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의 예능에서 게스트는 어느 순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가 되었다. 게스트들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하고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웃음에 대한 강박 없이 어떤 상황에서 누군가가 보여줄 수 있는 일상적인 반응에 예능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나영석 PD의 스타일이다. 나 PD는 한정된 자금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직접 밥을 지어먹는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드러나는 출연자들의 본성 중 매력적인 포인트만을 잡아 시청자 스스로 발견하게 한다.


나영석 표 예능에 출연하는 이들은 그다지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법하다. 가만히 있어도 그것이 일상적인 모습이 되고, 호감으로 포장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시세끼>에 출연하는 옥택연이나 손호준은 있는 그대로 건실하고 튼튼한 청년의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게스트로 등장한 최지우나 박신혜 역시 웃음을 만들기보다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함으로 호감을 얻었다.


<삼시세끼-정선편>에서는 박신혜, 최지우, 김하늘, 보아 등 여성 게스트가 대거 등장했다. 최지우는 여자 캐릭터가 낄 공간이 없을 것 같은 <꽃보다 할배>에서도 이서진을 보좌했다. 나영석 PD는 여자 캐릭터와 남자 출연진의 미묘한 관계를 포착해낸다. 노골적으로 그들의 관계를 강조하지는 않지만, 은근하게 '썸'을 타는 그림을 그려낸다. 다만 그 관계는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적당히 설레는 정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삼시세끼-어촌편>에는 유독 남자 게스트가 등장한다. 박형식, 이진욱에 이어 마지막 게스트로 윤계상이 등장할 것으로 알려지며 결국 <삼시세끼-어촌편>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이번에도 없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삼시세끼-어촌편>의 반응은 뜨겁다. 이진욱은 잘생긴 외모에 4차원적인 행동으로 고정 출연을 원하는 반응까지 얻어냈다. 


나영석 PD는 <삼시세끼>에서 가족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이를테면 요리를 잘하고 깔끔한 차승원은 엄마, 낚시를 해 물고기를 잡아오고 불을 피우는 유해진은 아빠, 심부름을 도맡은 손호준은 자식이라는 식이다.


<삼시세끼-정선편>에서는 가족의 정체성이 직계보다는 사촌 정도로 설정되어 있다. 이서진과 옥택연은 약간은 서먹한 삼촌과 조카 정도로 그려진다. 누구도 요리에 능숙하지 않고 집안일에 수완을 보이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삼시세끼-어촌편>은 이미 완성된 가족의 형태다. 차승원의 꼼꼼함과 요리 실력은 이미 보통의 남자는 물론, 웬만한 여성까지 뛰어넘었다. 유해진 역시 차승원과 합이 잘 맞는다. 따라서 여기에는 오히려 독특한 남성 캐릭터를 더해 실질적인 '게스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선편과 어촌편은 비슷한 콘셉트이지만, 나영석 PD는 캐릭터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해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 나영석표 예능이 연타 홈런을 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적재적소에 캐릭터를 사용할 줄 아는 현명함이 '믿고 보는' 나영석표 예능을 만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5.11.22 09:30 ⓒ 201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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