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16 인권선언 2차 전체 회의] 416 인권선언 추진단 마지막 이야기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우리들의 약속인 416 인권선언 운동 또한 현재진행형입니다. 올봄, 꿈을 현실로 바꿀 416 인권선언 추진단 수백 명이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모였습니다. 모습도 하는 일도 달랐지만 잊지 않겠다는 한마음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풀뿌리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이에 약 5개월 동안 전국 곳곳에서 풀뿌리 토론이 100여 회 이상 열렸고 7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언되어야 할 우리들의 권리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오는 11월 28일, 우리들의 권리를 담은 이 특별한 선언이 추진단 모두가 모일 전체회의에서 토론될 예정입니다. 우리는 왜 416 인권선언운동을 하는지, 416 인권선언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 특별한 선언에는 어떤 권리들이 담겼는지 추진단분들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낱낱이 들여다보았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박래군 추진단입니다. -기자 말

[이전 기사]

☞ [추진단 인터뷰 ①] 박동호 신부님
☞ [추진단 인터뷰 ②] 예은 엄마 박은희님
☞ [추진단 인터뷰 ③] 정경원님

더 큰 감옥에서 인권은?

저는 지난 7월 16일 갑자기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가 그 1주일 뒤에 서울구치소로 갔습니다. 1.5평의 독방에 갇혀서 세상을 그리워하다가 11월 2일, 갑작스러운 보석 결정으로 감옥 문을 나섰는데 세상은 '더 큰 감옥'이었습니다. 더욱 망가져 버린 세상, 더욱더 잔인한 세상은 서울구치소 독방보다 나을 게 없었습니다. 급기야 민중총궐기 때 살인 물대포가 여러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직사 물대포에 맞은 농민 백남기씨는 지금까지 생사의 갈림길에 있지만 이 정부는 그에 대한 유감 표명조차 없이 오로지 폭력·불법시위만 부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구속되기 며칠 전인 7월 11일 오후에 저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천도교 수운회관에 있었습니다.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 선생의 호를 따서 만든 이 회관은 일제 강점 시기 천도교 활동의 중심이었습니다. "사람이 하늘"이라고 천명한 동학의 정신이 어린이·청소년·여성 평등을 주장하는 운동으로 일제 강점시기에 실천되었고, 그 중심적인 활동이 이루어졌던 곳이 바로 이곳이어서 역사적 의미가 매우 컸습니다.

그런 곳에서 인권선언 제정을 위한 1차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19세기 유럽에서 탄생하고 발전해온 인권은 평등을 주장했지만, '법 앞에 평등'이라는 형식적 평등에 머문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동학은 실질적 평등을 주장하여 당시에 핍박받던 대중들을 환호하게 하였습니다. 온갖 멸시와 천대를 운명처럼 받고 살던 그들이 동학의 인내천을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으로 인식했으리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시대에 삽시에 3백만 명의 신도들이 인내천의 깃발 아래 모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역사적인 장소에서 인권선언 준비 회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했습니다.

지난 7월 11일 수운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의 모습
▲ 416 인권선언 1차 전체회의 지난 7월 11일 수운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의 모습
ⓒ 4.16연대

관련사진보기


당시 1차 전체회의에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20여 개의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우리가 만들어야 할 인권선언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릴 때 내 느낌/감정은 OO이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 발생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던 장면/현상/문제는 OO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 인권이다. 2번에서 말한 문제들을 바꾸기 위해서 권리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OOO할 권리이다."

그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주어진 질문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질문에 뭐라고 답하실까요? 언제 이런 얘기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나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정부는 국가를 대개조한다고 국민안전처도 만들었지만, 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위험 요소들은 제거되지 않았고 '안전'을 위한 어떤 개선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오룡호 사건에서도, 추자도 낚싯배 사건에서도 세월호 참사는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이제 이 정부는 자신들만 정상적인 혼을 가진 소수의 정의로운 세력이고, 99.9%의 국민은 모두 비정상의 혼을 가진 순수하지 못한 이들이므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 혼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탐욕과 오만·기만의 바벨탑을 쌓기에 여념이 없고,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서 폭력으로 진압해 버리는 새로운 형태의 유신 시대로 돌려놓고 말았습니다.

