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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2살 늦깎이 중국 유학생입니다. 지난 2011년 계획에 없던 중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한 후, 올해 7월 중국 랴오닝성 진저우시 현지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중국을 더 가까이 느끼고자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중국의 일상생활과 유학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 기자 말

수업을 듣기위해 강의실로 이동하는 중국 대학생들.
 수업을 듣기위해 강의실로 이동하는 중국 대학생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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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에서 사범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중국에서 보낸 시간은 총 3년 반이다. 이년 반은 수업, 마지막 1년은 실습과 논문 준비였다. 난관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기사의 모티브로 '유학일기'를 내세웠지만 정작 중국의 일상만 다뤄왔다. 2012년 2월부터 2015년 6월에 졸업하기까지 학교에서의 경험과 에피소드를 이제야 담는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고 운영하는 방식이 상이한 데다 같은 학교일지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규정 또한 바뀌므로 내 경험이 모든 중국 유학을 대변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겪었던 학교생활이 중국 유학을 꿈꾸는 누군가에게는 미약하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절대적 믿음보다는 '중국 유학생활은 저렇구나' 하고 가볍게 같이 즐겼으면 싶다.

처음 한국에서 내가 다닌 학교는 유학원이 아니다. 중국 학교에서 승인한 한국에 있는 분교이다. 한국에서 1년 양성 과정을 거친 후 중국 본교에 가는 시스템이다. 중국은 구월에 학기가 시작하므로 한국에서 1년 과정을 마치면 한 학기 늦게 2월에 입학하게 된다.

한국에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입학했기 때문에, 분교에서 입학하는 학생으로서는 두 번째였다. 초기에 들어간 탓에 혜택도 있었지만, 본과생(어학당이 아닌, 현지 중국인과 같은 반에서 똑같은 수업을 받는)인 외국인에 대한 관리가 일부 미흡했던 면도 있었다. 학교 측의 실수를 뒤늦게 발견해 스스로 수습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학교 측의 유연한 대처로 무사히 졸업증을 받을 수 있었다.

입학 당시에는 대학교보다는 고등학교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첫 수업을 나가기 전 학교에서 짜준 시간표를 받은 데다 1학년 때뿐이었지만, 수업을 마치면 밤에 자습도 해야 했다. 게다가 이름이 전산에 입력되지 않은 탓에 명부에 없어 출석 관리가 되지 않았다.

매해 한국 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학교가 학생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규정에 맞게 움직이는 것으로 바뀌어 갔다. 체계가 잡힌 것이다. 이제는 외국인도 중국인 학생과 똑같이 이름도 명단에 올라와 있어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한국과 다를 바가 없다.

부족함 없이 잘 갖춰진 외국인기숙사 시설

내가 거주했던 이인실 기숙사. 오래된 건물로 나중에 신축 기숙사로 이사했다.
 내가 거주했던 이인실 기숙사. 오래된 건물로 나중에 신축 기숙사로 이사했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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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도착했을 때 처음 마주한 곳은 외국인 전용 기숙사였다. 기숙사에는 외국인 본과생도 있지만 중국어학당을 다니는 외국인도 있다. 한국 외에도 여러 나라 사람이 남녀 구분 없이 같은 건물에 입주한다. 하지만 대부분 일·이인실이므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상 다른 국가 사람과 같이 방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 단, 남녀혼숙은 금지이다.

기숙사는 전기와 온수가 제한적으로 공급된다. 일정량의 무료용량이 매달 주어지고 소진하면 돈을 내고 사서 써야 한다. 적당히 아껴 쓰면 전혀 모자라지 않다. 하지만 더울 때 생각 없이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놓으면 이삼 일 만에 전기가 끊기기도 한다. 동기들과 '에어컨을 한 달 내내 틀어 놓으면 전기를 얼마나 충전해야 할까'라는 우스갯소리도 자주 할 만큼 전기 먹는 주범이기도 하다.

외국인이 사는 기숙사는 두 종류이다. 온전히 외국인만 거주하는 건물과 중국인과 같은 건물을 쓰지만 구역이 따로 나눠진 경우다. 전자의 경우 관리가 엄격하다. 중국인은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고, 들어갈 때 방주인의 동행 하에 방문기록을 남겨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다른 곳은 중국인의 출입이 자유롭다.

중국인기숙사와 가격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거의 열배 정도다. 외국인 기숙사 시설이 월등히 좋은 까닭도 있지만, 정부에서 중국인 학생을 위해 기숙사 비용을 관리하기 때문에 저렴하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들으면 배 아플 일이다. 중국인 기숙사는 한 방에 최소 네 명에서 최대 여덟 명까지 함께 배정받는다. 시설 또한 열악하다. 책장이 딸린 책상과 침대가 끝이다. 복도에 간단한 세면이 가능한 공동화장실이 있지만 샤워는 할 수 없다. 외부에 있는 유료 목욕탕을 따로 이용해야 한다.

외국인 기숙사는 어떨까. 방마다 텔레비전, 에어컨, 옷장, 책상, 침대, 정수기가 구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샤워실 겸 화장실까지 딸려있다. 층마다 주방이 있고 각종 조리기구와 냉장고, 인덕션, 전자레인지, 그릴 등이 있다. 공용 세탁실까지 완비되어 있어 일상생활에 불편은 전혀 없다.

