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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인터뷰를 마친 김윤상 행정학부 석좌교수(오른쪽), 이정우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가 교정 낙엽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7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인터뷰를 마친 김윤상 행정학부 석좌교수(오른쪽), 이정우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가 교정 낙엽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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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사회'와 '경제 불평등' 해소에 평생을 바친 두 학자가 올해 나란히 정년을 맞았다.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주장하는 '토지정의운동' 개척자인 김윤상(66) 경북대 행정학부 석좌교수와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이정우(65)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관련기사: 이 시대 선비들, '불평등 대한민국'을 논하다).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퇴임 강좌를 앞둔 지난 17일 오후 대구 경북대 법학관에 있는 김윤상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두 사람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두 사람이 수십 년 노력해 만든 '종부세'가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간 기억이 다시 떠올랐을까? 바로 지난 14일 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60대 농민 때문이었다.

이정우 "떳떳하지 못하니까 '근혜 산성' 쌓아"
김윤상 "'나만주의' 쪽이 강해져 물대포 터져"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이정우(65)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이정우(65)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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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주장하는 '토지정의운동' 개척자인 김윤상(66) 경북대 행정학부 석좌교수.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주장하는 '토지정의운동' 개척자인 김윤상(66) 경북대 행정학부 석좌교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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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그 동영상을 봤는데 아주 가까이서 물대포를 맞았어요. 그러면 사람이 죽기 때문에 사용수칙에도 못하게 돼 있을 텐데 말이죠. 차벽도 그래요. 이명박 정부부터 '명박산성'을 만들더니 '근혜산성'이 등장하는데, 선진국에서 시위 막자고 그런 식으로 산성 쌓는 건 못 봤어요. 그만큼 자신이 없고 떳떳하지 못하다는 얘기예요. 정부가 자신이 있어서 개방하고 얘기하자고 하면 폭력 시위로 안 갑니다. 막으니까 사람들이 화나고 더러 일탈 행동도 나올 수 있는데 그것만 나무라고 있어요. 국정 교과서도 그렇고, (노동 개혁) 노사정 합의도 그렇고 정부 하는 짓이 너무 거꾸로 가고 잘못 가고 있으니까 분노가 쌓일 만큼 쌓여 사람들이 그렇게 모이는 거예요."

이정우 교수의 강한 일침에, 김윤상 교수는 자신의 '좌도우기(左道右器)'론을 대입했다. 좌파(진보)가 추구하는 가치를 우파(보수)도 동의하는 방식으로 실현하는 '좌도우기'가 성공하려면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나만주의(이기주의)' 세력을 배제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한 '너도주의'끼리 손을 잡아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윤상: "너도주의 관점에선 평등, 분배, 복지를 강조하는 좌파나 자유, 성장, 시장을 강조하는 우파 다 좋아요. 나만주의 관점에서 무임승차하려는 좌파도 있고, 승자 독식, 기득권 수호하려는 우파도 있는데, 현실 정치에선 이들이 돈 대고 표주니까 한 편 해야 해요. (새누리당) 나성린, 이혜훈,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정도는 우파이면서도 '너도주의'에 속하는데, 지금 정권에선 '나만주의' 쪽이 더 강해지고 있어요. (너도주의 관점에서) 노동 개혁과 재벌 개혁을 같이 해야 하는데 (나만주의 관점에서) 노동 유연화만 하면 그 이익을 누가 다 가져가겠어요? 이명박 정부 이후 나만주의 쪽에 힘이 쏠리면서 물대포 사건도 나타난 겁니다."

 김윤상 경북대 석좌교수가 사회 제도에 대한 관점 차이에 따라 다시 분류한 좌파와 우파

이정우: "새누리당 말로는 자기들이 자유민주 세력이고 나머지 종북좌파라는데, 자유민주 신념이 있다면 국정 교과서 반대해야죠. 자유 민주 신념이 없다는 걸 스스로 폭로한 셈이죠."

김윤상: "박근혜 대통령이 권력을 움켜쥐고 국회의원들 목을 틀어쥐고 있으니까 말도 못하고 꼼짝도 못하는 거죠."

이정우 "유승민 박해, 정권 재창출 술수 의심"

기자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언급했더니 이정우 교수가 바로 반박했다.

이정우: "저는 유승민을 박해하는 게 각본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어요. 정권 재창출을 위한 고도의 작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게 학습 효과인데, 이명박 정부가 보수에서조차 실패했다고 보는 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낙승한 이유는 박근혜가 이명박에게 박해를 받아 정권 실패 책임에서 면제됐기 때문이에요. 이게 성공하니 정권이 실패해도 정권을 재창출하는 묘수라고 보고 의도적으로 한다고 봐요. 그 대상이 경상남도와 북도를 대표하는 김무성과 유승민이에요. 박정희 이후 김대중 제외하고 경상도에서만 대통령이 나오는 한국 현실에서 잠재적 대권주자로 보고 의도적으로 박해하는 고도의 정치 술수 같아요. 어디 나중에 두고 봅시다."

