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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겨울이 다가오면 광에 연탄을 쟁여놓고 김장 김치를 담그느라 온 집안이 분주했다. 그것을 '월동준비'라 불렀고 1년 중 가장 큰 일이었다. 요즘은 보기 힘든 광경이다. 겨울이 너무 말랑해졌다. 군대에서 아직도 혹한기라는 용어를 쓰는지 모르겠으나 최근 몇 년의 겨울 추위를 혹한기라 하기는 다소 민망하다.

그만큼 따뜻한 겨울이었다. 굳이 애써 준비할 것까지 뭐 있나 싶다. 게다가 세상이 좋아졌다. 애써 옮겨 싣고, 올리고, 쌓아야 할 연탄은 사라져가고 도시가스로 난방을 한다. 굳이 특정 시기에 김치를 대량으로 담그고 땅을 파고 독을 묻는 일 따위는 하지 않고 김치 냉장고를 한 대 들여 놓는다. 돈만 있으면 된다. 월동 준비? 돈만 충분하면 가스는 끊기지 않고 김치도 사다 먹으면 더 편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월동준비를 한다. 영세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에 살면서 경기도 외곽에서 100제곱미터(30평)짜리 공간을 임대해 장사를 한다. 대리석 외벽에 수세식 화장실이 번듯한 그런 가게를 상상하면 안 된다. 약간의 기초공사를 하고 시멘트를 부어 바닥을 만든 뒤 철 골조를 세우고 벽을 샌드위치 패널로 채워 순식간에 지어 올리는 창고가 내 사무실이다.

'창고살이'라고 해도 급이 있어서 여유가 좀 있으면 샌드위치 패널로 창고 내부에 사무실 공간을 따로 만드는데 나는 그럴 형편도 아니다. 몇 백씩 들어가는 공사 비용도 부담이 됐고 이 창고에서 몇 년이나 더 장사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창고살이를 마다 않는 이유

지난 겨울의 동지 살면 살 수도 있겠지만 너무 답답하다. 올해는 작별하기로 하고 본래의 쓰임대로 다음 봄 캠핑 때나 펼치려고 한다.
▲ 지난 겨울의 동지 살면 살 수도 있겠지만 너무 답답하다. 올해는 작별하기로 하고 본래의 쓰임대로 다음 봄 캠핑 때나 펼치려고 한다.
ⓒ 강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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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들여 사무실 지었다가 이사라도 가게 되면 그 돈은 다 날리는 거다. 그래서 사무실 공간을 따로 만들지는 못했다. 창고 한 귀퉁이에 책상 놓고 노트북 내려 놓으면 그게 사무실이고 그 옆에 테이블 놓고 도시락 꺼내 놓으면 식당이다.

이 창고 겸 사무실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단열이 부족한 건물이라 외부 기온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대책은 있다. 간단하다. 공간에 맞는 에어컨 놓고 열풍기 들이고 전압 올려서 돌리면 끝이다. 그럼 여름은 춥고 겨울은 덥게 지내는 게 어렵지 않다.

언제나 목구멍에 '턱' 걸리는 건 돈이다. 그렇게 30평을 냉기와 온기로 채울 돈이면 몇 달 생활비로 쓸 수 있다. 그럴 돈이 있었으면 이렇게 서울에서 경기도 외곽까지 출퇴근하지 않고 서울 중심가에다 가게를 얻었을 것이다. 싼 전셋집을 찾아 서울 외곽에서 경기도, 경기도 중심부에서 다시 경기도 외곽으로 사람들이 흩어져 모이듯이 싼 임대료를 찾아 왔다. 그러니 냉난방비로 헛돈을 쓸 수는 없었다.

여름에는 선풍기 틀고 반팔, 반바지 입고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서 버틴다. 하지만 겨울은 아무리 어금니 꽉 깨물어도 버텨지지가 않는다. 겨울이 말랑해졌다고는 해도 기본적인 단열과 난방이 된다는 전제 하에서의 이야기다.

겨울이면 창고는 거대한 냉동실이 된다. 창고 벽면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데다가 아무리 틀어 막아도 황소 바람이 들어온다. 난방을 하지 않으며 며칠 지나지 않아 병원행이다.

