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텍스트(Text)에는 맥락(Context)이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정치적인 예술이 존재할 수 없듯이, 100% 순수한 예술도 없습니다. 문화 공연을 때로는 인문학적으로, 때로는 사회과학적으로 읽어봅니다. 마음에 안 들면 신랄하게 태클도 걸어보고, 재미있으면 '우쭈쭈' 칭찬도 합니다. 공연을 정치·사회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도가 비록 재미(Fun)는 없더라도, 최소한 '뻔'한 리뷰는 쓰지 않으려 합니다. [편집자말]
 레미제라블

▲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죄수들 지난 2012~2013시즌 국내 라이선스 초연 <레미제라블> 공연 모습. 1815년,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Look Down'은 당시 죄수들의 비참한 현실을 묘사했다. ⓒ (주)레미제라블코리아


좌절의 시대. 패배감과 무력감이 대한민국의 왼쪽을 안개처럼 뒤덮고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부터였다. 보기 드물 정도로 20·30대가 집결했지만, 개혁·진보진영은 패배했다. 국정원 선거 개입이 드러났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된 건 아직 없다. 세월호 참사, 2014년 4월 16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바뀌어야 한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도 막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있던 크고 작은 선거는 대부분 기호 1번의 차지였다.

비참한 시대. 지난 2012년 12월에 개봉했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590만이라는 예상외의 성적을 거둔 당시에도 그런 배경이 있었다. 2012~2013 시즌에 국내 라이선스 초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뮤지컬 <레미제라블>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은 당시 좌절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내일로' 향하는 희망을 다시 품게 했다.

그 희망이 다시 무너지려 할 때쯤,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돌아왔다. 지난 10월 21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국내 라이선스 재연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지난 11월 15일로 대구 공연을 마무리했다. 정성화(장발장), 조정은(판틴), 김우형(앙졸라→자베르), 박지연(에포닌), 박준면(떼나르디에 부인) 등 반가운 얼굴 상당수가 돌아왔다. 새 얼굴 양준모(장발장), 김준현(자베르), 전나영(판틴), 민우혁(앙졸라), 윤소호(마리우스), 임기홍(떼나르디에), 이하경(코제트)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계명아트센터가 뮤지컬 전용 극장이 아니다 보니 작품을 관람하기에 최적의 환경은 아니었다. 김문정 음악감독의 우아한 지휘를 볼 수 있다는 건 장점일지 모르나, 오케스트라 피트가 무대 앞에 드러나 있다 보니, 안 그래도 무대를 깊이 쓰는 <레미제라블> 무대가 객석과 너무 멀다. VIP석에 앉아도 배우와의 거리감이 과하다.

하지만 <레미제라블>의 감동은 배우와 관객의 거리에 구애받지 않았다. 작품의 울림은 거리를 뛰어넘어 관객에게 닿는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오는 28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내년 3월까지 이어질 서울 공연의 막을 올린다.

시시한 약자의 위대함

 레미제라블

▲ 마들렌 시의 공장 7월 혁명으로 등장한 7월 왕정은, 프랑스 산업혁명의 박차를 가하며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빈부 격차는 커지고, 노동자들은 빈민으로 전락한다. 가난은 인간성을 파괴한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주)레미제라블코리아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세계 4대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중 하나로 손꼽힌다. 원작이 워낙 방대한 양의 소설이다 보니 강세 조절과 축약이 이루어진 채무대로 옮겨졌다. 하지만 빅토르 위고의 메시지는 훌륭하게 보전됐다. 몇몇 캐릭터의 비중이 조절되었지만 스토리의 완결성을 해치지는 않는다. 예컨대 원작보다 부각된 앙졸라나 에포닌의 경우 오히려 뮤지컬 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작품은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치다가 복역하게 된 장발장이, 가석방하는 1815년부터 그가 사망하는 1832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레미제라블>의 여러 장점 중 하나는, 혼란스러웠던 당시 프랑스 사회를 충실하게 무대 위에 재현한다는 점에 있다.

