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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월 29일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학교 상허기념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29일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학교 상허기념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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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술·고등교육전문지 기자로 11년을 생활하다가 최근에 학술정보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식콘텐츠(학술논문)를 모으고, 주로 교수·연구자·학생·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가치있는 지식서비스(학술DB)를 제공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활동 무대는 인쇄매체에서 온라인매체로 바뀌었고, 서비스를 평가하는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으로 달라졌으며, 만나는 사람은 취재원이 아니라 고객이다.

같은 현장의 같은 사람을 만나도 나의 입장과 태도가 달라지면 관계도 새로워지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도 보고 듣고 겪게 된다. 나는 더 이상 기자가 아니다. 하지만 전문기자에서 전문가로 거듭나려고 노력 중이다.

기자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학술계의 현안과 이슈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식정보사회의 지식 유통 현실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물론, 난 이미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관점', '시장의 시각'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학술 진흥과 학계 전반의 공익적 관점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시장과 공공의 조화, 학술계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내가 몸담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국내 진짜 우수 논문은 한국에 없다

우물안 개구리였는지는 몰라도 '학술지 국제화'의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우수한 국내 논문이 국내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100여 종의 학술지가 해외 출판사와 독점 계약된 상태다.

또, 국가 R&D가 투입돼서 생산된 논문 중 상당수가 해외 출판사에서 유료로 판매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비가 지급되고 이를 통해 생산된 논문이 해외 기업에서 독점계약을 맺고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는 지난 10년 동안 해외학술 저널 구독비가 17배나 상승했다.
▲ 연세대 해외 논문 구독비 연세대는 지난 10년 동안 해외학술 저널 구독비가 17배나 상승했다.
ⓒ 김봉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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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논문을 구독하려면, 국내 대학 도서관이나 이용자들은 꼬박꼬박 매년 구독료를 내야 한다. 연세대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해외학술 저널 구독비가 17배나 상승한 것은 이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은 새정치민주연합 이개호 의원이 지난 10월 8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하기도 했다.

레포트 가격보다 싼 학술 논문

국내에서 학술논문은 연간 몇 편이나 생산될까? 아쉽게도 정확한 통계가 없다. 관련 공공기관에서도 정확한 통계를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학술논문 서비스인 DBpia와 해외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ScienceDirect의 이용 통계가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 학술논문 서비스 이용통계 현황 국내 학술논문 서비스인 DBpia와 해외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ScienceDirect의 이용 통계가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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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학술논문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DBpia에는 매년 10만 편이 DB로 제작되고 있다는 정도만 파악된다. 이들 논문이 민간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을 통해 유통되고 대학도서관과 이용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논문 1편을 다운로드 하는 데 가격은 얼마일까? 통상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은 대학에 년간 구독비를 받고 모든 대학 구성원에게 학술DB 무제한 이용권한을 부여한다. S대학의 경우 연간 구독비를 이용률(다운로드 수)로 계산하면, 1편 다운로드 비용이 50원이다.

학술논문을 주로 이용하는 대학 구성원들은 공짜로 생각하고 다운로드 하겠지만, 실제 대학 도서관에서 연간 B2B 방식의 구매를 통해 구성원에게 학술정보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다운로드 받는 모든 연구논문은 유료이다. 그러나 싸다. 50원.

국내 논문의 개인 구매 비용은 평균 4500원인 반면, 해외 논문은 35000~5,0000원 수준이다.
▲ 해외/국내 논문서비스 이용 비용 국내 논문의 개인 구매 비용은 평균 4500원인 반면, 해외 논문은 35000~5,0000원 수준이다.
ⓒ 김봉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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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완전 잠식된 국내 시장

국내 학술논문 데이터 시장은 2천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 국내 논문을 유통하는 국내 민간기업의 매출은 150억 원, 나머지 1850억은 해외 기업의 매출이다. 엘스비어, 엡스코, 톰슨로이터, 스프링거 등의 해외 기업이 국내 대학 및 기관에 판매하는 해외학술저널 구독비 매출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해외 논문보다 국내 논문을 더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S 대학의 해외 논문 구독사이트 한 곳에 내는 구독비는 20억 원. 국내 논문 구독사이트 한 곳에 내는 구독비는 5천만 원. 이용률은 국내 논문 구독사이트가 높다. 다시 말해 이용률은 비슷하지만, 구독비는 40배 차이다. 이에 반해 해외 학술정보 시장 10조 원 중, 국내 학술정보의 해외 수출액은 10억 원에 불과하다.

해외 학술정보 시장은 약 10조원. 국내 학술논문 데이터 시장은 2천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 90%가 해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 학술콘텐츠 시장 규모 해외 학술정보 시장은 약 10조원. 국내 학술논문 데이터 시장은 2천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 90%가 해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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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봉억: 누리미디어 저작권기획팀 팀장을 맡고 있다. 학술논문 전자저널 서비스 DBpia의 콘텐츠를 모으고, 교수, 연구자, 학회와 소통하는 일을 한다. 학술·고등교육전문지 <교수신문>에서 11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태그:#DBPIA, #학술콘텐츠, #학술논문, #SCI, #지식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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