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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4일 오후 2시 40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계획과 관련, 지난 8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위상배열(AESA) 레이더 시뮬레이션을 언론에 공개했다. 관련 기술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리였다.

사실 미국이 기술이전 거부방침을 밝힌 AESA 레이더 기술은 우리 정부가 차기전투기(FX) 기종으로 선정한 록히드 마틴사의 F-35뿐 아니라, F/A-18 호넷, F-15 사일런트 이글, 개량형 F-15와 F-16 등 다른 미국제 전투기는 물론 러시아의 수호이, 프랑스의 라팔, 스웨덴의 그리펜에도 적용되는 기술로서 차세대전투기사업의 기종선택과는 별 관련이 없다.

하지만 국내언론은 국방부의 일방적 "스텔스 대세론"과 함께 과대평가된 AESA 레이더에 대한 심층 분석 없이 맹목적으로 받아쓰기를 하며 총 8조 3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전투기 구매 비용을 지불해야 할 한국 납세자들에게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해외의 유력방송사들은 한국 언론과 달리 그동안 F-35 사업의 문제점을 심층 취재해 여러 차례 방송해왔고, 그 결과 실제로 자국의 전투기 사업 관련 정책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본 기사는 이런 취지에서 2010년 네덜란드 공영방송 네덜란드-2, 2012년 캐나다 CBC, 2013년 호주 ABC 등이 취재과정에서 밝힌 F-35 사업의 주요 맹점들을 총 두 편의 기사를 통해 짚어본다.

전투기탑재 레이더기술의 문제

F-35 Lightning II
 F-35 Lightning II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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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첨단 기술로 알려진 스텔스기의 개발사업은 사실 지난 1970년대 구상된 아이디어로 베트남전 당시 F-105 사례(참조 기사: 국방부, '스텔스' 환상에서 깨어나라)처럼 전투기에 탑재한 "레이더와 유도미사일로 근접전 전투기 시대를 끝낸다"는 구호에서 "스텔스기능"만 추가되었을 뿐 논리는 동일하다.

F-16 전투기와 지상전지원기 A-10의 공동설계자인 미국 국방전문가 피에르 스프레이(Pierre Sprey, 이하 스프레이)는 위 방송사들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전이나 현재나 전투기탑재 레이더가 적군과 아군을 식별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최근에는 보조 감시레이더의 일종으로 피아식별장치(IFF)가 개발되었지만, 오인사격 사례가 증명하듯이 이 장비도 만능은 아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전 당시 최첨단 레이더기능들을 탑재했던 F-105와 F-4기 등은 공중전에서 피아식별이 안 되는 레이더기능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고, 전쟁 초반부터 레이더기능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결국 둘 다 뒤늦게 근접전에 적응하기 위해 기관포를 추가했지만, F-105는 생산량의 절반인 382대, F-4는 100여 대 넘게 북베트남의 낡은 미그기들과 대공포에 격추되었다.

그렇다면 F-35에 탑재될 AESA 레이더는 어떠한가? 미국 보수성향 매체의 지난 7월 3일자 기사에 따르면, AESA 레이더 등 개선된 레이더들 역시 피아식별기능의 신뢰도는 높지 않으며, 미 공군의 파일럿들이 실전에서 중장거리 유도미사일을 사용하려면, 사전에 보다 정확한 탐지기능을 가진 공중조기경보기(AWACS)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레이더의 탑재목적이 유도미사일로 원거리에서 적기를 제압한다는 논리에 비춰보면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베트남전 당시 군수업체들은 F-4 팬텀기가 탑재한 당시 최첨단 레이더와 중장거리(Beyond Visual Range) 유도미사일 스패로우의 원거리 적기 격추율이 70%라고 공언했지만, 실제 결과는 1% 미만이었다. 지난 2005년 미 공군 패트릭 힉비(Patrick Higby) 대령이 미 공군대학원에 제출한 연구보고서 "약속과 현실: 중장거리 공대공 전투"에 따르면, 지난 베트남전에서 1991년 걸프전까지 미국 및 이스라엘 공군이 총 720회 발사한 중장거리 유도미사일 중 실제 원거리 적기 격추는 불과 20건으로 2.8%에 머무른다.

20건을 제외한 적기 격추 총 549건은 모두 조종사의 육안에 의존하는 근접전에서 이뤄졌고 이 중 146건이 기관포, 318건이 열탐지 미사일, 77건이 유도미사일이었다. 걸프전 이후 최근 공개된 통계는 제한적이지만, 지난 1999년 이라크남부 비행금지구역에 출현한 이라크의 미그-25 전투기 2대에 대해 미 공군의 F-15 전투기 2대와 미 해군 F-14 전투기 2대가 총 6발의 중장거리 유도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특히 F-14에서 발사한 피닉스 미사일은 당시 가장 비싸고, 가장 우수한 성능이었지만, 미그-25기는 모두 회피기동을 통해 탈출했고, 다른 날에도 동일 구역에 유유히 출현하는 등 유도미사일의 낮은 실용성이 재확인되었다. 미국의 전투기전문가인 스프레이는 유도미사일의 선회능력이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투기 파일럿이 경보장치나 육안을 통해 일단 미사일의 접근을 인지하게 되면 약간의 회피기동만으로 생각보다 훨씬 쉽게 이를 회피할 수 있다고 전한다.  또한 가장 최근 실전에 투입되었던 미 공군 전투기의 암람(AMRAAM)과 같은 중장거리 미사일도 적기 격추율은 기껏해야 25% 수준에 머무른다.