빼앗긴 인권의 언어를 되찾기 위해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참가하는 여당 측 위원들이 청와대 경호대를 자처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아마도 청와대의 지시로 작성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해수부의 지침 문건은 무조건 청와대를 보호하라는 내용이었고, 그 지침대로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는 게 두렵고, 국민이 의혹을 제기하는 '대통령의 7시간'은 철저하게 함구해야만 할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재난참사의 컨트롤 타워를 규명해야 하고, 이후 같은 재난참사가 발생할 때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성역을 보호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진실을 알 권리, 애도할 권리, 슬퍼할 권리, 저항할 권리, 연대할 권리 등이 소중합니다. 빼앗긴 권리들이 현실에서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우리가 염원하는 '다른 세상'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권은 문서에 적힌 아름다운 문구가 아니라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권위와 힘으로 작동되어야 합니다. 이런 권리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폭력으로 가로막는 세력들이 두려워하는 일은 사람들이 권리의 주체로서 그 권리로 무장해서 일어나는 일일 것입니다.

지난 7월의 1차 전체회의에 모인 이들은 인권 전문가나 활동가들보다 '인권의 초짜' 시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권이란 언어가 생소한 이들, '이런 것도 인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이들이 모여서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후 그것을 이어서 풀뿌리 토론이 전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게 이루어진 풀뿌리 토론이 90회가 되었으니까 그 과정이 상당히 진행된 것입니다. 때로는 인권 공부도 해가면서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권리 목록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가장 많이 제안되었다는 '슬퍼할 권리'는 세월호 참사를 같이 겪은 이들이 공통으로 느꼈던 참담함을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오는 11월 28일 오후 1시, 수운회관에서 열리는 2차 전체회의입니다. 그동안 풀뿌리 토론의 결과들이 모여서 416 인권선언문 초안이 제출되고, 다시 그 결과를 두고 열띤 토론이 열리는 자리를 상상하면 흥분됩니다.

거기서 또 얼마나 많은 얘기가 오가면서 이 선언문이 풍부해질까 기대됩니다. 비록 전문적인 언어로 쓰인 매끄러운 문서가 아니라 거칠고 어딘가 빈 구석이 있어서 더 보완해야 할 것 같은 선언문입니다. 하지만 함께 만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선언문이 나올 것 같습니다.

인권선언은 항상 미완성이고, 항상 새로워져야 할 과제를 운명처럼 안고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인권은 실천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진보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 9월 12일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회원들이 풀뿌리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장애와 여성 마실에서 진행된 풀뿌리토론 2015년 9월 12일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회원들이 풀뿌리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4.16연대

관련사진보기


416 인권선언 2차 회의

서울구치소에서 검찰과 법원을 오갈 때는 꼭 두 손에 수갑이 차였고, 두 팔에는 포승줄이 묶였습니다. 묶여보고 갇혀본 사람은 자유를 절실하게 느끼기 마련입니다. 모욕과 혐오를 당한 사람은 존중과 존엄함에 대해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낍니다. 불평등으로 소외된 사람은 평등에 대한 염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두려운 일일지라도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함께 손잡았고, 같이 울었고, 같이 외쳤습니다. 그런 공감이, 그런 공명이 416 인권선언에 고스란히 담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당장은 우리의 바람이 경찰의 물대포와 캡사이신에 짓눌린다고 해도 우리가 함께 꾸어야 할 꿈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직 세월호에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고, 차라리 유가족이 되고 싶은 미수습자 가족이 있습니다. 아이를 잃은 유가족이 있고, 지옥에서 탈출하고도 불안한 일상을 견뎌내야 하는 생존자가 있습니다. 그들이 겪는 고통과 모욕에 함께 아파하는 우리가 있기에 인권은 새로 선언되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옥 안에서도 자유를 바라는 꽃이 피어나듯이, 가장 절실하게 진실을 원하고 안전한 사회를 원하는 우리가 그런 세상에 대한 꿈을 꽃 피워내야 하지 않을까요?

11월 28일 오후 1시, 많은 사람이 수운회관에 모여서 416 인권선언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꿈이 더 풍부하게 토론되기를 바랍니다. 그곳에 여러분의 자리를 만들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11월 28일(토) 오후 1시, 안국역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진행된다.
▲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2차 전체회의 11월 28일(토) 오후 1시, 안국역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진행된다.
ⓒ 4.16연대

관련사진보기



○ 편집ㅣ김준수 기자



태그:#세월호 참사, #인권선언, #선언, #존엄, #안전
댓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세월호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 https://416act.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