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4번째 미니앨범 < CHAT-SHIRE(챗셔) >의 쇼케이스를 연 가수 아이유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4번째 미니앨범 < CHAT-SHIRE(챗셔) >의 쇼케이스를 연 가수 아이유 ⓒ 로엔트리


아이유는 이미 국내 솔로 여가수 중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 발표하기만 하면 그의 음원은 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그의 열애설에는 단숨에 관심이 집중된다. 가장 '핫' 하면서도 음악적인 역량을 인정받는 스타가 드문 시점에서 아이유의 행보는 단연 눈에 뜨인다.

아이유는 솔로 여성가수로서 아이돌의 인기와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아이유의 이미지는 어느 쪽에도 완벽하게 속해있지 않은 아이유의 위치를 대변한다. 아이돌이라 칭하기도 어렵지만, 아티스트로서도 아직 여물지 않은 애매함. 이는 양쪽의 이미지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하면서 결국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압박감을 남긴다.

아이유는 어느 순간 아이돌보다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부를 곡을 직접 만들고, 작사하며 콘셉트를 정하고 프로듀싱까지 손을 대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에 대한 관심만큼, 아이유의 이런 행보에 이목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유는 그 간극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챗셔(chat-shire)' 앨범에 오롯이 담아냈다. 타이틀 곡 '스물셋'에서 아이유는 자신을 '수수께끼'라 칭하며 "뭐게요, 맞춰봐요"라며 대중을 도발한다.

어리지도 않지만 농익은 상황이라고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나이를 빗대어 "다 큰 척해도 믿어주고 덜 자란 척 해도 속아달라"고 표현한다. 이런 가사에는 자신이 때로 허세를 부리거나 유치한 행동을 해도 그것은 자신이 아직 그런 나이에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이렇게 솔직한 아이유의 가사는 그의 행동에 당위성을 얻기 위한 전략이다. 아이유는 "지금이 좋지만 사실은 때려치우고 싶기도 하다"거나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라며 자신의 모순된 마음을 표현한다. 애매한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아이유가 간과한 것

 아이유

아이유 ⓒ 로엔 엔터테인먼트


아이유가 나아가는 지점은 명백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챗셔'를 앨범 타이틀로 하고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모티브를 얻은 곡 '제제'를 수록했다. 콘셉트를 정하고 노래를 만드는 과정 모두 단순한 발상이 아닌, 어떤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며 자신의 깊이를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유의 감성은 그의 영민함과는 비례하지 못했다.

아이유는 '아동학대'를 당하는 주인공의 처지를 안타깝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내용을 제외하고 '말썽꾸러기 제제'를 부각했다. 그러면서 제제에 '사실은 교활하고 더럽다'는 시선을 던진다. '말썽꾸러기 제제'가 사실은 순수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편협한 시각에서 만들어진 어떤 낙인이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아이유는 캐릭터의 확장이나 새로운 시선을 던졌다기보다는 그저 그 좁은 시선에 동화되고 마는 편협함을 보였다.

여기까지는 해명이 가능한 범위였다. 그러나 아이유가 제제를 상징하는 그림에 망사 스타킹을 그려넣고 인터뷰에서 제제를 "섹시하게 느꼈다"고 표현하자, 불편함을 느낀 대중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 문제는 결국 크게 불거지고 말았다. 최근 불거진 브리트니 스피어스 노래 무단 샘플링 논란과 겹치며 아이유는 데뷔 이래 음악적인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사실 아이유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아동성애'라는 불편한 시선으로 이 콘셉트를 잡았다고 보기에는 지나치다. 아마도 아이유는 자신이 가진 특별한 시선과 남들과 다른 감성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보여주는 세계관이 사실은 편협한 것이라는 판단은 쉽사리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소설을 읽은 누구도 제제에 '교활하고 더럽다'고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던 것은 소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때문이지, 새로운 시각으로 소설의 비평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 지점을 아이유는 간과하고 말았다. 다섯 살 소년을 향한 아이유의 시선은 결국 대중의 공분을 샀다.

아이유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유 앨범 자켓사진

아이유 앨범 자켓사진 ⓒ 로엔 엔터테인먼트


사실 논란이 되지 않았다면 그런 시선으로 아이유의 앨범을 바라보지 못했을 대중이 더 많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논란이 크게 일어난 이상, 아이유는 사랑을 받는 만큼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할 책임이 있다. 설사 자신이 의도한 바가 그게 아니고, 그런 오해가 불쾌할 수도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결과다.

아이유 스스로 생각해 보았을 때는 대중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유에게 화살이 쏟아지는 지금 필요한 것은 대중에게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불편함을 느꼈을 대중에게 사과하고 노래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방향이다. 그것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의 숙명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대중의 시선은 아이유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상태다. 감정을 거스르는 일은 현명하지 않다.

아이유의 대처가 늦어질수록 대중의 분노도 아이유에게 집중된다. 아이유는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이 일이 아이유 음악인생의 치명적인 오점이 될지, 아티스트의 길을 걸으려면 대중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함을 깨닫는 전환점이 될지는 아이유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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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이유 제제 챗셔 스물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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