그나마도 F-35가 내장 가능한 유도미사일이 2~4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F-35의 레이더로 원거리에서 제압할 수 있는 적 전투기는 1대 미만인 셈이다. 반면 러시아, 중국, 유럽 등 대부분의 비 스텔스 경쟁 기종들은 대략 12발 내외의 미사일을 무장한다.

"F-35는 스텔스 칠면조(Stealth Turkey)"

미국의 군사전문가 윌리엄 린드는 <theamericanconservative>에 쓴 글에서 F-35의 문제를 지적하며 'Stealth Turkey'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의 군사전문가 윌리엄 린드는 <theamericanconservative>에 쓴 글에서 F-35의 문제를 지적하며 'Stealth Turkey'라는 표현을 썼다
ⓒ theamericanconserv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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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호주ABC방송의 에 출연한 스프레이는 F-35 전투기의 문제로 공중전, 지상전 지원, 폭격 등 세 가지 다른 기능들을 하나의 전투기에 집어넣으면서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첫째, "F-35는 낮은 선회능력, 중량대비 낮은 추력 등 낮은 기동성으로 인해 F-16이나 1950년대 개발된 미그-21과 근접전을 벌여도 손쉬운 먹잇감밖에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의 예측은 올해 1월 실시된 F-35와 F-16 전투기 간 가상근접전에서 F-35가 17전 전패함으로써 선명하게 입증되었다.

둘째, 지상전 지원의 경우 A-10처럼 중무장한 채로 4~6시간 정도 지상군 주변을 비행하며 공중지원을 해야 하나, F-35는 스텔스기능을 위해 무기를 내장하다 보니 장착 가능한 폭탄은 2발 수준인 데다가, 과도한 연료소비율로 인해 기껏해야 1.5시간 비행 후 귀환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셋째, 폭격기능의 경우도 F-35는 무장능력이 급격히 제한되어 있어 유용성이 없다. F-35가 실제 장착할 수 있는 지상목표 타격용 폭탄은 2발 정도로 그나마도 유도미사일을 2발로 줄여야 장착할 공간이 생긴다. 단 두 발의 폭탄으로 적진에 깊숙이 침투해 지상목표를 폭격한다는 논리도 궁색하다.

최근 미 공군이 언론에 기관포 사격훈련을 언론에 공개했지만, 이미 F-16과의 가상 근접전에서 전패한 상황에서 무의미한 홍보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윌리엄 린드(William Lind), 윈슬로 휠러(Winslow Wheeler), 스프레이 등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F-35를 "스텔스 칠면조(stealth turkey)"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정작 최대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스텔스기능은 어떨까?

스텔스기와 스텔스기탐지 레이더 간의 비대칭적 기술진보

지난 2011년 7월 14일, 미 공군에 의해 촬영 및 발표된 유인물 파일 사진. 미국 플로리다 에글린 공군 기지에 F-35 라이트닝 II가 착륙하는 모습을 군인이 보고 있다.
▲ F-35 라이트닝 지난 2011년 7월 14일, 미 공군에 의해 촬영 및 발표된 유인물 파일 사진. 미국 플로리다 에글린 공군 기지에 F-35 라이트닝 II가 착륙하는 모습을 군인이 보고 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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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일관되게 저주파수-장파 지상레이더로 스텔스기의 탐지가 가능하며 시간이 갈수록 정교화, 소형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 F-22나 F-35가 실전에 배치된 사례는 없지만, 지난 1999년 코소보전에서 미 공군의 원조 스텔스기인 F-117기가 세르비아 지상군의 낡은 P-18 레이더(1970년 보급)에 탐지되어 격추된 사례가 있다. 물론 단 한 차례의 격추였지만, 불과 64대만 생산되었고 "다목적 전투기"라는 애초 목적과 달리 폭격용으로만 사용되었다는 측면에서 무시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더욱이 지상레이더 뿐만 아니라 공중전에서 적 전투기의 단파 레이더로도 스텔스기의 정면이나 측면이 아닌 후면이나 상·하부가 노출될 경우 탐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미 군사평론가 윌리엄 린드는 F-16의 레이더로도 스텔스기인 F-117를 탐지했던 사례가 있으며, 탐지신호가 정교하지 않더라도 구형 미그기들조차 스텔스기가 주변에 존재한다는 것만 인지하게 되면 F-35같이 기동성이 낮은 전투기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된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스텔스기에 대항한 지상 레이더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보하는 반면, 고가의 스텔스기는 일단 도입하면 30년 이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칠면조' 신세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즉 스텔스기가 모든 종류의 레이더 주파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코팅두께를 50cm~1m 이상으로 늘려야 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결국 대표적인 지상레이더의 주파수에 맞추어 동체설계와 스텔스코팅기술을 적용한다. 그러나 레이더기술의 진화로 레이더 주파수는 다양화되고 있으며, 컴퓨터 전산능력의 개선으로 서로 다른 주파수의 레이더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스텔스기 탐지 및 위치특정능력까지 개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미국 군사전문매체인 디펜스뉴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2010년부터 실전 배치한 S-400 트라이엄프는 레이더로 반경 600km까지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고, 지대공미사일로 반경 400km 내의 스텔스기를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8개의 이동발사대, 통제센터, 레이더, 지대공미사일로 구성된 S-400 시스템은 5억 달러(약 5천5백억 원)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올해 초 총 30억 달러(약 3조3천억 원)의 판매계약을 체결한 후, 중국 주요 도시, 대만 및 일본 쪽 해안에 배치된 기존의 S-300(레이더탐지반경 약 300km, 미사일 사정거리 약 200km)을 보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의 다음 세대 레이더는 더 정교하고 추적범위가 넓다. 한 러시아 측 매체에 따르면, 이미 상용화된 미사일 요격용 S-500 레이더는 반경 2000km 내의 유도미사일은 물론 스텔스기까지 탐지할 수 있다. 다만 이 시스템에 통합될 유도미사일은 아직 개발단계이다. 디펜스뉴스는 군사전문가들을 인용, 중국의 S-400 레이더 도입으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강화되었으며, 그 대응방안으로 스텔스 무인기(UAV), 순항미사일 등의 전력증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미국은 왜 F-35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나?

