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김철.

밴드 장남들의 멤버로 1970,1980년대 대학 밴드 전성기를 구가했던 뮤지션 김철. ⓒ 이종성


샌드페블즈, 활주로, 장남들, 옥슨80, 휘버스, 로커스트 등 50대 이상 되는 중장년층들에게는 꽤 익숙한 이름들이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무렵 대학생들이 참여했던 여러 가요제를 통해 높은 인기를 누렸던 대표 그룹들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그룹사운드'로 불리며 한 때 대중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캠퍼스 밴드들.

변화무쌍한 가요계 흐름은 그들의 존재를 쉽게 잊게 만들어버렸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디지털 문화에 대한 반감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불러 모았고, 대중음악계 역시 예전에 즐겨 들었던 가요와 그 가수들에 대한 그리움에 목말라 했다. 2004년 예전 대학생 밴드들의 신선함이 돋보였던 가요제 참가 곡들을 다시 들어 보자는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기획은 '7080 음악 신드롬'을 불러 모으며 한국은 물론 해외로까지 그 열기가 이어졌다.

가정을 꾸리고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캠퍼스 밴드 각각의 멤버들은 다시 악기를 연주하고 마이크를 잡는 등 중년에 접어들어 '행복한 삶의 변화'를 갖게 되었다. 2004년 이후 꾸준하게 TV 출연, 전국 및 해외 콘서트를 통해 '7080 음악'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대학캠퍼스 밴드 중 여섯 팀이 함께 지난 10월 9일부터 11월 1일까지 4주에 걸쳐 <7080 대학캠퍼스 밴드와 함께하는 대학가요제>란 합동 콘서트를 가졌다.

1978년 <제1회 해변가요제>에서 '바람과 구름'이란 곡으로 장려상을 수상했고, 이듬 해 원년 <강변가요제>에도 출전했던 장남들 역시 이 무대에 함께 했다. 이 밴드의 보컬리스트 겸 기타리스트 김철은 20여년 넘게 다른 일을 하다가 2004년 하반기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멤버들과 한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은 후, 11년 째 밴드 생활과 생업을 병행하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덧 50대 중반이 되었지만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음악 친구들과 팬들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  4주간 다른 밴드들과 합동 공연을 마친 소감은?
"7080을 대표하는 여러 캠퍼스 밴드가 모여서 함께 한 첫 번째 소극장 콘서트였다. 200여명이 들어올 수 있는 작은 공간에 와주신 관객들과 더욱 친밀하게 교감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도 대부분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환호성도 치는 모습을 보면서 4주 내내 같이 즐겼다."

- 이번 소극장 콘서트가 이전 공연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장남들, 샌드페블스, 로커스트 등 여섯 개 밴드가 각자의 히트곡을 먼저 선보인 후 '펑키 타운(Funky Town)', '콜 미(Call Me)', '영 턱스(Young Turks)', '배드 케이스 오브 러빙 유(Bad Case Of Loving You)' 등 신나는 팝 음악을 역시 팀별로 연주 노래했는데 바로 앞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에 중독될 수밖에 없었다.(웃음)

소극장에서는 관객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반응을 바로 체감하게 되니 뮤지션들도 더욱 흥겹게 연주하고 노래하게 된다. 중대형 공연장이나 TV 공개홀에서는 앞좌석 일부 관객들만 보여서 관객과 교감하는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생업 병행하며 음악활동, "그래도 기뻐"

 밴드 장남들의 방송 출연 모습.

밴드 장남들의 방송 출연 모습. ⓒ KBS


- 얼마 전 KBS <콘서트 7080> 출연한 것을 봤다.
"2004년 11월 6일 첫 회 방송분에 나간 후 해마다 한 번씩 꼭 출연을 해왔다. 올해는 10월 24일, 528회에서 멤버들과 같이 무대에 섰다. 따져 보니 열두 번 나간 것 같다.(웃음)" 

- 11년 전 정말 오랜만에 TV 공개방송 프로그램에 나간 당시 감회는 어땠나?
"20년 간 공백을 거치고 무대에 섰을 때, '다시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캠퍼스 밴드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1980년대 초에는 혈기왕성한 기운으로 방송과 공연을 했다면, 중년이 된 지금은 살아 온 인생의 연륜을 연주했던 것 같다."      

