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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월호 사건을 겪고 새들생명울배움터는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며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생명의 교육을 일구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에 주목하며 '나로부터 행하는 교육, 공적 글쓰기'라는 주제로 2015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엽니다.

나 자신부터 가르쳐지고 길러지지 않으면 누구도 교육할 수 없고 어떤 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종이 위에 있는 나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연마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실제로 그렇게 걸어 나가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2015교육문화연구학교는 10월 9일부터 12월 18회까지 총 10회로 진행합니다. - 기자 말 -

"국정교과서는 나를 속였다"

2015교육문화연구학교 3번째 시간의 주제는 '토설과 정화'이다
 2015교육문화연구학교 3번째 시간의 주제는 '토설과 정화'이다
ⓒ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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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학번인 옥명호 편집장(월간 복음과 상황)은 대학교에 입학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국정교과서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역사를 만났다.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전을 보고 분노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했다. 시위에 나갔다. 전경을 향해 돌을 던졌다. 겁이 났다. 전경이 돌에 맞았을까 봐 잠이 안 왔다. 이후로도 시위에 나갔지만 돌 대신 펜을 들었다. 일기장은 분노의 시대에 차마 토해 내지 못했던 그의 생각을 담아 주었다. 

10월 23일, 새들생명울배움터가 '나로부터 행하는 교육, 공적 글쓰기'를 고민하며 연 2015교육문화연구학교 3번째 시간은 글로 다른 이들을 만나기 전 먼저 자신과 만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글쓰기는 눈에 보이는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와의 소통을 꿈꾸게 한다. 그 누군가에는 타인뿐 아니라 자신도 포함된다. 자물쇠로 잠그는 일기장에 글을 써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그 글은 일차적으로 자신과 만나고 자신과 소통을 시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냐는 물음에 참가자들 대다수가 손을 들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냐는 물음에 참가자들 대다수가 손을 들었다.
ⓒ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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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편집장은 글쓰기를 '결' 쓰기라고 했다. 글쓰기는 1차적으로 자신의 생각, 마음, 감정을 문자에 담는다. 자신이 경험한 일, 어느 곳에도 풀지 못하는 응어리를 토해 내며 자신의 '결'을 만나고 만들어 간다.

옥 편집장이 어린 시절 선원이었던 아버지는 거의 집에 계시지 않았다. 아버지의 부재로 집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옥 편집장은 그 시절을 길 위에 집이 있는 것처럼 불안했다고 했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나 때문이 아닐까."

모든 상황이 자기 탓인 것 같았다. 집에 있기 싫었다. 늘 바다로 달려갔고 일기를 썼다. 마음 안에 응어리가 있다는 것은 자신과의 소통이 막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바다 앞에서,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는 일기 앞에서 응어리를 풀고 불안을 털어냈다. 자신을 만났다. 옥 편집장은 문자가 기적 같다고 했다.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글쓰기였고, 글을 쓸 수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냐는 물음에 참가자들 대다수가 손을 들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냐는 물음에 참가자들 대다수가 손을 들었다.
ⓒ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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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깨어나려고 몸부림친다."-<데미안>

일기를 쓰며 글을 만난 옥 편집장은 다른 글에서도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다시 읽은 <데미안>의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동안 본인의 삶이 알에서 깨어나려 했던 몸부림임을 알았을 때 정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시를 만났다. 시인들이 한 단어 한 단어 고심하여 쓴 글을 읽으며, 또 본인이 습작을 하며 한 단어 안에 자신의 마음, 생각을 담고자 고심했다. 자신의 결을 더 정확하고 예민하게 담아내기 위해 단어를 부지런히 찾았고 그 단어, 문자들은 다시 자아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 되어 주었다.

그가 편집장으로 있는 월간 <복음과상황>은 기독교계 잡지이다. 기독교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교회를 이야기한다. 공적인 글쓰기장이다. 편집장으로 독자와 소통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옥 편집장은 응어리를 마음에 품고 자신과 소통하지 못하면 다른 이들과도 소통할 수 없다고 했다. 토설을 통해 자신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고 정화가 되고 그것 위에 상황에 대한 시비가 쌓일 때 소통하는 글을 쓰게 된다고 했다.

옥 편집장은 글쓰기를 자신의 고유함을 담는 ‘결’ 쓰기라고 했다
 옥 편집장은 글쓰기를 자신의 고유함을 담는 ‘결’ 쓰기라고 했다
ⓒ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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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토설은 가감 없이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뱉어내는 것이지만 SNS를 일기장으로 활용하지는 말라고 당부를 했다. SNS는 공중에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은 사람을 베고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일상 글쓰기를 통해 자기 내면을 토설하고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자신을 정화해 나가면 가시가 없어진다, 그때 공적 글쓰기를 해도 늦지 않다. 옥 편집장은 타자와의 소통이 원만하게 되었던 것은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해석해 가는 시간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말했다.  

위대한 작가들을 생각하거나 글에 지나치게 가치를 부여하면 글쓰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과 소통하는 장이라고 생각한다면 글은 부담스럽지 않다. 짧게라도 메모하고 일기를 쓴다면 글은 일상이 된다.

그는 그렇게 일상에서 만나는 글을 통해 자신과 만나게 되고 어느새 타인과도 소통하게 된다고 했다. 단 한 번. 시 창작 교실 외에 한 번도 정식으로 글쓰기 공부를 해 보지 않은 자신이 글쓰기를 업으로, 글로 세상과 소통하며 살 수 있는 것은 글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과 소통하며 자신의 결을 가꾸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만나고 세상과 소통을 꿈꾼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만나고 세상과 소통을 꿈꾼다.
ⓒ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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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들은 후 석준모 학생(14세)은 이런 글을 썼다.

"글쓰기는 '결 쓰기'라고 하셨다. 난 여기서부터 와 닿는 것이 정말 많았다. 마음의 결을 풀어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의 근원에 대해 알아야 할까? 그럼 '결의 근원'에 대해 알기 이해서는 결을 풀어야 하는 걸까? 결 쓰기로 만들어진 글은 거울처럼 결의 근원을 비춰 준다. 만약 우리가 결을 풀어낼 수 있다면 결의 근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 쓰기는 결의 근원으로 인해 만들어지고 결의 근원은 결 쓰기로 알아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새들생명울배움터, #글쓰기, #옥명호, #복음과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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