김윤상: "저는 각본이 있다고 보진 않지만 그런 결과가 될 가능성은 높아요. 각본이 있더라도 박근혜 머릿속이 아닌 다른 집단에 있을 거예요. 박근혜 표정에 나타나는 그 독기를 보면…."

이정우: "정권 내부에 고위 두뇌 집단이 있겠죠. (김윤상: 안 말리고 방치하는 거죠.) 아, 이거 나쁘지 않겠다고 보는 거 같아요. 여당은 계파 갈등이 결과적으로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지만 야당에서 친노, 반노하면서 싸우는 건 결국 야당 죽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어요."

"대구는 원래 야도, 김문수 대구 출마해선 안 돼"

김윤상 교수(오른쪽)와 이정우 교수는 1960년대 중고교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낸 '50년 지기'다
 김윤상 교수(오른쪽)와 이정우 교수는 1960년대 중고교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낸 '50년 지기'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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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의 성지'라는 대구에도 요즘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당장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이 대구 수성구에서 세 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다만 그 상대는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유력하다.([김부겸 인터뷰] "대구시민 가볍게 보지 말라/ 여야 넘어 의견그룹 만들겠다")
 
이정우: "대구가 원래 '야도(野都)'예요. 해방직후 좌파가 많다고 '조선의 모스크바'라고 불렸고 조봉암(진보당 당수)이 (3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승만에 압승한, 유일한 곳이죠. '국시론'을 주장한 유성환(전 신한민주당 대구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1986년 국회에서 국시는 반공이 아닌 통일이어야 한다는 주장해 구속됐다... 기자 주) 같은 야당 투사도 있었는데 수십 년째 야당 씨가 말랐어요. 김부겸 같은 젊고 참신한 국회의원이 당선했으면 좋겠는데 김문수(전 경기도지사)란 강적이 갑자기 경기도에서 뛰어들어 어렵게 됐죠. 경기도 갔으면 계속 있어야죠. 연어입니까, 회귀 본능 있나요? 그 사람 거기서 지역균형발전 반대하면서 수도권 키우겠다고 했으면 대구 돌아올 명분이 없어요, 수도권에서 커야죠. 김문수와 (서울대) 상대 선후배 사이지만 오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와선 안 됩니다."

김윤상: "사회를 바꾸려면 이론, 운동, 정치 3박자가 맞아야 해요. 그런데 정치가 소선거구제로 막혀 있어요. 어제(16일) 유종일 교수가 와서 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연했는데, 그게 안 되면 아무리 이런 얘기해봐야 이렇게(좌파, 우파끼리) 편이 돼요. 소선거구제에선 양당이 적대적 공생 관계가 될 수밖에 없어요. 비례대표제를 국회의원에게 맡겨서 되겠어요? 뉴질랜드에서 양대 정당이 자기 수에 걸려 갑자기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바꾼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는데 우리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법 있나요."

실제 사실상 국민당-노동당 양당 체제였던 뉴질랜드는 지난 1996년 총선에서 독일식 비례대표제(정당명부제)로 바꾼 뒤 실질적인 다당제 국가로 바뀌었다. 유권자들이 지역구 의원과 지지 정당에 각각 1표씩 행사한 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의석을 다시 배분하기 때문에 소수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비례대표제포럼' 등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우: "저도 요즘 비례대표제포럼에 호응하고 있는데, 우리 지역구 대표가 246명이고 비례대표가 54명으로 5대 1에 가까운데 반반인 독일 방식이 좋겠다 싶어요. 요즘 양당이 인구비례에 안 맞는 지역구를 못 줄여서 싸우고 있는데, 5~10개 줄일 게 아니라 150개까지 줄인다고 생각하고 가야 해요. 세계 최장신 사나이하고 최단신 할아버지 악수하는 사진이 재밌는데 키가 최장신인 터키 사나이 키가 246cm인데, 최단신 네팔 할아버지 키는 54cm예요. 이 사진 꺼내놓고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똑같이 가자 주장하면 좋겠는데…."

김윤상: "사람 키는 차이나 봐야 5배 인데 재산이 수십 배 수백 배 차이 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헨리 조지가 교황에게 보낸 서신이 생각나네요."

하지만 여야 양당은 오히려 비례대표 숫자를 50석 이하로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정우: "그럼 개악이죠."

김윤상: "정치개혁을 정치권에 맡기면 안 돼요. 대학 개혁을 대학교수에 맡기면 안 되는 것처럼(웃음)."

이정우: "(지역구를) 단기적으로 100석, 장기 목표는 150석까지 줄여야 해요."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부 석좌교수(왼쪽), 이정우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부 석좌교수(왼쪽), 이정우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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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박순옥 기자



태그:#이정우, #김윤상, #토지정의운동, #종합부동산세, #경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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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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