상공업의 발달은 부르주아의 성장(마들렌 시장이 된 장발장)을 불렀지만, 오히려 빈부 격차는 갈수록 늘어난다. 중산층은 몰락하고, 빈민으로 전락한 이들은 성매매에 내몰리거나(판틴) 도둑 또는 강도가 되어(떼나르디에 부부) 거리를 유랑한다.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속에서 엘리트 학생(앙졸라 등 아베쎄의 단원들)을 중심으로 공화주의가 다시 고개를 든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5만 프랑을 전한다. 그들의 관 만드는 값으로 사용되길 바란다." - 빅토르 위고 1883년 유언장 수정본 중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원작인 소설 <레미제라블>의 저자 빅토르 위고는 철저하게 민중 지향적인 인물이었으며 혁명에 우호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지식인으로서 시대를 기록했고, 자신의 작품에 새 시대를 향한 기대와 희망을 반영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처한 현실과 환경을 적나라하게 폭로했고, 그 속에 무너진 양심과 정의를 고발했다.

그가 민중 친화적 작가라고 해서 가난한 이들을 단순히 미화한 건 아니다. 죄인 낙인이 찍힌 장발장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공장에서 판틴을 모함하여 몰아내는 여성 노동자들은 지극히 이기적이다. 도둑질과 사기로 연명하는 떼나르디에 부부는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송곳>의 구고신이 지적했던 것처럼, '선한 약자' 대신 '시시한 약자'가 있을 뿐이다.

 레미제라블

▲ 에포닌의 박지연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눈에 띄는 인물 중 하나는 에포닌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타락한 부모와 달리, 에포닌은 끝까지 선의를 발휘하는 인물이며, 혁명에 동참하던 과정에서 마리우스를 위해 대신 자기 목숨을 희생한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 캐스팅 된 박지연 배우의 열연이 돋보인다. ⓒ (주)레미제라블코리아


그러나 동시에 빅토르 위고는 이 사람들에게서 진보의 가능성을 봤다. 인간은 누구나 타락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적절한 조건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시시한 약자는 얼마든지 위대해질 수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이 '비참한 인간들'의 숭고함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세상을 저주하며 은붙이를 훔치던 장발장은, 마들렌 시장이 된 후 판틴과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다. 철부지 도련님이었던 마리우스는, 혁명의 움직임에 동참하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감수하고 앙졸라의 곁으로 돌아온다. 배운 건 적고 가진 건 없는 에포닌은, 마리우스에 대한 연정으로 투쟁에 동참하며 그를 대신해 총탄을 맞는다.

물론 인간의 발전 가능성을 믿지 않는 인물도 존재한다. 자베르는 철저한 법치주의자이자 보수주의자이며, 한 번 악인은 영원한 악인이라고 믿는다. 그는 밤을 감시하는 별처럼, 자신이 질서를 지키는 수호자가 되리라 맹세한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는 장발장의 변화를 체험하고, 봉기를 진압하던 과정에서 희생되는 사람들(특히 가브로쉬)을 목격하며 괴로워한다. 자신의 신념이 무너지는 것을 견딜 수 없던 그는,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구하는 모습을 묵인한 후 자살을 택한다.

두 가치관의 충돌,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 하나의 세계가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새 시대에 맞춰 바뀌어야 할 게 사람이 아니라 사회이고 구조라고 역설한다. 사회가 바뀌면, 사람은 자연스레 더 나은 존재로 탈바꿈할 수 있다. 인간은 언제나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정체된 건 구조다. 우리가 변혁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하는 것 역시, 이 세계이다. 시시한 약자들의 연대를 통해.

<레미제라블>이 그린 실패한 혁명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모두 함께 싸우자, 누가 나와 함께 하나. 저 너머 장벽 지나서 오래 누릴 세상. 자 우리와 싸우자, 자유가 기다린다. 너의 생명 바쳐서 깃발 세워 전진하라. 살아도 죽어서도 앞을 향해 전진하라. 저 순교의 피로써 조국을 물들이라." - Act 1. No.18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 가사 중에서

<레미제라블>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사건 중 하나가 바로 1832년 6월 봉기(June Rebellion)이다. 1830년 7월 혁명으로 들어선 7월 왕정은, 귀족제와 세습제를 폐지하고 혁명 정신을 존중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선거권은 여전히 1%도 안 되는 상류층에 국한된 얘기였다. 7월 왕정은 민주주의 확대를 향한 시민의 요구를 묵살하고, 대신 산업혁명을 이끌며 자신들의 체제를 정당화했다. 프랑스의 산업화는 몇몇 부르주아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고, 반대급부로 대다수 노동자를 빈민으로 전락시켰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는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혁명을 꿈꾸는 이들의 소망이 담긴 곡이다. 7월 왕정에 대한 불만이 커지던 집권 3년 차. 공화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였던 라마르크 장군의 사망(1832년 6월 1일)이 이 불만의 기폭제가 된다. 앙졸라와 마리우스 등을 위시한 아베쎄의 단원들은 "기회가 왔다"며 장례식 당일(6월 5일) 일제히 봉기한다.

