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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형 혁신학교 이름은 '행복나눔학교'입니다. 올해부터 행복나눔학교로 선정된 21개 학교에서 4년간 교실 혁신이 꾸준히 추진됩니다. 행복나눔학교가 공교육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공동으로 행복나눔학교를 돌며 시행 1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말]
천안 동성중학교
 천안 동성중학교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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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동성중학교(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교장 유재흥) 현관에 들어서자 빼곡하게 정리된 안내문이 기자의 시선을 끌었다. 11월 공개수업 일정표다.

지난 2일 음악을 시작으로 13일까지 무려 2주간이다. 한문, 사회, 영어, 수학, 진로, 과학, 도덕, 미술, 국어, 체육, 기술·가정까지 모든 과목이 망라돼 있다. 공개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만 25명(25시간)이다. 교과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모든 교사가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대다수 학교에서 공개수업을 꺼린다.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공개수업을 하는 날이면 학생들까지 긴장했다. 평소와 달리 청소를 신경 써야 했다. 교탁 앞에는 학습과정안을 정리한 매직으로 쓴 차트가 등장했다. 사전에 이런 질문을 할 테니 누구누구가 손을 들고 이렇게 답변하라는 식의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내보여야 하는 공개수업은 지금도 교사들에게 부담을 주기는 매한가지다. 대개의 학교에서 1∼2일 만에 공개수업을 끝낸다. 그런데 동성중은 이틀이 아닌 2주 동안 공개수업을 하고 있다.

"억지로 시켜서 될 일이 아니죠.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어요" 서한석 교감이 말했다.

과자 먹으며 과학 수업... 수업을 즐기는 아이들

동성중학교 1학년 도덕 공개 수업 장면
 동성중학교 1학년 도덕 공개 수업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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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중인 동성중 1학년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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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2교시 1학년 1반 도덕 수업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방해되지 않게 조심조심 교실로 들어서 기자도 수업을 참관했다. 맨 뒷자리에 7∼10명의 어른들이 수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인근 다른 학교 또는 같은 학교 동료 교사들이었다.

이미 2학기 내내 '생태'를 주제로 주제통합수업을 해오던 차였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자연의 혜택과 소중함', '학교 옆 생태길 걷기' 등이 그동안의 수업내용이다. 이날은 '삶의 소중함'이 수업 주제였다. 학생들이 모둠별로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을 극복한 경험을 나누고 있었다.

서진이는 장염에 걸렸을 때의 고통과 가족들의 보살핌으로 병을 이겨냈던 경험을 소개했다. 혜자는 록커의 꿈을 갖고 있는데 아버지의 반대로 힘겹단다. 친구들은 아버지를 잘 설득해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범기는 축구시합 도중 똥이 마려웠지만 참아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한바탕 까르르 웃었다. 

이어 '내 삶에서 감사한 것'을 찾아 돌아가면서 이야기했다. 수업의 마지막은 가치 있게 살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서로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세도, 표정도 자연스럽고 즐거워 보였다.

과학실에서는 과학수업이 진행 중이다. 책상 위에는 고무풍선에서부터 과자와 초코 우유, 바나나 우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먹을 게 즐비하다. 수업주제는 '기체의 압력, 온도와 부피관계'다. 마찬가지로 여러 명의 교사들이 수업을 참관 중이다.

"공개 수업하면서 서로 배워요... 제대로 된 진짜 공개수업"

과학 공개수업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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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흥 교장(앞)이 점심시간에 학생들의 배식 활동을 돕고 있다.
 유재흥 교장(앞)이 점심시간에 학생들의 배식 활동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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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웅 과학 교사는 모둠을 돌며 드라이아이스를 책상 위에 쏟거나 작은 용기에 담는다. 아이들이 드라이아이스를 손끝으로 만지며 촉감을 즐긴다. 이어 드라이아이스가 담긴 용기에 과자와 우유 방울을 떨어트린다. 초코 우유는 초코 과자로, 바나나 우유는 바나나 과자로 변했다. 학생들은 실험을 통해 만든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즐거워했다.

유 교사가 실험 결과로 '보일의 법칙'(일정한 온도에서 기체의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 관계)과 '샤를의 법칙'(일정한 압력에서 기체의 온도와 부피는 비례)을 설명했다. 그는 "이후 보일과 샤를의 법칙을 이용한 계산으로 가면 힘들어지는데 이렇게 실험을 통해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계산식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덕 공개 수업을 마친 한현미 교사에게 공개수업을 2주 내내 하는 이유를 물었다. 많은 동료교사들이 수업을 참관하는 연유도 함께 물었다.

"동료 교사들은 좋은 스승이에요. 수업을 공개하면 동료 교사들이 서로 다양한 평을 해줘요. 그리고 저도 다른 교사들의 수업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워요. 수업 공개는 나를 성장시켜요.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한 방법을 배우게 되지요.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서로 볼 수 있도록 여러 날에 걸쳐서 공개 수업을 해요. 말하자면 제대로 된 진짜 공개수업을 합니다. 지금은 인근 교사들도 알고 수업을 참관하러 옵니다."

처음부터 교사들이 수업 공개를 원했는지 물어봤다.

학생들이 학교 뒷편에 조성된 생태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뒷편에 조성된 생태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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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왜 모든 수업을 공개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교사도 있었어요. 하지만 서로 보면서 성장에 도움이 되니까 참여가 늘어났어요. 수업을 보고 강평시간을 갖는데 무엇을 지적하는 평은 하지 않아요. 원칙은 좋은 점만을 찾아 말하는 것입니다"

이사장실 대신 '북카페' 운영

동성중은 사립학교다. 사립학교엔 교장실 외에 별도의 이사장실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성중에는 이사장실이 없다. 반면 교사들의 휴식 공간인 '북카페'가 마련돼 있다.

"학교 운영을 교사들에게 믿고 맡겨요. 알아서 잘 운영하라고 합니다. 이사장실 만들 공간이 있으면 다른 공간으로 활용하라고 합니다. 신규직원을 뽑을 때도 자체 인사위원회 결정을 존중합니다."

그렇다고 학교운영에 무관심한 건 아니다.

"학교 옆에 야산이 있어요. 이사장께서 교육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구입했어요. 생태 산책길을 만들어 학생들이 학교생활과 교과과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이 학교 이사장은 최호준 전 경기대 총장이다. 그는 총장재임 당시 월급 전액을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장과 교감도 열성적이다.

"민주적인 환경이 갖춰져 있어요. 교장 선생님도 n분의 1로 의견을 내고 참여하세요. 최종결정은 교사들이 합니다."

이날 유재흥 교장은 학교 급식실에서 늘 해오던 대로 학생들의 점심 배식 활동을 돕고 있었다.

천안 동성중은?
1961년부터 성환, 음봉, 직산 지역 학생들의 배움터로 자리매김했다.

학년별로 4~6학급씩 모두 473명이 재학 중이다. 교사 30명에 1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중학교지만 교과별로 교실(19개)을 지정, 대학처럼 이동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학생자치실, 교사들의 쉼터인 북카페, 다목적 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2012년에 이어 올해에도 '충남 100대 교육과정 우수교'로 선정됐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태그:#천안 동성중, #행복나눔학교, #혁신학교, #수업공개, #공개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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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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