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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야채 여행기> 책표지.
 <세계 야채 여행기> 책표지.
ⓒ 정은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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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년 전부터 친정에서 땅콩을 얻어먹고 있다. 그동안 볶아 먹거나, 가끔 서리태처럼 반찬으로 조려먹기도 했다. 최근 알았다. 일부 지방에선 땅콩을 밥에 넣어 먹기도 하고, 쪄먹기도 한다는 것을.

얼마 전 한 포털뉴스에 땅콩 먹는 방법이 올라온 것을 봤지만, 읽어보진 못했다. 올해도 김장 때 땅콩을 주시겠다는 친정엄마 말이 생각나 그 기사를 찾아 검색을 하니 그냥 먹을 때보다 싹을 틔워 먹으면 훨씬 좋다는, 땅콩싹 요리 관련 글들이 많이 보인다.

글에 의하면, 땅콩새싹에는 황산화물질이 많다. 오디나 땅콩, 포도에 많은 천연황산화물질인 레스베라트롤은 새싹땅콩에는 포도보다 50배, 그냥 땅콩보다 100배나 많다고 한다. 콩나물에 많은 것으로 알려진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는 아스파라긴산도 콩나물보다 50배나 많다고 한다.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도 많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성분도 많다는 등의 글도 보인다(현재 글마다 성분과 그 성분들의 함량이 제각각이며, 많은 차이가 있기는 하다).

이처럼 영양학적으로 훨씬 우수한 땅콩새싹은 그냥 갈아 먹어도 되고, 무쳐 먹거나, 볶아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 등, 일반적으로 많이 해먹는 음식들처럼 해먹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일부 사람들만 알고 해먹는 정도지만, 좀 더 많이 알려지고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술안주나 군입거리로 보다 반찬재료로 훨씬 많은 사랑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먼 훗날엔 술안주나 군입거리로 먹는 경우는 거의 없을지도 모르고, 그러다가 이처럼 먹는 방법이 잊히기도 하지 않겠는가. 오늘날 우리들이 당연하게 먹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재배 방법이든 먹는 방법이든 수많은 변화들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감자를 먹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프랑스인은 나이프로 썰어 먹고, 독일인은 포크로 찌부러뜨려 먹는다. 양상추도 그렇다. 프랑스인은 나이프와 포크로 잎을 잘 포갠 뒤 포크로 찔러 먹고, 독일인은 나이프로 썬 다음 포크로 찔러 먹는다. 모든 프랑스인과 독일인이 이런 규칙에 따라 음식을 먹진 않겠지만, 나라마다 다양한 식습관이 있다. 감자 요리법도 제각각이다. 프랑스인은 기름에 튀겨 먹고, 영국인은 삶아 먹는다. 물론 일상적인 요리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막대모양으로 가늘게 썬 감자튀김을 미국에서는 프렌치프라이라고 하고 독일에서는 폼푸리(프랑스어로 폼프리츠)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이것이 본디 프랑스식 조리법이기 때문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삶은 감자를 폼앙글레즈(영국식 감자라는 뜻)라고 하고, 영국에서는 기름을 두르고 볶은 감자를 저먼포테이토라고 부른다. 미국의 프렌치프라이를 영국에서는 포테이토칩이라하고, 미국에서 발명된 포테이토칩을 영국에서는 포테이토크립스라 부른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이렇듯 얇게 썰어 튀긴 감자를 칩이라 발음할 생각으로 쉽이라 한다.  이렇듯 오늘날 감자 먹는 방법은 각지에 뿌리내린 고유의 식문화로 독자적인 스타일을 자랑한다. -<세계 야채 여행기>에서.

<세계 야채 여행기>(정은문고 펴냄)는 오늘날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감자나 고추, 가지, 양배추, 양상추 등과 같은 야채들을 뒤따라간 여행기다.

저자 다마무라 도요오는 보통 사람들보다 매일 3배에서 5배 정도 많은 양의 야채를 먹을 정도로 야채를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20년 넘도록 텃밭에 야채 재배를 해오고 있는데, 처음에는 자기가 먹을 야채를 심어먹자 정도였던 것이 이제는 농협 조합원으로 출하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을 할 때도 야채가 1순위, 외국이나 다른 지역에 가면 반드시 시장이나 모종가게를 돌며 신기한 야채나 그 씨앗을 구해와 심어 먹어본다고 한다. 이러니 야채 때문에 여행하기도 한다. 서재에는 외국에서 사 모은 야채 및 야채 요리책으로 가득하다. 일상에서든, 여행 중에든 어떤 음식을 먹게 되면 본능적으로 야채에 초점을 둔 호기심의 날이 서곤 한다.

