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 PD

tvN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 PD ⓒ CJ E&M


두 편의 '대박' 드라마를 만들어낸 연출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신원호 PD는 "이번엔 잘 될 리가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번'이라는 건 대대적인 복고 열풍을 일으켰던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세 번째 편 <응답하라 1988>을 두고 하는 말이다.

첫 방송(6일 오후 7시 50분)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신 PD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두 번째 시리즈까지 잘 되다가 세 번째에 폭망하는(폭삭 망하는) 것이 재밌지 않겠느냐"며 "전작들에 비해 성공하리라는 장담도 못 하겠고,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BS 주말드라마와 편성이 겹치면서 주말 시간대를 접수하려는 것 마냥 기사가 나갔는데, 저는 그럴 마음이 없어요. (KBS 주말드라마는) 여전히 시청률이 20~30% 나오는 공룡 같은 프로그램인데, 거기에 대적해 성과를 얻기는 어렵죠. 지난 주 방영했던 <응답하라 1988-시청지도서>(<응답하라 1988>의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 등을 설명한 특집 프로그램이다-기자 주)가 <응답하라 1994> 첫 회 시청률보다 높게 나온 걸 보고, 후배들에게 '조용히 망하긴 글렀다'고도 말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짐이 좋은 <응팔>

 tvN <응답하라 1988> 스틸컷

tvN <응답하라 1988> 스틸컷 ⓒ CJ E&M


뚜껑을 열기도 전에 이렇게 엄살을 피우는 건 제작진이 말하는 <응답하라 1988>의 핵심이 '가족'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응답하라> 시리즈는 망하지 않는 이상 우리 마음대로 멈출 수는 없게 된 것 같다"고 운을 뗀 신원호 PD는 "그러다 보니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자는 생각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PD는 "이우정 작가와 '나이가 들다 보니 자꾸 따뜻한 이야기에 관심이 가고 눈물도 많아진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도 그런 정서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가족 이야기를 하려면 누군가가 암에 걸리거나 죽지 않는 이상 임팩트를 주기가 어려워 <응답하라 1994> 때까지만 해도 죽은 형제가 있거나 아버지가 암에 걸리는 등의 이야기를 넣었는데, 이번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선택된 배경이 1988년과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의 한 골목길이다. "잘 살지도 못 살지도 않은 평균적인 동네, 그러면서도 서울 사람이 아니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동네가 어디일까 생각하다 쌍문동을 선택했다"는 신 PD는 어느덧 사라진 골목길의 추억을 드라마에 되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또 그는 "작업실에 198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 사회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기록해둔 연감을 갖고 있는데, 희한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난 해가 있다"며 "그게 1997년이고 1994년이었고 1988년도 그렇다, 또 1988년은 인심이 살아있었던 때라 이웃 간의 정 같은 것을 이야기하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tvN <응답하라 1988> 스틸컷

tvN <응답하라 1988> 스틸컷 ⓒ CJ E&M


드라마의 주인공은 골목길을 가운데 두고 함께 살아가는 다섯 가족이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가족부터 빚보증으로 반지하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 등 언젠가는 우리 주변에 살았을 법한 인물들이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기 때문에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신 PD는 당시의 기억이 비교적 또렷한 인물들을 모조리 인터뷰하는 것으로 기억의 간극을 메웠다.

"가뜩이나 TV 프로그램들이 다 세련되고 멋있는데, 그 와중에 촌스러운 드라마도 하나 있으면 어떨까 싶다"는 그는 "'요즘 이렇게 가족끼리 토닥거리는 모습을 담은 소소한 드라마가 없었다'는 반응, '보고 눈물이 나서 엄마에게 전화했다'는 반응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응칠> 정은지, <응사> 고아라... <응팔>에선 '이이잉~' 혜리

 tvN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는 걸스데이 혜리

tvN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는 걸스데이 혜리 ⓒ CJ E&M


<응답하라 1997>로 연기 경험이 없었던 에이핑크의 정은지를 발굴하고, <응답하라 1994>로 그동안 뛰어난 외모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던 배우 고아라를 재조명한 신원호 PD는 이번 <응답하라 1988>를 이끌어갈 주인공으로 또 한 명의 '연기돌' 혜리를 택했다. 혜리는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성동일 분)의 둘째 딸로 성적보다 외모에 관심 많은 소녀 성덕선을 연기할 예정이다.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의 멤버인 혜리는 2012년 SBS 주말드라마 <맛있는 인생>을 시작으로 JTBC <선암여고 탐정단>(2014), SBS <하이드 지킬, 나>(2015)에 출연했지만 연기력으로는 지금까지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의 발탁을 두고 신 PD는 "드라마가 세 번째라 연기에 대해 사실 잘 모르지만, 확실한 생각은 '캐릭터에 꼭 맞는 사람을 캐스팅하자'는 것"이라며 "정은지와 고아라도 그런 점에서 가장 적역이었고, 혜리 또한 이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사실 혜리는 처음 제작진이 성덕선의 캐릭터를 만들 때 많은 참고가 됐던 친구이기도 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는 행동 같은 게 딱 성덕선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와중에 걸스데이가 너무 떠버리는 바람에 (캐스팅을) 포기한 상태였죠. 하지만 한 번쯤 만나보고는 싶더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보니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친구였어요."

신 PD는 지금까지 혜리의 연기에도 합격점을 줬다. "기존의 연기자들이 갖고 있는 틀이나 관습 같은 것이 없어 좋다"는 신 PD는 "혜리에게도 '전형적인 연기가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평소의 일상적인 부분을 연기할 땐 본 것 같은 연기 말고 네 걸 해주면 된다'고 말하는데 지금까진 만족스럽다, 제작진도 칭찬을 많이 한다"고 평했다.

혜리를 중심으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관습과도 같은 '여주인공 남편 찾기'도 결국 빠지지 않을 전망이다. 신 PD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향수와 첫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며 "또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쾌가 없다면 20부를 끌고 가기가 쉽지 않아 '남편 찾기'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가족 이야기가 남편 찾기에 가려지지 않았으면 한다"며 "그렇게(남편 찾기가 가족 이야기보다 화제의 중심이) 된다면 결과적으로 우리가 잘못 만든 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tvN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는 배우 이동휘, 고경표, 류준열

tvN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는 배우 이동휘, 고경표, 류준열 ⓒ CJ E&M



응답하라 1997 신원호 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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