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3일 국사편찬위가 낸 보도자료.
 23일 국사편찬위가 낸 보도자료.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중고교 국정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국사편찬위원회(아래 국편)가 보도자료를 통해 집필진 비공개 근거로 든 '초등 국정교과서의 집필진 비공개 관례'는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오후 교육부 산하 국편은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 숫자 발표' 보도자료에서 "집필진 명단 공개 시기와 방법은 집필진과 논의하여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의 우려대로 '비공개 복면집필 강행' 방침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국편은 이 자료에서 "초등 국정도서의 경우도 교과서 집필이 끝난 후 현장 검토 과정에서 집필진 공개함"이라고 자신들의 비공개 방침에 대한 관례와 근거를 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2009 교육과정, 2015 교육과정 초등 국정교과서 집필진들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집필진 명단은 공개 공문을 통해 일선 학교와 기관에 공개해온 것이 관례였다.

공개 공문에 집필진 39명 이름 선명

초등 ○○학회국정도서편찬위원회가 지난 16일 일선 초등학교에 보낸 집필진 명단 공개 공문.
 초등 ○○학회국정도서편찬위원회가 지난 16일 일선 초등학교에 보낸 집필진 명단 공개 공문.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실제로 이날 기자가 입수한 ○○학회국정도서편찬위원회가 지난 11월 16일자로 초등학교에 보낸 공문 '2015 초등학교 ○○국정도서편찬 워크숍 참석 협조'(위 사진)를 보면 이 교과서 집필진 39명의 이름과 학교가 일제히 공개되어 있다. 이 공문은 공개 공문이었기 때문에 해당 학교 교직원은 모두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알 수 있었다.

이 공문은 오는 11월 22일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집필진 워크숍을 열며 참석 대상자는 '국정도서 편찬 집필진 및 연구진'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 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하는 한 교사는 "교육당국이 이번 2015 교육과정 집필진은 물론 이전 교육과정 집필진, 그리고 다른 국정교과서 집필진의 명단을 학교에 공개 공문으로 보내 공개해온 것이 그간의 관례"라면서 "집필진 또한 집필 과정에서 SNS와 학회 등에 집필 사실을 공개해 교원 등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교과서를 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사는 "국편이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 비공개를 합리화하기 위해 예로 든 '초등 국정교과서 집필진 비공개'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초등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해온 교육부 소속 한 연구사는 지난 21일 돌연 "앞으로는 초등도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 학회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교 국정 <역사> 교과서 비공개 방침을 의식해 뒤늦게라도 행동을 통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편은 또 같은 보도자료에서 비공개 근거로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명단은 단위학교의 채택을 위한 전시본에서 최초 공개함"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된 설명이란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14년부터 적용된 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를 집필한 한 교사는 "이미 집필 단계에서 7종의 대표집필자과 일반 집필자 명단은 거의 알고 있었고, 오로지 <교학사>만 교과서 집필진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출판사별 경쟁구조인 검정교과서 집필 과정에서도 이랬는데, 국편이 정부가 만드는 교과서의 집필진이 무슨 기밀사항인 양 행동하며 검정교과서 사례를 든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편의 해명을 듣기 위해 편사부장과 역사교과서 편수실장에게 관련 내용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다.

국정교과서 집필자 "국편 거짓말"... 검정교과서 집필자 "국편의 언어도단"

한편 이날 국편은 "중학교 <역사①>, <역사②>(교사용 지도서 포함) 집필진 26명,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진 21명 등 모두 47명으로 집필진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국정교과서 집필진 명단 대신 숫자만 공개한 것이다.

또한 국편은 "지난 11월 4일부터 9일까지 6일간 집필진 공모에 응모한 인원은 교수·연구원 37명, 현장교원 19명 등 모두 56명"이라면서 "이 가운데 17명을 중고교 교과서 집필진으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덕호 편수실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군사학자가 들어갔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선 코멘트할 수가 없다"면서 "집필진과 논의해 집필진 명단 공개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국정교과서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