지난 겨울에는 2인용 텐트를 치고 그 안에 온수매트 깔고 앉은뱅이 의자와 접이식 캠핑용 테이블을 놓고 지냈다. 텐트는 좁았다. 들어갈 때는 허리를 굽혀 기다시피 했고 안에서는 앉아서 생활해야만 했다. 답답증이 나긴 했지만 어쨌든 추위는 피했다. 온수매트의 온기가 무릎 위로는 올라오지 않아 담요를 덮어야 했지만.

올해는 그 텐트마저 펴지 않기로 했다. 텐트에서 기어나오는 걸 손님들이 뜨악하게 쳐다보는 게 싫었다. 무엇보다 그 답답함이 싫었다. 공간을 확장해서 의자를 쓸 수 있게 해 보기로 했다.

처음 떠올린 건 얼음 낚시 텐트였다. 어차피 이것도 텐트이긴 하지만 모양이 남다르다. 직육면체에 바닥이 없다. 그러니 정확하게는 직오면체다. 책상 위에서 뒤집어 씌우면 사무실 대용이 되지 않을까? 높이가 높고 폭이 넓은 걸 고르면 움직이는 데도 불편하지 않겠지?

한겨울, 캠핑용품은 어떻게 팔 것인가

그런 생각으로 인터넷을 뒤졌다. 맞춤한 사이즈, 2.4 x 2.4m 넓이에 높이 2m짜리가 있다. 그런데 외국에서만 판다. 요즘 세상에 그게 뭔 대수이겠나. 이베이에서고 아마존에서고 수입하면 된다. 문제는 돈. 4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일단 보류.

다음에 눈에 들어온 건 캐노피 천막이다. 야외 판촉행사나 축제장에서 많이 보이는 천막이다. 이게 지붕만 있는 게 아니고 4면 바람막이도 있다. 사이즈도 넓이 3x3m를 쓰면 딱이다. 가격은 20만 원 대 중반. 해 볼 만하다.

천막 사무실 여기에 4면 바람막이만 두르면 아늑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 부디 그 안에서 비수기 타개책이 떠오르길.
▲ 천막 사무실 여기에 4면 바람막이만 두르면 아늑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 부디 그 안에서 비수기 타개책이 떠오르길.
ⓒ 강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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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돈 아끼는 것도 좋지만 좀 지쳤다. 몇 번이고 인터넷 주문 버튼을 클릭할 뻔했다. 하지만 또 걸린다. 과연 설치가 가능할 것인가. 보통 캐노피 천막은 야외에서 사용하는 거라 지붕 중앙이 뾰족하고 높다. 멀리서도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난 이걸 실내 높이 3미터 창고에서 써야 한다. 가능한 모델을 찾아야 했다.

드디어 창고에 맞는 모델을 찾았고 최저가를 찾아 며칠을 서핑했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 인천에서 중고 물건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아싸. 누가 채갈세라 득달같이 달려가 들고 왔다. 오자마자 펼쳤다. 천막 전주인은 옥상에서 고기 구워먹으려고 샀는데 부부 둘이서도 치기 어려웠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는 안 되도 되게 해야 한다. 혼자서 설치하는 방법을 궁리하고 인터넷에서 답을 구한 끝에 한 시간 낑낑댐으로 설치 완료했다. 내 계산과 달리 지붕 꼭지가 창고 천장에 닿았다. 하지만 천막이 버티는 데는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천막은 네 다리를 딱 버티고 안정감 있게 서 있었다.

이제 바람막이만 설치하면 겨울에도 허리를 펴고 살 수 있다. 최소한 몸에 냉기가 차서 병원을 편의점처럼 들락거리지는 않아도 된다. 뿌듯하다. 이렇게 작은 월동준비는 끝나간다. 하지만 더 큰 월동준비가 남아 있다.

겨울은 캠핑용품이 팔리지 않는 비수기다. 그것도 불경기 와중의 비수기다. 이건 혹한기 중의 냉수마찰보다 더 소름끼친다. 이건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첩첩산중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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