- 10여 전 오래전에 함께 활동했던 음악 동료들과 재회했을 때로 돌아가 본다면?
"다시 무대 위에서 볼 것이란 생각을 전혀 못했던 터라 얼굴 보는 것만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초반 2,3년 동안에는 모두 80년대 추억을 떠올리며 음악이야기와 여러 에피소드를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나눴던 기억이 떠오른다.(웃음) 그 이후에는 다 같이 친한 친구처럼 서로 챙기고 걱정해주는 사이가 됐다."

- '7080 음악'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생활에도 변화가 있었나?
"이번 콘서트에 같이 했던 동료들 중 이명훈(휘버스)씨와 건아들 정도만 음악활동을 지금까지 계속 이어왔다. 나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 10여년 넘게 무대에 섰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고, 우리 팀만 하더라도 4번의 미국 공연을 포함해서 많은 라이브 공연을 했다."

- 공연장이나 TV 공개홀에 오는 중장년 관객들의 반응은 남다를 것 같다.
"'그분들이 우리의 노래와 연주를 더 목말라했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장남들과 더불어 공연하는 캠퍼스밴드들 모두 1977년에서 1980년 사이 열렸던 여러 대학가요제에서 수상을 했던 인기 팀들이다.

특히 몇 년 전 미국 공연 시 80년대 초에 이민 와서 한국대중문화를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중장년 교포 분들의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그분들에게는 학창시절 내지는 사회생활 초창기에 즐겨 들었던 노래들을 20여년 만에 타국에서 듣게 되니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겠나? 지금도 그 때 객석을 가득 매운 관객들의 함성 소리는 잊지 못하고 있다." 

겸손한 마음으로 음악할 것

- '쎄시봉', '7080', '90년대 가요' 등 옛 음악에 대한 대중적 인기와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1970,80년대 음악이 각광을 받으면서 시작됐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한 방송사에서 '7080 캠퍼스 밴드'란 타이틀로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 후 예상 밖의 신드롬으로 이어져 촉매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본다. 이후 우리 같은 밴드 말고도 동시대 활동했던 타 장르 가수들도 동반 인기를 얻었다."

- 여러 무대를 통해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라고 느끼나?
"한창 활동을 하던 때 20대 초반이었다. 그 때 내 노래와 우리 팀의 연주를 감상했던 앳된 모습의 여성 팬들이 수십 년이 흐른 후 아주머니, 심지어 손자를 둔 할머니가 되어 공연을 보시더라. (웃음) 뮤지션과 팬이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서 행복한 시간을 공유하는 것. 아름답지 않나? 다른 7080 밴드들과 노년이 되어 체력이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같이 하고 싶다."

- 김철이란 뮤지션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를 주는지?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에는 남다른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타고난 재능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 특히 10여 년 전부터 연주를 하고 노래를 다시 하게 된 만큼 '겸손한 마음으로 음악을 만나자'는 생각을 더욱 깊게 하게 되었다."

- 앞으로 계획하는 일들과 앞으로 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지금 살고 있는 경기도 마석에서 보컬, 기타, 드럼 레슨을 위주로 하는 실용음악학원을 운영 중이다. 그리고 5년 째 나와 엇비슷한 연령대 분들을 대상으로 기타 강의도 하고 있는데, 두 가지 모두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어서 내겐 너무 행복하고 소중한 일이다.

기회와 여건이 계속 닿는 대로 신인 가수들을 양성하려 한다. 현재 박효주란 여성 솔로 뮤지션 녹음 작업 중인데, 이 친구처럼 노래를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가수 지망생들에게 꾸준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의 길을 가고 싶다. 물론 다른 캠퍼스 밴드들과도 7080 음악이 계속 사랑받을 수 있도록 장남들의 일원으로서 설 좋은 무대가 있으면 언제 어디는 찾아갈 거다."


7080 장남들 김철 바람과 구름 대학캠퍼스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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