 레미제라블

▲ 최후의 전투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묘사한 6월 봉기는 결국 실패로 끝난다. 그러나 그 실패가 곧 패배는 아니었다. 앙졸라, 에포닌, 가브로쉬 등의 피는 1848년 2월 혁명의 토대가 된다. ⓒ (주)레미제라블코리아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와 빵에 대한 요구가 뒤엉켰다. 당시 학생과 노동자, 빈민과 시민 약 3000여 명이 파리에서 들고일어났다. 왕이 잠시 피신을 고려할 정도로 그 기세가 드높았다. 하지만 왕정은 시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대신 불길이 더 번지기 전에 빠르게 진압하는 쪽을 택했다. 왕정은 경찰, 경비대, 정부군 등 총 3만여 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파리 내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시가전이 벌어졌다. 포병 위주로 저격하는 등 좁은 골목마다 치열하게 시간을 끌며 시민군은 저항했다. 하지만 왕정의 초기 대응 전략은 주효했다. 압도적인 군세 차이로, 아베쎄의 애초 예상과 달리 6월 봉기에 호응하여 추가로 들고 일어난 민중은 거의 없었다.

결국 시민군은 병력의 열세를 뒤집지 못했다. <레미제라블>에서도 다수의 등장인물이 이 총격전에서 사망한다. 에포닌은 마리우스 대신 총에 맞고 마리우스 품에 안겨 그를 향해 노래하다 숨을 거둔다. 시민들의 추가 합류를 기대했지만 수포가 되자, 앙졸라는 최후까지 싸울 사람만 남기고 나머지 인원을 돌려보낸다. 마치 5월 광주가 그랬던 것처럼.

탄약마저 떨어진 상황, 탄약을 구하러 가며 마지막까지 의연했던 어린 가브로쉬가 정부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곧이어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고, 혁명에 회의적이었던 술꾼 그랑떼르마저도 끝을 함께 한다. 앙졸라는 혁명을 상징하는 붉은 깃발과 함께 쓰러진다. 6월 봉기는 하루 만(6월 6일)에 진압됐다. 혁명의 꿈은 실패로 돌아갔다.

실패가 곧 패배는 아니다

 레미제라블

▲ 정성화의 장발장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이자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인물은 장발장이다. 장발장은 빵을 훔친 죄로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탈옥을 시도하며 형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세상에 나온 그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을 저주하지만, 신부를 만나며 자신의 안에 있던 '선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비천한 인간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다. 정성화의 연기는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발군이다. ⓒ (주)레미제라블코리아


시선을 1832년 6월 프랑스에서 2015년 한국으로 잠시 옮겨보자. 지난 14일 '11.14 민중총궐기' 대회가 서울에서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 차,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여러 공약이 사장됐다. 국정 교과서 반대와 노동 개악 저지 등 여러 이슈가 뒤엉켜 묶였고, 각지에서 모인 10만여 명의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광화문 광장을 지나 청와대 앞으로 가자고 외쳤다. 그들은 경찰의 위헌 차벽을 마주했다. 밧줄을 걸고 차벽을 뚫으려는 시민을 향해 경찰은 낫과 식용유, 캡사이신과 물대포로 대응했다. 쇠파이프와 횃불이 등장하고, 일부 시위대는 늦은 밤까지 남았다.

하지만 결국 차벽은 뚫리지 않았다. 경찰은 규정을 어긴 채 기자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직사로 물대포를 쏘았다. 농민 백남기씨는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다. 민중총궐기의 목표가 청와대 앞까지 가서 해산 집회를 진행하는 것이었다면, 차벽을 뚫는 것이었다면, 지난 총궐기는 분명 실패한 현장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그 실패가 전부일까?



