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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질서를 배우고 있는 우도초등학교의 어린이들 작은 섬 마을에서 아이들이 걸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자동차를 경계해야하는 이 현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책임감을 공유해야 한다. ⓒ 고성미
내가 우도에 들어와 지내면서 가장 먼저 궁금했던 점은 우도의 아이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상상 속에서는 자연에서 뛰노는 섬 아이들의 모습이 가득했지만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그런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등하굣길에 학교로 가보았다. 정문과 후문 앞에 선생님들이 나와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지만 정작 걸어오는 아이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 부모가 자동차로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하굣길 역시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학교에 남거나 새마을 도서관 혹은 우도에서 운영하는 두 군데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거기서 제공하는 간식과 저녁까지 먹으며 놀기도 하고 숙제도 한다.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부모에게 왜 등하굣길에 자동차를 이용하느냐 물으니 '씽씽 달리는 자동차들이 위험해서'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이른 등교 시간에는 관광객이 별로 없지 않느냐고 하니 그러니까 더 문제라며 급흥분한다. 거리가 한산하기 때문에 첫 배를 타고 들어온 관광객들이 더욱더 속도를 내며 다닌다는 것이다. 

하긴 나 역시 촬영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섬을 돌아다니다가 첫배를 타고 들어온 관광객들이 뻥뚫린 해안가를 고속으로 달리며 괴성을 지르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들로서는 이런 행동이 여행의 묘미이고 스트레스 해소일지는 몰라도 우도에 사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위협적인 요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첫배가 들어오기 전과 막배가 나간 후의 시간대에 주로 촬영하는 편이다. 북적이던 자동차가 모두 사라진 우도의 거리에서 섬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런 장면을 맘껏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반나절이면 충분'하다고요? 우도의 교통문제

우도에 정착하면서 거슬렸던 것은 바로 '하루 반나절이면 충분한 관광코스'라는 표현이었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문구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짧은 한 문장 때문에 현재 '우도의 교통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자동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해안가를 드라이브하고 우도의 맛집에서 점심 먹고 하얀 모래사장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땅콩 아이스크림을 즐기면 되는 곳으로 생각하고 여행 스케줄을 잡는다.

그래서 우도에 들어올 때 자동차를 갖고 오거나 아니면 배에서 내리자마자 자전거나 스쿠터 혹은 전기자동차부터 찾는다. 이들을 상대로 왜 렌트를 하느냐 물어보니 우도에서 신나게 해안도로를 달리고 싶어서 왔다는 관광객도 적지 않았으며,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의 경우 전기자동차를 일종의 놀이기구로 생각하여 아이에게 신기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는 경우도 많았다.

* 제주 우도 '4륜 오토바이' 몸살/ 교통사고 하루 10여건 발생… 주민들 "영업 규제해 달라"… <경향신문> 2014년 11월 27일
* 우도 이륜차 사고나면 속수무책/ 섬에서 1000여대 운항중/ 크고 작은 접촉사고 잦아 피해는 모두 이용자  몫 … <한라일보> 2014년 11월 24일


위의 신문기사 대제목 및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껏 여행 기분에 들떴다가 사고를 내고 억울한 돈을 물어낸 관광객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얼마 전 중국인 관광객이 전기 자동차를 운전하다 넘어져 자동차가 파손되자 수백만 원을 배상한 사고가 있었다.

그는 사고 차량에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심하게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임대 계약서에 본인이 사인을 한 이상 외국인이라 해서 달리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이에 대해 중국인들 사이에서 우도의 관광 이미지가 실추되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작은 섬이 견디기 힘든 교통량

우도에서 자동차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우도가 면으로 승격되면서 해안도로가 개설되던 1986년 4월 이후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해안도로가 생긴 이후 늘어난 자동차로 인하여 아름다운 우도의 자연환경이 파괴될 것을 미리 예견하여 2008년부터 매년 7월 1일에서 8월 31일까지 우도지역의 차량 반입을 하루 최대 605대로 제한하는 차량총량제를 시행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해 우도에 등록된 527대의 주민들 자동차 수를 감안해서 계산해 보면 우도에서 달리는 하루 최고의 자동차 적정수는 약간의 오차 여유를 포함하여 1000대를 기준으로 삼은 듯하다.

