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이란 앨범을 발표한 소보는 강원도 춘천 소재의 한 국립대학병원 의공기사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 뮤지션이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곡 작업과 연습에 매진한 결과 음악 활동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중고신인'으로서 자작곡으로 채워진 첫 번째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
소보가 뮤지션의 꿈을 갖게 해준 롤 모델은 고 김광석이다. 소보는 고 김광석 20주기를 맞이하는 내년, 본격적 활동을 목표로 결성된 '김광석 20주기 프로젝트 밴드'의 리더로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의 삶에 자신이 만들고 부른 노래가 단 한 번이라도 들려지길 바란다는 소보. 강원도 춘천에서 병원근무를 마치고 서울 용산역에 도착한 그를, 지난 16일 오후 늦게 직접 만났다.
"한 사람의 다양한 인생을 앨범에 담고 싶었다"
▲ 페이퍼레코드에서 발매한 가수 소보의 첫 정규앨범 <타인의 삶> 곡 리스트와 재킷 이미지 ⓒ 페이퍼레코드
- 소보란 뮤지션에 대해 소개해 달라."2010년부터 프로 뮤지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선데이 시크릿'이란 남성 듀오로 두 곡의 싱글을 재작년과 작년에 발표했다. 그런데 집도 지방이고, 아무래도 제약을 많이 느껴 활동을 중단했다. 올해 초 전공을 살려 의공기사로 대학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현 소속회사 분들을 만나 다시 가수 생활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됐다. 그리고 소보란 이름으로 첫 번째 정규 음반을 발표하게 됐다."
- 오랜 기다림 끝에 자신의 첫 정규 앨범 발매한 남다를 것 같다."허심탄회하고 뭔가 쏟아낸 느낌이다.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몰입을 좀 더 해야 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 <타인의 삶>이란 앨범명이 독특하다. 어떤 기획의도를 갖고 준비했는지?"한 사람의 다양한 인생을 담고 싶었다. 누구나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타인의 삶'이라고 제목을 정했지만, 어떻게 보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 그리고 세상을 향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내 앨범을 들으실 분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 '소보'란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이유는?"부모님이 지금 사는 춘천 소양강 인근에서 '소양 보리밥' 식당을 운영한다. 회사에서 '소보'란 이름을 떠올렸고, 신종민이란 본명보다 뮤지션으로서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 동의했다. (웃음)"
▲ 포크 음악을 하는 가수 소보. '소양 보리밥'에서 이름을 따 왔다는 그는, 포크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 페이퍼레코드
- 본인이 가장 애착을 갖는 곡이 있다면?"먼저 스물다섯 살 때 만든 '반'이란 곡이다. '반오십'이란 말에서 영감을 가져온 곡인데, 비록 많지 않은 나이지만 25세가 된 젊은 청춘의 삶을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고 싶었다. 많은 분이 공감하고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한 곡을 더 꼽자면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돌아와줘'이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뇌리에 잊혀가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계속 기억하자는 마음을 노래로 담고 싶어 올해 초 현 소속사와 계약을 할 무렵에 곡 작업을 시작했다."
포크를 기반으로 한 친근한 밥상에 독특한 반찬을 올리다
▲ 가수 소보의 정규 1집 <타인의 삶> CD 초판에 담겨 있는 소보 페이퍼 토이 이미지. ⓒ 페이퍼레코드
- 춘천에 직장과 집이 있는 상황에서 음악 활동을 위해 제약이 따를 것 같다."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해서 그런지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1시간 정도면 기차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다. 앨범 작업 기간에도 금요일 근무를 다 마치고 서울 회사 연습실에 와서 곡 작업과 합주연습도 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꾸준히 해왔다. 직장과 음악생활 모두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쨌든 좀 더 바빠졌으면 좋겠다. (웃음)"
- 현존 인기 포크 뮤지션들과 다른 소보 음악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인 것 같다. (웃음) 굳이 이야기하자면 '다양성'이다. 포크 음악의 테두리 안에 브라스 연주가 가미된 빅밴드 스타일, 발라드, 빠르고 경쾌한 분위기 등 여러 음악 스타일을 접목해 보았다. 물론 정통 포크 사운드로만 채워진 곡도 들을 수 있다. 소보란 뮤지션은 '포크를 기반으로 하지만 다양한 사운드를 같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 포크 음악을 소보의 주 장르로 삼은 이유는?"처음부터 포크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팝, 록, J-Pop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들었는데, 그중 가장 좋아했던 장르가 포크 음악이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고 김광석이 남긴 노래들을 즐겨 연주하고 노래했다. 그분의 음악들이 내게는 롤 모델로서 가수의 꿈을 품게 하여 줬다."
- '김광석 20주기 프로젝트 밴드'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솔로 앨범 준비를 하면서 회사 대표와 메인 프로듀서가 제의했다. 고 김광석의 음악을 흠모하고 사랑하며, 뮤지션의 길을 걷고자 하는 친구들이 뭉쳤다. 너무 거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친구들끼리 프로젝트 밴드를 구성해 그가 남긴 명곡들을 재해석하고 헌정하는 라이브 무대를 갖게 된다면, 많은 관객에게도 깊은 감동으로 남지 않을까.
다른 두 멤버들과 연습을 시작한 지는 2달 정도 됐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음원이나 앨범으로도 정식 발매됐으면 좋겠다. 솔로 활동 못지않게 열심히 준비 중이다. '김광석 20주기 프로젝트 밴드'에 팬들이 많은 관심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 앞으로 뮤지션으로서 어떻게 평가되길 바라나?"대중에게 '친근함을 주는 음악인'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친근함 속에 '독특하다'는 이미지가 담기면 더 좋을 것 같다. 매일 차려지는 '친근한' 밥상에 구미를 자극하는 '독특한' 맛과 향의 반찬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그러려면 좋은 곡 잘 만들고 활동도 열심히 하는 길밖에 없을 듯하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