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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정남진 시네마'를 찾은 관람객이 영화표를 사고 있다. 정남진 시네마는 전라남도의 첫 번째 작은 영화관이다.
 지난 15일 '정남진 시네마'를 찾은 관람객이 영화표를 사고 있다. 정남진 시네마는 전라남도의 첫 번째 작은 영화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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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가족끼리 영화 한 편 같이 보는 게 힘들었죠. 큰 행사였어요. 모여서 대도시까지 가야 했으니까요. 이제는 간단한 외출로도 가능하게 됐어요. 집에서 뛰면 2분, 걸어가도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요. 영화관까지."

장흥군 장흥읍 건산리에 사는 최예숙(48)씨의 말이다. 최씨는 아무 때라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쉽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며칠 전에는 집 주변을 산책하다가 문득 영화가 보고 싶어서 영화관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최씨가 반기는 '정남진 시네마'는 전남도가 만든 첫 번째 작은 영화관이다. 이낙연 전남도지사의 공약사업으로 추진됐다. 영화관이 없는 시·군에 규모는 작지만 언제라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설 영화관을 만들어 농어촌에 사는 사람들도 문화 혜택을 누리도록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장흥에 영화관이 들어선 것은 지난 1987년 장흥극장이 사라진 지 28년 만이었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작은 영화관은 농어촌 마을이 경제, 교육, 복지, 문화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9일 정남진 시네마 개관식에서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작은 영화관은 농어촌 마을이 경제, 교육, 복지, 문화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9일 정남진 시네마 개관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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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지난 10월 19일 정남진 시네마 개관식에서 "작은 영화관은 농어촌 마을이 경제, 교육, 복지, 문화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정남진 시네마에 이어 오는 12월 고흥에 작은 영화관 2호점을 준공, 문을 열 예정이다. 내년에는 해남과 완도, 2017년엔 곡성과 진도에 문을 여는 등 앞으로 목포와 여수, 순천을 제외한 영화관이 없는 도내 모든 시·군에 작은 영화관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 15일 정남진 시네마를 찾은 관람객이 영화표에 이어 팝콘과 음료를 사고 있다. 정남진 시네마는 작은 영화관이지만, 휴식공간까지 다 갖추고 있다.
 지난 15일 정남진 시네마를 찾은 관람객이 영화표에 이어 팝콘과 음료를 사고 있다. 정남진 시네마는 작은 영화관이지만, 휴식공간까지 다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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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관 '정남진 시네마'를 찾은 관람객들이 휴식공간에 앉아서 영화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5일 초저녁 풍경이다.
 작은 영화관 '정남진 시네마'를 찾은 관람객들이 휴식공간에 앉아서 영화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5일 초저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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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초저녁에 찾아가서 본 정남진 시네마는 장흥사람들의 사랑방이었다.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다른 마을의 어르신을 뵙고, 선후배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영화관에서 만나니 더 반갑다고도 했다. 자녀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은 부모도 보였다. 학생들도 건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며 반겼다.

장흥군 장동면에 사는 이정섭(73) 어르신은 "딸과 사위랑 같이 왔다"며 "장흥에 영화관이 생겨서 딸네랑 같이 영화도 봤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승길(45·장흥읍)씨는 "오다가다 심심하면 들르는 곳"이라며 "1호 작은 영화관이 우리 지역에 생겼다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

일요일을 이용해 고향 장평면을 찾았다는 정양훈(50·여수)씨는 "부인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면서 "앞으로도 가끔 찾고 싶다"고 했다. 정씨는 학창시절에 영화를 본 이후 장흥에서 처음보는 영화여서 감회가 새로웠다고도 했다.