그 당시로서는 섬 밖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의 자동차 수만 조절하면 우도의 자연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우도 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된 관광 렌트업체이다. 하루 반나절이면 충분하다는 슬로건에 발맞추어 2015년 현재 우도에는 30여 개에 달하는 관광버스와 렌트업체에서 운영하는 978대(버스, 자전거, 오토바이, 스쿠터, 전기자동차 등 모두 포함)의 바퀴류가 우도를 누비고 있다.

제주 교통연구소가 2015년 8월 관광객이 가장 붐비는 시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 시간당 하우목동은 495대, 천진항은 297대, 우도봉길은 124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우도를 달리는 하루 적정 자동차를 1000대 기준으로 삼았던 2008년과 비교했을 때, 한 시간에 최고 5백 대의 차량이 운행된다고 하니 이 작은 섬마을의 교통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64건의 교통사고 신고가 접수되었으며 물적 피해는 54건에 해당된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 간 합의로 마무리되어 신고되지 않은 경우의 수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관광객이 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관광버스와 이륜차 혹은 전기자동차 렌트 업소들이다. 하지만 대여시간과 금액은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사람들은 어디서 하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빌릴 수 있을까, 어떤 종류가 우도의 해안가를 달리기에 낭만적일까 등등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

그리고 적절한 가격의 업체를 결정한 후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타보고 싶은 마음에 대여 계약서에 이름과 전화번호만 대충 기입하고 만다. 하지만 반드시 그 계약서를 잘 읽어 보아야 한다. 교통사고의 모든 책임은 렌트를 하는 대여자에게 있으며 자동차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에서조차 차를 렌트할 때 우도는 자동차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만일 우도에서 자동차 사고가 나면 보험료 혜택을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렌터카 수리비는 물론 공업사에 오가는 비용 역시 온전히 차를 렌트한 운전자의 몫이다.

우도의 노면은 모든 바퀴류의 기계에 결코 친절하지 않다. 길이 울퉁불퉁하고 돌도 많으며 경사진 오르막과 내리막은 물론이려니와 구불구불한 해안도로에서는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초보운전자나 노약자 그리고 여성에게 매우 불리하며 사고 원인 중 차와 차가 서로 부딪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무엇보다 운전을 하며 스피드를 만끽하거나 아름다운 해안가를 구경하며 셀카봉으로 촬영을 하느라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고 대단히 산만해서 사고의 위험성은 더욱더 높다.

관광객과 우도 주민 모두에게 피해

과거에는 제주에 우도라는 섬이 있는 줄도 모를 만큼 소외되고 제외된 곳이었다. 1986년 우도가 면으로 승격되면서 눈부신 발전이 이어지고 관광객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우도 주민들은 기뻐했다. 하지만 지금은 늘어나는 쓰레기와 북적대는 교통량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늘어난 교통난으로 인하여 주민들은 어떤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일까?

