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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4년째를 맞고 있는 박원순표 서울시정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서울시가 당면한 산적한 문제는 이제 행정의 힘만으론 부족하고 다양한 개인과 집단이 참여해야 가능하며, 주변의 '작은 변화'를 '큰 물결'로 이룰 수 있다는 게 혁신의 골자다. <오마이뉴스>는 서울 혁신의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편집자말]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9월 서울정책박람회 중 서울광장 천막에서 시민들의 정책제안을 직접 받아 검토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9월 서울정책박람회 중 서울광장 천막에서 시민들의 정책제안을 직접 받아 검토하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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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부부는 왜 신혼부부가 아닌가요?"

작년 결혼에 성공한 신혼 2년차 최인호(32.서울 광진구 구의동)씨는 서울시가 공급하는 신혼부부대상 우선공급 임대주택에 관심을 갖고 모집공고를 살펴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1순위로 지원할 수 있는 신혼부부의 기준이 '결혼한 지 3년 이내이면서 1자녀가 있거나 임신중인 부부'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최씨는 "결혼해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불임으로 임신을 못할 수도 있는 게 아니냐"며 "우리 부부 역시 아직 신혼이지만 임신이 안될 수도 있는데, 이건 부당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9월 11일 시청 앞 서울광장을 지나다가 마침 '시민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는다는' 서울정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 담당자들을 면담했다.

서울시는 최씨의 제안이 일리가 있다고 보고 중앙부처에 관련 규정 개정건의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역고가 관리에 노숙인들을 참여시키자"

평소 정부나 지자체에 정책 제안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김현진(35.경기도평택)씨는 평소 서울역을 들를 때마다 불결한 차림의 노숙인들이 모여있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때마침 서울시가 노후화로 철거가 임박한 서울역고가도로를 해체하지 않고 공원화한다는 소식을 듣고, 노숙인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서울역고가 인근에 기숙사 형태 또는 고시텔 같은 숙소를 마련해서 노숙인들로 하여금 청소나 식물가꾸기 등 공원관리를 맡기는 것이다. 노숙인들에게는 소정의 보수를 주고, 근로시간 외에는 독립을 위한 기술을 배우도록 하면 어떨까.

김씨는 바로 서울시 홈페이지에 정책제안을 올리고 9월 12일 배정된 시간에 맞춰 정책박람회 현장에 나왔다. 

"실무자들과 대화하는 줄 알았는데 시장님 하고 직접 얘기하는 자리여서 당황했어요. 제 제안에 대해 설명하고 나니 시장님이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반겨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서울시는 김씨의 제안 역시 시의적절한 제안으로 판단해 2016년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사업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 9월 12일 서울정책박람회 클로징행사 중 참가자들이 우수정책제안을 뽑는 투표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서울정책박람회 클로징행사 중 참가자들이 우수정책제안을 뽑는 투표를 하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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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앞 서울광장에 천막 치고 시민들 만나

지난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서울정책박람회가 열렸다. 2012년 시작돼 벌써 4년째. 그간 정책박람회를 방문한 시민은 약 15만 명에 달한다.

올해 정책박람회는 서울광장을 비롯한 서울 시내 전역에서 서울시의 정책을 놓고 토론회, 전시회, 체험행사, 공연 등이 펼쳐지는 한바탕 축제였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끝장토론이 이어진다. 올해는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세운상가 활성화방안 등 22개의 토론회가 열렸고 대학생들은 서울역고가, 뉴딜일자리 등을 놓고 치열한 찬반 토론 배틀대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이 기간 중에는 광장 일대에 몽골식 천막 수십 채를 쳐놓고 시장과 간부들이 모두 나와 시민들을 만난다. 탁상행정을 지양하고 현장을 경험한 시민들로부터 살아 숨쉬는 정책을 받아보자는 것이다.

정책박람회의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올해 가장 역점을 두면서도 긴장했던 것은 아무래도 '서울광장은 시장실' 프로그램이었다. 박원순 시장이 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임시천막으로 직접 나가 시민들의 제안을 받는 것이다.

"시민들, 잔뜩 긴장된 얼굴로 들어왔다가..."

"행사 하루 전까지도 초긴장 상태였어요. 여러 가지 경우의 수 때문이었죠."

행사를 준비한 서울시 혁신제안팀 관계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행사준비팀이 긴장했던 이유는 불만이 있는 시민이 집단으로 방문할 경우 소음발생 우려가 높고, 그 경우 행사장을 방문한 다른 시민들의 면담진행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경찰에는 서울광장 부근에 800~1000명이 참가하는 집회신고까지 접수됐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게 될 경우, 안전사고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장을 방문한 시민 중 150명이 49건의 정책제안을 가지고 박 시장을 직접 만났고 우려했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불만에 가득 차 잔뜩 긴장된 얼굴로 오신 분들도 나갈 땐 대부분 흡족한 표정으로 시장님과 악수까지 하고 가시더라, 어떤 사람은 '이제 한이 풀렸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매번 실무공무원만 만나서 이야기 해 답답했는데' 시장과 직접 만나 얘기를 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

시간 관계로 박 시장과 만나지 못한 시민들은 현장에 나와 있던 실국 간부들에게 자신들이 평소 갖고 있던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어린이가 만드는 어린이대공원을 제안한 어린이들부터 피맛골을 청년창업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시민, 장애인시설을 확충해달라는 장애아를 키우는 학부모 등의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지난 9월 12일 서울정책박람회에서 열린 서울시대학생토론의 한 장면.
 지난 9월 12일 서울정책박람회에서 열린 서울시대학생토론의 한 장면.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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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제안 1463건 중 104건 실제정책으로 반영

정책박람회는 서울광장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2014년부터 도입된 '시민시장실'도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혼자만의 생각이라면 정책화가 어려운 점에 착안한 것으로,  시민들이 한두 달 전에 홈페이지에 신청을 하고 참여자를 모아 삼삼오오 토론한 뒤 보고서를 만들어 박람회에 제출하면 된다.

시 담당자는 제안자들에게 그간 꾸준히 시정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토론회에 초대하는 등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서울 전역에서 106개의 크고 작은 시민시장실이 열렸다.

정책박람회를 통해 접수된 제안은 예산과 관련법규 등 담당 부서의 검토를 거쳐 정책으로 반영된다. 지난 4년간 접수된 시민제안 1463건 가운데 104건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됐다. 작년엔 398건 가운데 14건이 채택됐으나, 올해는 459건 중 39건으로 점점 늘고 있다.

시민시장실의 활동 등으로 우수한 시민제안이 늘어나기도 했고, 시 내부적으로 시민제안을 정책에 적극 반영토록 장려하는 제도 덕분이다.

시는 아예 매월 4째주 금요일을 부서장이 시민들을 면담하는 '제안의 날'로 정했다. 부서장들은 처음엔 어려워 하지만, 시민들을 직접 만나 얘기하다보면 제안취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오는 12월 '포스트정책박람회'를 열어 제안자와 시민시장실 운영시민 등을 초대, 정책박람회에서 나온 제안들이 서울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보여줄 계획이다.

이회승 서울시 사회혁신담당관은 "내년에는 정책에 대해 시민 스스로 토론하는 모임인 시민시장실을 더욱 확대하고,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해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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