정남진 시네마를 찾은 관람객들이 영화를 보려고 상영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15일 초저녁 풍경이다.
 정남진 시네마를 찾은 관람객들이 영화를 보려고 상영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15일 초저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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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관이 개관 한 달 만에 지역의 어엿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정남진 시네마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재광(46) 매니저의 말이다.
 "작은 영화관이 개관 한 달 만에 지역의 어엿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정남진 시네마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재광(46) 매니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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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진 시네마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에 따르면 작은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평상시 100명을 넘는다. 중·장년층과 주부들이 즐겨 찾는다. 직장인과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르기도 한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250∼300명이 찾는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많이 찾아온다. 개관 이후 날마다 오는 영화광도 있다는 귀띔이다.

정남진 시네마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재광(46) 매니저는 "작은 영화관이 개관 한 달 만에 지역의 어엿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주민들의 영화에 대한 욕구, 문화공간에 대한 갈증이 이렇게까지 큰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또 "영화관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는 젊은층도 많다"면서 "영화관 하나가 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뿐만 아니다. 정남진 시네마는 영화관을 주민들의 모임이나 행사공간으로 빌려주고 있다. 주민들이 영화관에서 모임을 하고, 같이 영화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배려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영화를 골라서 볼 수도 있다. 큰 영화관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일이다.

작은영화관 정남진 시네마는 장흥국민체육센터 4층에 들어서 있다. 장흥에 영화관이 들어선 것은 지난 1987년 장흥극장이 사라진 지 28년 만이었다.
 작은영화관 정남진 시네마는 장흥국민체육센터 4층에 들어서 있다. 장흥에 영화관이 들어선 것은 지난 1987년 장흥극장이 사라진 지 28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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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진 시네마의 상영관 모습. 아담한 공간이지만 장애인 지정석까지 따로 갖추고 있다.
 정남진 시네마의 상영관 모습. 아담한 공간이지만 장애인 지정석까지 따로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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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진 시네마는 작은 영화관이다. 상영관이 2곳, 자리는 60석과 39석에 이른다. 규모는 작지만 내부 시설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관람객들이 눈의 피로를 느끼지 않을 만큼 스크린이 크다. 음향시설도 고급이다. 3차원 입체 영화까지 상영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의자도 편안하다. 팝콘과 음료도 판다.

영화는 오전 10시부터 상영한다. 2개 관에서 날마다 5차례씩 모두 10편을 상영한다. 모두 전국 동시 개봉작이다. 마지막 영화가 밤 11시쯤 끝난다. 관람료는 일반인과 학생 구분 없이 5000원이다. 다른 지역의 영화관과 달리, 영화 시작 전에 상업광고도 하지 않는다.

영화관 안에는 카페가, 밖에는 하늘이 보이는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만나고 쉬는 공간이다.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 영화관 시설에는 국·도비와 군비 절반씩 모두 13억 원이 들어갔다. 장흥읍에 있는 국민체육센터 4층에 자리하고 있다. 일 년 내내 쉬는 날 없이 운영한다.

작은 영화관 '정남진 시네마'의 상영관 모습. 규모는 작지만 내부 시설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영화 시작 전에 상업광고도 하지 않는다.
 작은 영화관 '정남진 시네마'의 상영관 모습. 규모는 작지만 내부 시설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영화 시작 전에 상업광고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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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남진 시네마는 11월 23일부터 27일까지 '우리동네에서 즐기는 신나는 영화축제'를 주제로 기획전을 마련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 문학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등을 주로 선보인다.

기획전은 23일 오후 7시 세상의 편견에 맞서 진실을 찾아나서는 영화 '변호인'과 노래와 음반제작 이야기를 그린 '비긴 어게인' 상영으로 시작됐다. 27일까지 '천년학', '늑대아이', '꾸빼씨의 행복여행',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모두 14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관람료도 없다. 25·26일엔 영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을 보고 영화 속 캐릭터의 가면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정남진 시네마의 내부 풍경. 휴식공간은 물론 차를 마시며 사무까지 볼 수 있는 공간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정남진 시네마의 내부 풍경. 휴식공간은 물론 차를 마시며 사무까지 볼 수 있는 공간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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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남진시네마, #작은영화관, #이낙연, #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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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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