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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울산시 남구 이수화학 하늘 위로 먹구름이 잔뜩 몰려와 있다. 소방당국은 1천ℓ의 불산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울산시 남구 이수화학 하늘 위로 먹구름이 잔뜩 몰려와 있다. 소방당국은 1천ℓ의 불산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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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도 지난 16일 일어난 울산 이수화학 불산 누출사고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12년 일어난 구미 불산 사고의 12톤에 비하면 작은, 1톤 정도의 불산이 누출됐다고 한다. 하지만 화학사고에서 누출량과 피해 규모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노동자 5명 사망, 소방관 18명 부상, 주민 1만2000명 병원 검진, 212헥타르 농작물 고사, 가축 4000여 마리 폐사, 주민보상액만 380억 원. 이 수치는 우리나라 화학물질사고 역사상 전무후무한 참사로 기록된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2012. 9. 27)의 피해 규모다. 이 엄청난 피해는 사고 사업장과 관계기관 모두 불산 같은 사고대비물질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없는 가운데 일어났다.

지난 16일 울산에서 또 불산 누출사고

지난 2013년 1월에 터진 삼성화성공장 불산 누출사고는 사고 지역인 경기도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화학물질관리 지방조례'가 통과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같은 해인 2013년 상반기에는 사고발생 사업장에 매출액 5%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됐다. 수십 년 동안 개정안 내용을 준비한 전문가는 '내가 죽을 때까지 만들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여론에 밀려 급히 통과된 개정안은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화학물질사고 예방과 대처의 핵심인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보장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채 개정안이 2015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구미불산 누출사고 3년이 지난 지금, 화학물질사고는 안타깝게도 계속 증가 추세다. 2013년 한해에만 총 87건이 발생해 예년 평균 12건에 비해 7배 이상 급증한 이래, 2014년 103건, 2015년 상반기만 61건의 사고가 전국 도처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2013년 한 해에만 주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중대재해 및 화학사고 예방대책 등을 수차례에 내놓았지만 임시방편이었다.

구미불산 누출사고 이후 시민사회단체는 1년간의 조사사업과 정책개발 워크숍을 통해 마스터플랜을 완성하고 2014년 3월 26개 시민사회단체로 발족한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아래 감시네트워크)'를 발족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지역주민 알권리와 참여가 보장된 지역통합적 관리대응체계인 '화학물질관리 및 지역사회알권리법(아래 알권리법) 제정운동'을 진행해 왔다.

화학물질사고 예방에서 감시자로서의 주민 역할은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지난 1986년 제정한 '응급계획과 지역사회 알권리법'이나 캘리포니아의 주민발의 65호, 캐나다 토론토의 지역사회알권리 조례안도 마찬가지다. 지역주민이 화학물질정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어느 정도 지역사회에 참여하느냐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적인 문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제대로 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공개된 물질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사고 시 대응체계도 체계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때문에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것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외국 사례처럼 법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 통과에도 실효성 떨어지는 이유

지난 11월 16일 오전 울산시 남구 이수화학에서 불산이 누출돼 방제 작업을 위해 출동한 소방 차량이 인근 도로에 줄지어 서 있다.
 지난 11월 16일 오전 울산시 남구 이수화학에서 불산이 누출돼 방제 작업을 위해 출동한 소방 차량이 인근 도로에 줄지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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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 인근 공장에서 지역사회로 배출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주민들이 알고, 주민이 참여하고 동의하는 화학물질 관리 및 비상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이와 관련된 제반 정보가 주민들에게 단순히 통보되는 것이 아닌 지역별위원회라는 체계를 통해 소통되고 관리되도록 하는 내용이 알권리에 포함된다.

현행 제도는 화학물질 관리계획 수립을 중앙 환경부에서만 세우게 돼 있다. 이 권한을 지자체에 줘서 도나 시 차원의 주민대표를 포함한 민관이 참여하는 화학물질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이 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화학물질 정보 공개와 사고 시 비상대응계획을 수립, 시행하자는 것이다.

감시네트워크는 1년간 알권리법 제정운동과 더불어 화학물질관리법을 상위법으로하는 지자체별 화학물질 지역사회알권리조례 제정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올해 들어 인천시(5월 1일), 전라북도(10월 30일), 군산시(11월 2일)가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가 일부 보장된 조례를 제정하였고 양산시, 여수시 등이 연내 추진 중이다.

울산시는 이미 제정된 다른 지자체의 조례를 참조하여 지금 즉시 '울산시 화학물질 지역사회알권리 조례(울산시 조례)' 제정에 나서길 바란다. 가장 빠른 방법은 울산시장이 직접 나서서 시장발의하는 것이다. 마침 울산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실시한 알권리조례 찬성 유무를 묻는 감시네트워크의 공개질의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올해 통과된 다른 지자체의 알권리 조례에는 가장 중요한 '화학사고 시 주민 고지' 조항이 빠져 있다. 울산시장은 가장 먼저 사고 사실을 알아야 할 주민들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조례 내용이 울산시 조례에는 반드시 포함되도록 추진해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번주 국회에서는 지역사회알권리법(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안소위와 본회의 개최가 예정되어 있다. 반드시 제정되길 바란다. 이글은 울산저널,일과건강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지역사회알권리법, #울산 이수화학, #불산 화학물질사고, #일과건강,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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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건강 기획국장으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이며 안전보건 팟캐스트 방송 '나는무방비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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