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4회초 2사 주자 2, 3루 때 대한민국 박병호가 좌월 3점 홈런을 친 뒤 더그 아웃에 들어와 관중석을 향해 두 주먹을 쥐며 포효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4회초 2사 주자 2, 3루 때 대한민국 박병호가 좌월 3점 홈런을 친 뒤 더그 아웃에 들어와 관중석을 향해 두 주먹을 쥐며 포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프리미어 12 우승을 끝으로 2015 야구 시즌이 공식적으로 모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라운드보다 더 뜨거운 스토브리그가 야구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해외 지망 선수들, 국내 무대에서 FA 대박을 노리는 자유계약 선수들의 거취는 한일전만큼이나 흥미로운 스토브리그의 관전 포인트다.

올해는 유난히 KBO 출신 야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활발하다. 이미 메이저리그행에 가장 근접한 넥센 박병호는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에서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1285만 달러(약 149억 원)의 응찰액을 제시받고 협상이 진행 중이다.

뒤이어 손아섭도 24일 포스팅이 마감되고, 메이저리그의 최고응찰액 통보만 남겨놓은 상태다.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두산 김현수와 일본 무대에서 4년간 활약했던 이대호 역시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식화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은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제외하면 모두 타자들이다.

한국야구에 메이저리그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중반부터다.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필두로, 김병헌, 서재응, 김선우 등 많은 선수들이 꿈의 무대에 도전했고 투수들의 진출이 특히 활발했다.

그러나 그동안 타자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경우는 추신수가 유일했다. 최희섭도 있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기간이 짧았다. 특히 KBO 무대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국내 최고의 거포로 꼽혔던 이승엽도 전성기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으나 시장의 냉대만 받고 자존심이 상한 채 일본 무대로 방향을 돌려야 했다. 한국 야구와 타자들의 수준을 더블A 이하로 낮게 보던 미국야구계의 인식을 반영한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지난해 KBO 야수로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강정호의 연착륙은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강정호의 데뷔 때만 하더라도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던 미국 야구계와 언론은 이제 KBO 정상급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실한 근거를 찾게 됐다. 오히려 지난해 김광현, 양현종, 윤석민 등 KBO을 대표하던 투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다가 잇달아 쓴맛을 본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최근 박병호나 김현수, 손아섭 같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으며 현지 언론에서도 이들의 영입 가능성을 유력하게 거론한 것은, 메이저리그가 본격적으로 국내 프로야구 시장을 새로운 선수 공급처로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 야구계는 재능있는 한국의 아마추어 유망주들을 조기에 스카우트하여 마이너리그를 통해 육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이런 루트로 성공한 선수들은 추신수같이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어린 선수들 대부분은 마이너리그에서 코칭스태프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하고 기약 없는 경쟁체제에 지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저비용 고효율... '팀 스피릿'이 강점인 한국 선수들

하지만 이제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일정한 경험을 쌓고 실력을 인정받은 실력파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최근 국제대회를 통하여 높아진 한국야구의 위상과 수준에 대한 신뢰도 한몫을 담당했다. 미국 야구계는 2008 베이징올림픽이나 WBC, 프리미어 12 등을 통해 한국 야구의 수준이 타 리그에 비하여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진출 사례가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몸값은 일본이나 중남미의 스타급 선수들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강정호나 박병호의 몸값은 국내 야구계 기준으로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미국 야구계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높은 금액도 아니다. 피츠버그나 미네소타처럼 미국 내에서 빅마켓과는 거리가 있는 구단들도 한국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하여 과감히 투자를 할 수 있다.

또한 국제 대회 등에서 드러난 한국 선수들의 인상은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있고, 동료들 간 연대감이 뛰어나며, 전술수행능력도 좋은, 소위 '팀 스피릿'이 강하다는 것이다. 개성이 강하고 무한 경쟁의 영향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의 지시에 충실하고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한국 선수들의 성향은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한 번쯤 거품이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보다 월등히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일본에서도 '타격 기계' 스즈키 이치로,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가 성공을 거둔 이후 많은 일본프로야구 야수들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실패 사례가 더 많았다.

대표적으로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서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던 후쿠도메 고스케는 2008년 시카고 컵스와 4년간 4800만 달러의 파격적인 조건에 대형 계약을 맺었으나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2011년 클리블랜드를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당했다. 이밖에 조지마 켄지, 마츠이 카즈오, 이와무라 아키노리 등의 실패 사례가 이어지면서 일본인 야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붐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거품이 빠지면서 일본 선수들의 몸값도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를 볼 때, 오히려 한창 전성기를 보내야 할 선수들이 충분히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메이저리그 진출에만 집착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국내 야구계로서는 손실이 될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한국인 타자들도 저마다 장단점이 뚜렷하다. 이대호는 적지 않은 나이와 수비 포지션 문제가 걸림돌이고, 박병호는 KBO에서 보여준 파괴력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지 미지수다. 김현수나 손아섭은 메이저리그에서 필수적인, '장타력'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설사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실력과 재능이 있더라도, 구단과의 협상과 팀 내 포지션 경쟁 문제, 부상 등 다양한 변수가 놓여있어서 언제든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과연 올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인 타자들 중 몇 명이나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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