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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같은 대기초등학교 모습
 공원 같은 대기초등학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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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초 1-2학년 아이들이 흙놀이를 하고 있다.
 대기초 1-2학년 아이들이 흙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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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교실이 떠들썩하다. 지난 5월 대구광역시로 전학갔던 서하(4학년)·동하(6학년) 형제가 교실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두 형제는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곧장 이곳으로 달려왔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왔어요."

두 형제는 대기초(태안시 원북면)에 다니던 때가 부럽기만 하다.

"전학 간 학교는 시험을 많이 봐요. 그래서 무서워요. 친구들과 거의 놀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대기초 아이들이 공부를 접고 놀기만 하는 건 아니다. 놀면서 배운다.

지난 5월 대구로 전학을 간 6학년 김동하(왼쪽)와 동생 서하(오른쪽,4학년)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대기초를 찾아왔다.
 지난 5월 대구로 전학을 간 6학년 김동하(왼쪽)와 동생 서하(오른쪽,4학년)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대기초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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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초의 '성장형 통지표'

학교 교사가 관찰을 통해 작성한 5학년 한 학생의 지난 1학기 '성장형 통지표'를 들여다보자.

- 배려하는 마음 : 바른 말을 사용하자는 포스터를 만들고 노래를 개사하여 캠페인 송, UCC를 제작하였습니다. 환경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글쓰기와 친환경 콩나물 기르기 활동을 하였습니다. 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국립생태원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 배움의 공동체 : 소통하며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주제입니다. 토의 활동을 활용하여 함께 지키는 학급의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모둠원과 함께 지오데식돔을 제작하였고 규칙을 바탕으로 음악 놀이를 하였습니다. 열매 마을과 국토 모형을 제작하였고 친척을 조사하여 친척 지도를 완성하였습니다. 자신의 시집을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돌려 읽으며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기초 5학년 한 학생의 '성장형 통지표' 일부분
 대기초 5학년 한 학생의 '성장형 통지표'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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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 고장, 우리나라 :
자기가 관심 있는 자료를 조사하여 소개하는 자료를 만들고, 책의 표지를 만들어 책을 소개했습니다. 씨앗 마을 동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국악 장단을 배워 노래에 맞춰 장구를 연주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가정과 관련된 노래를 배우고 자신의 역할을 생각해보며 웃어른의 입장으로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주 동안 경제 마을을 운영하였으며 전기 전자와 관련된 진로체험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 학생의 '배려하는 마음' 성장발달 모습에는 '듣는 친구를 고려하여 단어를 선택하여 대화를 함'이라고 썼다. '성장형 통지표'에는 이처럼 감정을 바르게 표현했는지, 자신의 의견을 바르게 표현했는지 등을 기록했다.

- 영어 : 학년 초반에는 영어로 말하는 부분에 거부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나 적극적으로 참여해 듣고 말하기, 묻고 대답하는 능력이 많이 향상됨.

- 수학 : 학기 초 기초적인 수학 학습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으나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여 계산 속도 및 이해도가 매우 향상됨

'성장형 통지표'에는 각 과목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활동, 학교생활, 방과 후 학교에 대한 자세한 성장발달 모습을 담았다. 아이가 도달한 성취 수준과 발달 정도에 대해 참여도, 이해력, 표현력 등 여러 기준에서 관찰한 교사의 의견이 들어 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성장 과정에 중심을 둔 평가다.

최용창 교사(오른쪽)가 대기초 아이들.  대기초 한 학급은 15명 남짓이다.
 최용창 교사(오른쪽)가 대기초 아이들. 대기초 한 학급은 15명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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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구로 땅을 파며 놀고 있는 대기초 유치원생들
 농기구로 땅을 파며 놀고 있는 대기초 유치원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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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으면 말할 수 있다"

최용창 교사는 다른 일반 학교와 차이점에 대해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가 말하고 싶으면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의사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환경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는 또 "학부모들이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사들의 교육을 믿고 지지해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느낀다. 최 교사는 "아이들에게 활동지를 주면 협력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풀어낸다"며 "지도서 답안을 뛰어넘는 내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나눔학교'(충남형 혁신학교)를 단답형으로 묻자 "별스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나눔학교는 '잘 가르치자'는 교육의 본질 찾기"라며 "이게 특별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최 교사는 '잘 가르치는 것'은 "재미있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행복나눔학교 "별스러운 게 아니다"

대기초는?
67년 원북초 대기분실로 문을 열었다.  이듬해 대기국민학교로 승격됐다. 2007년 전교생이 28명으로 줄면서 폐교 위기에 몰렸다.

학교혁신과 학교살리기에 학부모, 교사 나섰다. 주제중심 교과과정 재구성과 배움 공동체 수업 등 수업혁신을 통해 학생중심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학생 수는 6학급 68명이다.
최 교사는 '행복나눔학교'를 하려는 후발 교사들에게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충분한 토론과 함께 합의하도록 학교 문화부터 고쳐야 한다"며 "이게 안 되면 교육과정도, 업무 정상화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경남 사천이 고향인 최 교사는 1999년 태안에서 첫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교직생활 16년째이고 대기초에 온 지는 5년이 지났다.

"첫 발령을 받고 2년간은 자리를 잡지 못했어요. 그때 선생님이 뭔가를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는 선배 교사가 있었습니다. 그 분을 보며 '내가 교사가 아니었구나!' 반성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보이더군요, 뭘 해야 하는지……."


태그:#행복나눔학교, #대기초 , #혁신학교, #충남도교육청,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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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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