다양한 인종이 모인 기숙사에서 생긴 해프닝

학교 내의 호수. 날씨가 좋은 날은 풍경이 예뻐 사진으로 많이 남겨 놓았다.
 학교 내의 호수. 날씨가 좋은 날은 풍경이 예뻐 사진으로 많이 남겨 놓았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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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인종이 사는 탓에 황당한 일이 많다. 무슬림인 카자흐스탄 사람이 있었다. 그 친구 방 한 쪽에는 양탄자를 깔고 촛대를 세워놓은 기도를 위한 장소가 있었다. 하루는 맥주와 육포를 놓고 수다를 떨었는데, 다 먹고 보니 육포가 이슬람에서 금기하는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었다. 맛있다며 먹은 친구는 소리를 지르며 방으로 뛰어 갔다. 후에 이야기를 들으니 바로 구토를 하고 하루를 금식했다고 한다.

내가 살았던 기숙사의 흑인들은 파티를 즐겨했다. 아래층이 시끄러워 참다못해 따지러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복도에서 맥주병을 든 흑인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얼굴은 표정관리가 안 됐으나 사람 수가 너무 많아 함부로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안 되는 영어로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음악 소리가 너무 크니까 줄여줘."
"그래? 정말 미안해. 한국인이니?"
"응."
"오! 오늘은 내 친구 생일이야. 축하 한마디 해줘."
"아, 생일 축하해. 그리고 음악 좀 줄여줘."
"오케이, 오케이. 다 같이 사진 찍자!"

분위기에 휩쓸려 얼떨결에 초면인 유학생의 생일을 축하하고 어울려 사진도 찍었다. 방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미안하다며 맥주 몇 캔을 건넸다. 구김 없는 그들의 태도에 오히려 내가 소인배가 된 것 같아 머쓱했다. 씩씩대며 내려갔지만 흥이 많은 그들 덕에 실소가 터진 날이었다.

주방에서 생긴 일은 수도 없이 많다. 주방은 원칙적으로 외국인을 위한 장소다. 하지만 종종 중국인이 들어와 조리하거나 냉장고를 쓰는 경우가 있다. 몇 번 주의를 주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아, 외국인과 자주 마찰을 일으켰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중국인보다 열 배나 비싼 기숙사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곳이기에, 마음대로 들락거리는 것이 달갑지 않다. 결국 사감선생님이 주방에 직접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공지를 붙여 놓았지만 바뀌는 점은 없었다.

'주방 내 중국인 출입금지'라고 쓰여진 경고장.
 '주방 내 중국인 출입금지'라고 쓰여진 경고장.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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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주방에서 사용하는 냉장고에서 음식을 훔쳐가는 일도 있었다. 사다 둔 음료수라든가 한국에서 가져온 가공식품이 자주 사라져 괘씸한 마음에 CCTV를 확인했다. 하지만 카메라 방향이 냉장고를 향해 있지 않아 범인을 밝혀낼 수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궁여지책으로 냉장고 문에 중국어와 영어, 한국어로 온갖 비난의 말을 붙여 놓았지만 범인이 그 쪽지를 보았을지는 의문이다.

나 외에도 도난당한 한국인은 꽤 여럿이었다. 한 친구는 "너네도 당해봐라!"라며 소심하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먹었다. 다른 한국인은 현장에서 범인을 잡았다. 그들은 당당하게 식재료를 꺼내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었다. 황당한 친구는 그들을 추궁하고 대신 베이컨을 얻어왔다고 한다. 생각지 못한 물물교환이다.

기숙사 교차지원은 '불가'

기숙사 앞에서 한가로이 햇빛을 즐기는 고양이들
 기숙사 앞에서 한가로이 햇빛을 즐기는 고양이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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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다고 중국인이 외국인 기숙사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기숙사에서 기웃거리던 중국인이 지나가던 나에게 말을 걸었다.

"외국인기숙사는 얼마에 들어갈 수 있어요?"
"일 년에 9000위안(165만 원)이에요."
"별로 비싸지 않군요. 중국인 기숙사보다 훨씬 좋네요."

애석하게도 그 중국인은 돈이 있어도 기숙사에 들어올 수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어떤 한국인이 공부를 위해 반 친구들이 있는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학장에게 건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부씽(안됩니다)"이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중국인기숙사는 열시 반이면 모든 출입문이 잠긴다. 외국인은 제한 없이 24시간 개방이지만 기숙사에서는 감시가 따른다. 시간에 쫓기고 싶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길 원하는 사람은 근처에서 자취를 한다.

방 두 개짜리 신축아파트가 일 년에 1만8000위엔(330만 원)정도로 세네 사람이 모이면 기숙사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전기세나 수도세 뿐 아니라, 대부분 중앙난방인 탓에 난방비까지 따로 납부해야 한다. 게다가 집에 문제가 생기면 따로 사람을 불러 수리해야 하기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조건에 따라 집을 빌리는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므로 밖에서 생활하는 것은 많은 수고가 따른다. 각자 여유와 가치에 따라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외국임을 고려한다면 학교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이다. 수업과 식당에 관한 에피소드는 다음 편으로 미루겠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중국, #중국유학, #중국기숙사, #중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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