 상업영화를 홍보하면서 천만 관객 돌파의 영광을 함께 누린 곳부터 소규모의 외국영화를 주로 하는 곳, 예술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홍보하는 곳 등 영화 장르만큼이나 영화홍보대행사 또한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대행사의 이름을 '흥행작'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난 좀 엉뚱하게도 장르나 다른 특징으로 우리 회사가 기억됐으면 했다.

내가 잘하는 장르 vs. 하고 싶은 장르

 영화 <돼지의 왕> 포스터.

영화 <돼지의 왕> 포스터. ⓒ 스튜디오 다다쇼


홍보대행사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공포영화, 액션영화, 로맨스영화 등 특정 장르에 강한 회사, 즉 주 장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었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와 잘하는 장르는 뭘까 생각했었다. 일반 PR 회사 역시 패션, 외식 등 자신들이 잘 하는 분야가 있듯 나 역시 주 종목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창업 당시 그런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뜻밖에 무대 예술이었고 이유는 간단했다. 카메라 앞이든 무대 위든 물불 안 가리고 열정을 내뿜는 이들이 있는 곳이면, 그리고 그런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기운을 좋아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문화콘텐츠포털 홍보대행사', 즉 영화와 공연, 전시, 페스티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면서 그간의 홍보기술을 접목시켜 보았다. 작은 작품도 힘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싶었다. 문화의 선택권은 무조건 관객들에게 있고, 관객들이 곧 문화 다양성의 기본이기에 그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자는 마음이었다. 흥행작은 아니지만, 큰 규모는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이 마음에 의뢰인의 작품을 향한 애정과 작품 자체의 메시지, 그리고 출연진들의 열정까지 하나로 모아지면 짜릿하다. 그런 현장을 만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차고 힘이 난다.

나의 로맨틱 영화를 꿈꾸며

 아담스페이스는 영화 홍보 뿐 아닌 각종 문화행사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파이란>,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였던 강원도 고성 왕곡마을에서 열린 '왕곡마을로 떠나는 생생(生生)시간여행' 행사 당시 모습.

아담스페이스는 영화 홍보 뿐 아닌 각종 문화행사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파이란>,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였던 강원도 고성 왕곡마을에서 열린 '왕곡마을로 떠나는 생생(生生)시간여행' 행사 당시 모습. ⓒ 아담스페이스


영화 분야에서도 장르를 하나 고르고 싶었던 나는 "나 공포영화 무서워하고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구~"를 외치고 다녔다.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하는 장르, 그런 작품을 하고 싶었다. 공포영화 빼고는 대부분의 영화를 보는 편인데 그럴 때 마다 꼭 공포나 스릴러 장르 영화의 의뢰가 들어온다. 무슨 머피의 법칙처럼.

사람들이 알아본 것일까? 홍보하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 영화 장르 중 가장 홍보하기 재미있어 하는 건 스릴러다. 관객들의 심리와 추리방식을 예측하여 홍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뻔히 답이 보이는 장르보다는 좀 더 박진감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내가 홍보해온 작품들 중에는 스릴러 장르가 유난히 많고, 홍보하기 어렵다는 장르 영화가 많다. 그에 비해 로맨틱 코미디나 코미디 영화는 거의 없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내가 맡은 한국영화 중 로멘틱코미디 장르는 < MR. 로빈 꼬시기 >가 유일무이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남은 작품도 드라마 하나, 스릴러 영화 두 개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우리가 홍보했던 애니메이션마저 스릴러(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였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나의 마지막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기다리며 스릴러 영화의 대본을 읽고 또 읽어 본다. 이야기를 좀 더 박진감 넘치고, 궁금해 하도록. 강하고 악한 캐릭터라도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시간이 지나 누군가 '아담스페이스'란 이름을 반추했을 때 뭐라고 기억할까? "아담스페이스는 공연이나 다른 문화콘텐츠도 좋아하고 영화는 스릴러 영화는 참 잘했지"라고 할까. 여전히 난 "로맨틱 코미디 기막히게 잘하는 회사였지"라고 기억해주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뛴다.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 <해에게서 소년에게> 포스터.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 <해에게서 소년에게> 포스터. ⓒ 시네마 팩토리, 타이거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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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이병한 기자


덧붙이는 글 김은 대표는 한 광고대행사 AE(Account Executive)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상품 광고가 재미없다며 박차고 나왔다. 이후 1997년 단성사를 운영하던 영화사 (주)신도필름 기획실에 입사해 영화홍보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 2009년 문화콘텐츠전문 홍보대행사 아담스페이스를 설립했다. 홍보하면서 야근 안 할 궁리, 여직원이 다수인 업계에서 연애하고 결혼할 궁리, 상업영화 말고 재밌는 걸 할 궁리 등을 해왔다. 지금까지 다른 회사가 안 해 본 것들을 직접 또는 소수 정예 직원들과 함께 실험 중이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오마이스토리 김은 섬 사라진 사람들 돼지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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