저자의 이와 같은 지독한 야채 사랑과 야채를 향한 여정의 결과 나온 책이다. 책은 이제까지 크게 생각하지 않고 먹어 오고 있는 야채들을 둘러싼 흥미로운 사실들을 들려준다.

포르투갈의 양배추는 줄기가 길고 키가 크다. 접시꽃처럼 잎이 어긋나게 나는데 줄기에 좌우 교대로 한 장씩 커다란 녹색 잎이 난다. 식용으로 수확할 땐 담뱃잎 뜯듯 한 장 한 장 잎을 뜯어 묶는다. 그래서 시장에 출하된 양배추는 줄기라든지 둥그런 몸통은 찾아볼 수 없고 온통 이파리뿐이다. 포르투갈 야채시장에는 어딜 가나 양배추 이파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그 사이사이에 체격 좋은 아줌마들이 서서 커다란 식칼로 서걱서걱 양배추를 썰고 있다. 포르투갈에선 우리에게 익숙한 둥그런 양배추는 크게 환대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양배추, 양상추, 배추는 모두 속이 둥글게 드는 야채다. 둥글게 든다는 건 말 그대로 모양이 동그랗다는 뜻인데, 자연계에 처음부터 둥글게 자라는 식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둥글어지는 건 인간이 그렇게 되도록 개량했기 때문이다. 겨자과인 양배추나 국화과의 양상추도 그냥 내버려두면 유채나 쑥갓처럼 본디대로 잎이 길쭉하게 자란다. 그러나 키울 때 영양을 많이 주면 잎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늘어난 잎들은 갈 곳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안쪽으로 여러 겹씩 말라며 둥글게 자란다.
- <세계 야채 여행기>에서.

다른 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데다 항암효과도 있고, 위에 좋은 성분이 많은 양배추는 가급 많이 먹으려고 하는 먹거리 중 하나다. 양배추를 손질할 때마다 한 장 한 장 꼼꼼하게 여며 싼 듯한 형태에 일종의 호기심이 일곤 했다. '어떻게 이렇게 생겼을까'와 같은 생김새를 비롯한 재배방법부터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먹을까' 등과 같은 활용법까지 말이다.

이런지라 '포르투갈의 된장국'이란 작은 제목의 글로 시작, '양배추가 서 있는 나라', '둥그런 야채의 비밀', '양배추 밭의 전설' 등과 같은 작은 제목의 글들로 양배추의 재배 역사와, 이동 경로, 역사 속 양배추, 여러 형태의 양배추와 각국의 조리법 등에 대해 들려주는 제1장 '아기는 양배추에서 태어난다'는 매우 인상깊었다.

책에 의하면 포르투갈같은 나라에선 우리가 흔히 먹는 둥근 양배추 그 이전 품종, 그러니까 둥글게 자라지 않고 쑥갓이나 유채처럼 길게 자라는 품종의 양배추 몇 그루가 마치 작은 키의 나무처럼 자라는 정원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양배추 잎으로 그들은 우리들이 흔히 먹는 된장국과 흡사한 음식 '칼두베르데'를 즐겨 해 먹는단다. 칼두베르데를 일컬어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국민음식'이란 수식까지 붙을 정도로 말이다.

'채소'와 '야채'
왜 '채소'라는 용어 대신 한때 일부 사람들 간에 "일본식 용어이니 순화해 쓰자"고 까지 했던 '야채'로 번역했을까? 의아했다. 그와 함께 '저자가 일본인이라?'와 같은 추측까지 했다. 찾아보니 '채소는 밭에서 심어 가꾸는 것'을, '야채는 채소에 야생에서 자라는 나물 따위까지 포함시킨다'는 설명이다. 한 포털사이트의 한국어사전 설명도 이와 같다./김현자.
조금 소개한 양배추 이야기만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은 책이란 걸 지레짐작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외에도 유럽인들에게 처음 전해졌을 때 불경한 식물 또는 악마의 식물로 취급받은 감자, 원래는 길게 나풀나물 자라는 양상추, 이제까지 알려진 고추의 품종은 150~200종쯤이나 그보다 훨씬 많은 고추 품종과 매운맛의 비밀, 세계 석학들이 눈에 불을 켜고 원래의 품종을 찾는데도 찾아지지 않는 옥수수, 처음엔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었으며 '밤의 그늘'이라고까지 불리었던 가지 등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무엇보다 우리가 흔히 먹지만 생각보다 거의 아는 것들이 많지 않은 먹거리가 주제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이제까지 별다른 호기심이나 관심을 두지 않고 먹어왔던, 때로는 몸에 좋다니 취향을 누르고 의무 비슷하게 먹기도 했던 밥상 위의 야채들을 다시 보게 하리라.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은 즐거운 식사를 위한 화젯거리로도 좋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즐거운 밥상을 위해 이 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세계 야채 여행기> | 다마무라 도요오 지음 |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5.07.30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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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