"폭풍 와도 내일은, 바리케이드에 자유 온다. 전열 갖춰 나갈 때 나와 함께 싸우자. 때가 왔다. 그날이 왔다. 내일로. 내일이면 시작되리. 깃발 높이 올려라. 민중들이 깨어나. 새로운 세상 열리는 날, 새로운 세상 열린다. 너는 듣고 있는가? 여기 남아 함께 싸우자. 내일이 오면 신의 뜻한 바를 알게 되리라. 내일엔, 내일은, 내일로." - Act 1. No.22 '내일로(One Day More)' 가사 중에서

7월 왕정 3년 차에 발발한 6월 봉기 역시 실패했다. 당시에도 그 시위가 너무 "과격하고 폭력적이다"는 지적이 시민 일각에서 나왔고, 정부는 이 시위를 "일부 극렬분자의 소행"으로 몰아갔다. 당시에도 6월 봉기가 진압당한 후 "왕정 만세"를 외치던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빅토르 위고는 이 실패의 현장을 목격하고 면밀하게 자신의 작품에 복원했다. 자칫 역사 속에 파묻힐 뻔했던 이 현장은, 빅토르 위고 덕분에 프랑스 혁명사의 한 페이지에 당당히 자리 잡았다.

세상은 한 번에 좋아지지 않는다. 세계는 단 한 번의 혁명으로 변하지 않는다. 변화는 퇴적층처럼 켜켜이 쌓인 끝에 한 걸음씩 일어난다. 1789년 바스티유로 진격했던 프랑스 대혁명은, 1871년 프랑스 제3공화정이 들어서고 나서야 비로소 완성됐다. 우리는 1789년과 1871년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미시적 진보와 퇴보들을 기억해야 한다.

6월 봉기는 100년 가까운 프랑스 혁명에서 실패한 운동 중 하나지만, 결과적으로 패배가 아닌 승리의 운동이기도 하다. 학생과 노동자의 피로 물든 광장에서, <레미제라블> 속 파리의 여인들은 촛불을 들고 그들을 기억하려 애쓴다. 1832년 6월 봉기는 프랑스 제2공화정을 낳은 1848년 2월 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제2공화정 역시 또 다른 부침을 겪고 사라지지만, 그 실패 역시 다음의 혁명으로 이어지며 승리한다. 그 모든 실패와 퇴보가 혁명의 완성을 위해 지나가는 하나의 단계였다. 아베쎄 단원들의 피는 헛되지 않았다.

민중총궐기가 끝나고 총궐기를 향한 다양한 의견이 광장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민중총궐기가 보다 체계적인 전략을 갖추고 세련되어야 한다는 제언도 등장했다. 사회적 변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의 차원에서 분명 새겨들어야 할 지점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난 총궐기의 의미를 깎아내리거나 광장에 나온 시민의 뜻을 헐뜯을 수는 없다. "불법" 혹은 "과격"이라는 흠집내기는 <레미제라블> 속 1832년에도 똑같았으며, 대한민국의 4.19와 5.18, 6.10에도 반복됐다. '11.14 민중총궐기'는 실패했을지 모르지만, 1987년 이후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 계속된 이 싸움 전체가 패배한 건 아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내일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한 '민중의 노래' 곡조가 무대를 다시 가득 채운다.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다. 총궐기는 그 먼 내일로 가는 과정 중 하나였다. 실망하거나 무력한 패배감에 휩싸여 있을 필요는 없다. 결국, 시시한 약자들이 만드는 위대한 내일은 오고야 만다.

"<레미제라블>이 주는 메시지가 이 시대에, 우리 사회에 항상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가장 좋아요. 지금 우리한테 정말로 필요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 뮤지컬 <레미제라블> 박지연 배우(에포닌) 인터뷰 중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포스터

▲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포스터 지난 15일, 대구 공연을 마친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오는 28일부터 서울 공연을 시작한다. 블루스퀘어에서 내년 3월까지 계속될 <레미제라블>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강력한 메시지와 울림을 안은 작품이다.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이런 지옥 같은 세상이 계속되는 한 이 작품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받을 것이다. ⓒ (주)레미제라블코리아



○ 편집ㅣ이병한 기자


레미제라블 민중총궐기 빅토르 위고 장발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