결국 F-22, F-35 등은 스텔스기능을 위해 얇은 기체외피, 극도로 제약된 무장력 및 연료적재량, 무기내장으로 인한 기동성 저하 등 전투기의 기본적인 기능들이 희생되는 반면, 스텔스 기능 자체도 레이더기술의 빠른 진보로 실전에 배치한 이후 퇴물이 될 위험이 높다.

지난 2012년 캐나다 CBC방송의 < The Fifth Estate >는 역시 스프레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심각한 결함들을 안고 있는 F-35사업이 왜 추진되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스프레이는 "문제는 공군장성과 고위당국자들이다. 그들은 1960, 70년대부터 항상 더 무겁고, 더 복잡한, 다목적 전투기를 요구해왔다... 이는 미 군수 산업체들과 의회의 이해관계와도 궁합이 맞는다"고 답했다.

이 인터뷰 내용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단하게나마 미 공군 전투기역사의 한 단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 군사평론가 윌리엄 리드에 따르면, 미 공군은 베트남전에서 대형 다목적 전투기 F-105 썬더치프의 처참한 실패 이후에도 1960년대 후반 다시 한 번 대형 다목적 전투기개발사업(FX)을 추진했지만, 잘못된 설계개념에서 출발한 이 사업은 존폐의 위기에 빠졌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한 미 공군은 전설적인 파일럿 출신 전술가인 존 보이드(John Boyd)를 호출하여 해결사 역할을 맡겼다.

보이드는 지금도 세계의 모든 전투기 조종사들 및 전투기 개발자들의 교본 역할을 하는 "에너지기동성 이론(energy maneuverability theories)", "우다 의사결정론(OODA Loop)" 등 전투기전술이론을 정립한 인물이다. 보이드는 당시 실패작으로 끝날 뻔했던 신형전투기사업(FX)을 그의 주요이론을 접목시켜 F-15 전투기 개발로 회생시켰다. 다만 애초 미 국방부 고위 장성들이 부여한 대형 전투기개념까지 폐기시키지는 못해, F-15의 큰 규모와 낮은 기동성으로 인해 적기에 쉽게 노출되고 기습공격에 취약한 단점까지는 해소하지 못했다.

F-15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이드와 엔지니어인 스프레이는 당시 공군 주류 고위당직자들의 이해관계와 다른 추가적 신형전투기 개발을 이어갔다. 두 사람의 목표는 F-15의 크기와 중량을 절반으로 줄여 높은 기동성과 저비용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현재까지도 한국,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가장 많이 보급(약 4천여 대)되어 주력전투기 역할을 하는 F-16으로 전투성능이나 비용 측면에서 F-15보다 월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두 사람은 F-16의 개발로 미 공군 장성들과 군수산업체들에게 기피인물로 낙인찍히고, 보이드는 전설적인 업적들에도 불구하고 1975년 대령으로 예편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미 공군은 1974년부터 다시 대형 다목적 전투기사업으로 스텔스기 개발을 추진했고, 그 첫 번째 결과가 앞서 언급한 F-117 개발이었고 오늘날의 F-22, F-35 개발사업으로 이어졌다.

[F-35 사업의 문제점②]에서 내용 이어집니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태그:#한국납세자들만 모르는 F-35전투의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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