첫째 생활의 불편함이다. 반농반어를 하는 해녀들은 물때에 맞추어 바다에 가야하고 물질이 끝나면 밭일을 하기 위해 바다와 밭을 바쁘게 오가야 한다. 그러나 늘어난 자동차로 인하여 통행에 지장이 있으며 무엇보다 한창 바쁜 영농철, 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무단 주차 등의 이유로 경운기가 밭으로 들어 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버릴 때는 정말이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둘째 막대한 수익손실이다. 해녀가 바당에서 캐어 올린 우무나 톳 그리고 감태 등은 햇볕에 바짝 말려야 상품으로 팔려나간다. 따라서 해녀들은 집안 마당이나 길가 그리고 해안가에 늘어놓고 말려야 하는데 자동차들이 오가며 모두 밟아 뭉개버리는 통에 애써 건져올린 최상품의 해산물들이 하품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바당에서 목숨걸고 채취한 해산물이 하품으로 전락되고 말았을 때 해녀들이 느끼는 허탈함과 분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셋째 심각한 환경오염이다. 마을 안쪽은 나름대로 괜찮지만 버스와 자동차들이 다니는 길목에 있는 집들은 매연과 먼지 그리고 소음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한다. 게다가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ATV의 경우 지독한 매연과 위협에 가까울 정도의 과속으로 인하여 주민들이 참아야 했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우도 면사무소는 2014년 7월 모 ATV 대여업체 대표 4명을 고발하기도 했고, 우도면 주민자치위원회는 2014년 11월 제주도 의회와 제주도에 탄원서를 내기도 하였다. 이에 업체는 주민들의 피해에 공감하고 인정하며 2016년부터 조건없이 ATV 영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넷째 점점 벌어지는 주민의 소득 격차이다. 관광객으로 인하여 소득을 올리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의 불편함은 여전히 현실적 문제로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돌아간다. 불편함이 소득으로 이어진다면 그나마 참겠지만 그렇지 않은 소외된 계층의 주민이 더 많다는 것이 현재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주기적으로 이른 아침 해안가 청소부터 마을 청소까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떠안아 치우기 바쁘고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며 애써 지은 농작물과 해산물이 시커먼 바퀴 아래 짓뭉개지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우도의 교통 문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사태에 직면하자 제주도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발벗고 나섰다. 그래서 지난 11월 5일 제주 교통문제 연구소(아래 제교연)의 주최로 우도 면사무소에서 '우도지역 교통문제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제교연은 2014년 8월에 발족된 YMCA 산하의 부속 연구소로서 언론과 사회, 정비 및 교통 전문가 등 20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변장선 센터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떤 계기로 우도의 교통 문제에 관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묻자 "우도의 관광 발달사를 살펴보며 일찍부터 어떤 면에서 제주 전체의 관광산업의 미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이런 관광산업의 발전 속에서 오히려 미래 관광의 자원이 유실되어가고 있지는 않나 하는 반성적인 마음이 일었던 것이죠, 우도가 2백만을 넘어 3백만으로, 나아가 한국의 우도에서 세계의 우도로 바뀌려면 우도의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토론회에서는 제교연 측에서 변 센터장이 '우도지역 교통안전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였고 우도면에서는 김철수 서광리 리장이 '우도지역 교통문제에 대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였으며 고혜동 우도 주민자치위원장, 김경철 우도면 연합청년회장, 정성중 우도 초, 중학교장, 김원욱 우도파출소장, 오상훈 교통안전공단 제주지사 차장, 조항웅 제주교통연구소 이사 그리고 마을 주민이 토론에 참가하였다.

주제발표와 토론에서는 크게 4가지의 문제점이 제시되었는데 ① 늘어난 차량에 대한 대처로서 우도에 들어오는 반입차량 제한,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여 섬의 입장료 인상 후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법 그리고 모노레일이나 혹은 노면전차를 도입하자는 의견 등이 나왔다.

② 현재의 교통량을 소화하기에는 너무도 열악한 우도의 도로 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해안도로를 확장할 것인가 혹은 일정 시간대와 지역을 정해서 일방통행을 시도할 것인가에 대해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으며 김경철 우도 청년연합회장은 해안도로를 확장할 경우 우도의 환경 및 경관을 해칠 수 있다며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③ 늘어나는 교통사고 및 관광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여차와 이륜차에 대한 자세한 매뉴얼북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유포하여 사고시 보험혜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안전운전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의견과 포구를 비롯하여 도로 주요 구간에 CCTV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리고 정성중 우도초, 중학교장은 아이들의 등하굣길에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두려워하여 부모들이 자동차로 바래다주고 데려가는 형편이라며 무엇보다 학교 등 어린이 보호 구역의 안전시설이 급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김원욱 우도 파출소장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 우도에 근무하는 경찰은 모두 6명이고 이것은 주민수에 대비한 배치인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하루에 접수되는 사건은 평균 5~7건이고 이중 80퍼센트는 관광객으로 인한 교통사고이다. 주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배치된 경찰 인력이 하루 5천 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돌보고 있으니 다시 말해 경찰 1명이 1천 명의 관광객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하루빨리 파출소의 경찰 증원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④ 이와 같은 현실에서 불편함을 고스란히 떠맡고 살아가야 하는 우도 주민들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서 관광사업이 주민공동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 하루빨리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동의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관광사업으로 많은 소득을 올리는 업체는 벌어들인 만큼 지역 활성화를 위해 환원하는 마음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오후 5시에 시작되어 8시 반까지 이어졌으며 마지막 질의질문의 시간에 우도의 한 주민은 '관광버스가 집앞으로 매일 지나다녀 매연과 먼지 그리고 소음으로 견딜 수 없고 무엇보다 위험해서 아이들을 문 밖에 내놓지 못할 지경이다'라며 주민들이 사는 주택가에서 벗어난 관광 버스노선을 따로 만들어달라고 하소연하여 토론 참가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내기도 하였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센터장은 '지역의 교통상황 문제를 제시하는 행정 지역으로는 제주에서 우도가 처음'인 만큼 잘 해결하여 다른 지역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말하였으며 이에 대해 김철수 서광리 이장은 문제점 제안에서 나아가 사회적인 이슈화는 물론이려니와 현실적인 대책 방법을 구체적으로 강구해 달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센터장은 우도가 곧 제주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우선 가장 시급한 어린이 보호구역의 안전 표지판 시설 및 차선, 주차선, 반사경, 보안등을 올 해와 내년에 걸쳐 신속히 설치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고 대답하였다.

