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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의 막내딸이 멀리 타향에서 애태우며 올린 편지글이 SNS를 울리고 있다.

네덜란드에 거주 중인 백씨의 막내딸 백민주화씨는 20일 귀국 예정이다. 백씨는 자신의 아들이자 백남기씨의 외손자가 함께 병상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아버지가 죽음과 싸워 이겨내달라는 응원글을 올렸다. 이 글이 페이스북으로 널리 공유되면서 누리꾼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밤 쓰러진 백씨는 15일 오전 4시경 뇌수술을 마쳤지만 뇌출혈과 뇌부종이 심해 18일 오후 현재까지도 혼수상태에 머물러 있다.

다음은 백민주화씨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이다.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의 막내딸이 해외에서 페이스북글을 올리며 함께 올린 백남기씨와 손자의 사진.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의 막내딸이 해외에서 페이스북글을 올리며 함께 올린 백남기씨와 손자의 사진.
ⓒ 백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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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지.

아빠. 이제 이틀 남았어.

아빠가 건강할 땐 맨날 보고싶진 않았거든? 근데 지금은 한 시간에 한 번씩 보고싶다. 원래 막내 딸들이 이렇게 못났지. 에휴.

오늘은 좀 덜 울었어. 아빠 똑 닮아서 넙대대 하자나. 거기에 떠블호빵마냥 부었었거든? 아빠가 나 못 알아 볼까봐 오늘은 참았지 좀.

그거 기억나? 애기 때부터 우리한테 이유없이 징징 대지말라구 호랑이 눈 뜨고 어허!! 했었잖아ㅎ

그래 놓구선 막내 딸 다 크니 전화하면 아빠가 먼저 훌쩍거려서 언니가 우리 둘이 똑같이 울보라고 놀리잖아 지금도.ㅋ

얼른 일어나서 내가 며칠간 쏟은 눈물 물어내 아빠. 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반칙이지 반칙.

지오한테 할아버지 일어나세요! 이거 열 번 연습시켰는데 완전 잘해. 아빠 손자라 똑 부러져 아주 그냥. 지오가 할아버지랑 장구치고 춤출 거라는데 안 일어날 수 없을 걸. 세상 전부를 줘도 안 바꿀 딸이라고 이십 년 넘게 말하더니 그 말 이제 손자한테 밖에 안 하잖아!!!!ㅎ

도착하자마자 달려갈게. 거칠지만 따뜻한 손 하나는 딸이 하나는 손자가 꼬옥 잡아줄게.

춥고 많이 아팠지? 아빠 심장에 기대서 무섭고 차가운 기계들 말고 우리 체온 전달해 줄게.

오늘도 하루도 평온하길...사랑해요.

*응원해주시는 한분 한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백민주화씨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나는 삼십 년간 진행 중인 아빠 딸이니 내가 잘 알아.

아빠는 세상의 영웅이고픈 사람이 아니야.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지.

근데 아빠.. 왜 저렇게 다쳐서 차갑게 누워있어? 시민이자 농민으로서 해야할 일을 한 건데 왜 저렇게 차가운 바닥에 피까지 흘리며 누워있어? 뭘 잘못한 건지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누가 그랬어?

수많은 사진들 다 뚫고 들어가서 안아주고 싶고 피도 내 손으로 닦아주고싶어 미치겠어...

핸드폰 액정 속에 있는 아빠 얼굴 비비며 훌쩍이며 한국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하루가 십년같아. 기도 소리 들려? 절대 놓으면 안 돼. 정말 많은 분들이 기도해 주고 있어.

아빠 이제 진짜 영웅이 될 때야. 지오랑 장구치며 춤추고 잡기놀이 하던 우리 가족의 영웅. 눈 번쩍 떠서 다시 제자리로 꼭 돌아와줘. 꼭.

사랑하고 많이 보고싶어.

ㅡ막내딸 지오애미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백남기, #민중총궐기, #물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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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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