우도의 참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오늘의 정책 토론회는 현재 2백만의 관광객을 3백만으로 유치하기 위한 도약 과정이며 아름다운 섬 우도를 오래도록 지켜내고자 하는 우도 주민과 제주도청의 열망의 시간이었다. 센터장이 약속한 대로 제주도청은 우도의 교통 문제를 위해 백분 노력하겠지만, 행정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 필요한 절대시간이 대단히 길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경험하였기에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것이 바로 관광사업이다. 어떤 문제점 하나가 심각하게 불거지면 인심은 싸늘하게 돌아서 버리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예로서 얼마 전 메르스의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의 예년 숫자를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야 2백만 관광객의 짭짤한 수입으로 달콤하겠지만 이미 쓰레기와 교통 등 환경적인 문제가 체감온도 최고 수위를 넘어선 상태인 만큼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동차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는 한 관광객 3백만은 절대로 기대할 수 없다. 시쳇말로 한창 경제적으로 피크인 이 시점에서 '미래를 따지고 투자할 필요 없이 여기서 돈벌고 떠나면 그만'이라는 외지인도 적지 않다는 우도 현지의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도 안될 것이다.

우도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주도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관광을 위한 가장 장기적인 보험은 그 지역의 특성을 잘 살리고 보존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입각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도에 아낌없은 행정적인 지원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동안 제주가 관광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많은 것이 우도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하루 반나절로 우도의 관광을 마친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우도의 일출과 일몰을 비롯한 몇 장의 사진을 바친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하루 정도 머물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우도의 참모습을 느끼고 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일출: 2015.03.01/ 오전 8시 45분 ⓒ 고성미
일출: 2015.04.27/ 오전 5시41분 ⓒ 고성미
일몰: 2015.07.10/ 오후 7시57분 ⓒ 고성미
일몰: 2015.03.23/ 오후 7시19분 ⓒ 고성미
우도의 바다 거센 바람 속에서 바다가 뒤집어지는 장면을 본다면, 이런 자연 환경을 극복하며 2백년동안 살아온 우도 주민의 정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고성미
비오는 날 우도의 돌담을 따라 느리게 걷는 기분은 경험한 사람이 아니고는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 어떤 특별함이 숨어있다. ⓒ 고성미
우도의 안개낀 해안도로 걷다보면 길잃고 헤매는 작은 말과 동행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 고성미
온통 안개로 가득한 섬. 맑고 쨍한 날만 여행하기 좋은 것은 절대로 아니다. 특히 우도에서는 더욱 더... ⓒ 고성미
* 우도의 나이 지긋한 해녀가 막배를 타고 자동차들이 모두 빠져나간 해안가를 여유롭게 걷고 있다. 근사한 경치도 좋지만 나는 이런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장면을 보고 느끼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 고성미
CNN이 선정한 대한민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50에 선정된 우도 해녀들의 이동수단인 오토바이과 삼륜차등이 해녀들이 바당에서 물질하는 동안 돌담아래 옹기종기 주차중이다. 같은 바퀴류이지만 이런 장면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정서적인 깊이와 아름다움이 남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 고성미
사진쟁이의 특성상 참 많은 곳을 여행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려니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전역을 비롯 미국과 중국, 뉴질랜드와 호주, 차마고도와 산티아고 그리고 일본, 대만, 필리핀, 홍콩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곳을 돌아다녀보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으뜸을 꼽으라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곳은 바로 제주도 섬 속의 섬 '우도'라고 대답할 수 있다. 내가 이곳에 정착해 살고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도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품어안고 있는 그 어떤 강한 힘이 존재한다. 어쩌면 그것은 우도만의 문화와 정서 그리고 역사 속에서 우러나 인간의 마음을 다스려주는 에너지파일지도 모른다.

우도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하루 반나절 휘익 돌아보고 가던 관광의 패턴을 조금 바꾸어 하루 정도 머물며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우도의 참 모습을 만끽하길 바라는 마음 가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인용된 통계수치는 모두 '우도지역 교통문제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보도자료에 근거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태그:#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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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우도에서 살고 있는 사진쟁이 글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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