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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1월 2일 오전 9시 36분]

'조선에서 농민봉기의 중심이었던 것은 동학의 지도자인 전봉준을 중심으로 한 민중이었다. (중략) 농민군은 사람들에게 말을 제공하거나 물건을 옮겨주면서 일본군에 협력하지 말 것을 호소하였으며, 일본군을 축출하기 위해 각지에서 싸웠다. 일본군이 농민군을 철저히 탄압하겠다는 방침을 취하였기 때문에 농민군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어떤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 '일본군과 싸운 조선의 농민들'이라는 소단원에서 동학농민운동을 다뤘다. 한성으로 압송되는 전봉준의 사진과 동학농민군의 행동규칙이 실렸다. 또한 유관순 열사 등 한국의 독립운동가, 종군 위안부 등의 내용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 교과서는 한국 사람이 읽을 수 없다. 일본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학교 교사 구로다 다카코씨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로비에서 자신이 쓴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인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를 들고 있다.
 일본의 중학교 교사 구로다 다카코씨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로비에서 자신이 쓴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인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를 들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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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사 30여 명은 5년 동안의 집필 기간을 거쳐, 지난 4월 중학교 사회 과목의 역사 교과서인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아래 <인간의 역사>)를 펴냈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했고, 내년 38개 학교의 학생 5300명이 이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다.

현재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만드는 '이쿠호샤' 교과서와 우익 성향의 '지유샤' 교과서가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미화하고 있다. 또한 아베 정부는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일제 침략을 최소화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교과서 최초로 일본군과 싸운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이 교과서는 특별하다.

도쿄의 한 중학교 교사 구로다 타카코(62)씨는 이 교과서 제작에 관여했다. 그는 '한일 시민이 함께 하는 동학농민군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25일 오전 출국 직전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구로다씨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용서할 수 없다"면서 "아베 총리와 박근혜 총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자와 구로다씨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가르치고 싶다"

- 올해로 10회째 열린 '동학농민군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에 3년 연속 참가했다.
"일본 학자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정확한 역사를 가르치고 싶어 한다. 이 여행을 만든 나카츠카 아키라 나라여자대학 명예교수와 박맹수 원광대 교수는 매년 새로운 사실을 발굴한다. 이를 배워서 학생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가르치고 싶었다."

- 일본 학교 수업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
"일본 교과서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다루지 않는다. 당시 상황을 일본과 청나라가 조선이라는 조그마한 물고기를 낚으려고 경쟁하는 모습으로 그린다." (동학 농민군은 청일 전쟁이 격화된 1894년 9월 일본을 물리치기 위해 2차 봉기에 나섰다 - 기자 말)

- <인간의 역사> 교과서에는 '일본군이 농민군을 철저히 탄압하겠다는 방침을 취하였기 때문에, 농민군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서술했다. 일본을 가해자로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본 정부나 우익 쪽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절대 가르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5년 전부터 수업에서 동학농민운동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학생들도 놀란다. '우리 선조들이 나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는 '우리 세대는 그런 일을 되풀이 하지 말자'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 역사를 진실로 배운 것은 마음의 식량이 됐다. 앞으로 일본, 중국, 한국이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밑천이 되겠다'라고 적은 한 학생의 감상문이 생각난다."

 일본 교사 30여 명이 5년 동안 만든 중학교 역사 교과서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에는 일본군과 맞서 싸운 동학농민운동 2차 봉기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 교사 30여 명이 5년 동안 만든 중학교 역사 교과서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에는 일본군과 맞서 싸운 동학농민운동 2차 봉기 내용이 담겨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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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를 새로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동학농민운동이 교과서에 실려 학생들이 배웠다고 하는 것은 동학농민운동을 하나의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를 쓰기로 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교과서는 암기 위주라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고 싶었다. 또한 이 교과서는 민중, 여성, 아이들, 평민 등 약자와 주변부의 시각에서 썼다. 유관순도 다뤘고, 세계사도 비중 있게 다뤘다."

<인간의 역사> 교과서는 유관순 열사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다음은 소단원 '독립만세'의 내용 일부다.

'1919년 4월 경성에서 약 100km 떨어진 병천이라는 곳의 시장에서 3000명이 모였다. 3월 1일에 경성에서 독립선언이 있었다. 우리도 독립만세를 외치자라는 연설이 있었고, 태극기가 휘날렸다. 사람들은 일제히 독립만세를 외쳤다. 여학생 유관순도 참여했다.

유관순은 경성에서 친구들과 3월 1일 데모에 나섰지만, 학교는 휴교됐고 더는 참가하지 못했다. 고향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 일본 헌병대는 집회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발포했고, 부모님은 살해당했다. 유관순은 체포됐고, 재판에 회부됐다. 이듬해 10월 형무소에서 죽었다. 최후까지도 조선독립의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 일본 사람들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어떻게 생각하나.
"역사를 위조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학자와 교사는 그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자들이 여기에 참여한다. 우리가 만든 교과서만 해도 후르타 모토오 전 도쿄대 교수 등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교수님이 조언했다."

- 일본에서는 아베 정부가 교과서를 검정할 때 우익적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정 과정에서 정부의 압력이 있었나.
"그런 주문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면, 1923년 관동대지진 때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조선인이 죽었는지 서술하면 안 된다. 당초 수천 명의 조선인이 죽었다고 서술했다가, '많이 죽었다'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서는 1991년 (처음으로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김학순씨의 이야기와 고노 담화 등의 내용만 다뤘다. (정부에서는) 의혹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쓰지 말라고 주문했다. 너무 많이 다루면 교과서를 못 내게 할까봐 더 많이 다룰 수 없었다."

- 정부의 압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는 '공문서나 확실한 증거를 찾아서 첨부하면 절대 뭐라고(빼라고) 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왜곡된 내용을 다루는 신문사나 방송국으로 인해, 여기에 속는 사람도 있다. 현재 학자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고, 교과서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 닮았다"

 일본의 중학교 교사 구로다 다카코씨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로비에서 자신이 쓴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인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를 들고 있다.
 일본의 중학교 교사 구로다 다카코씨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로비에서 자신이 쓴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인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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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알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용서할 수 없다."

- 한국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한국의 정치와 일본의 정치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애국심을 틀린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섭다.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 일본도 패전 전에는 역사 국정교과서를 발행했다.
"군국주의를 국민에게 세뇌하기 위해서였다. <인간의 역사> 교과서를 공부하면 일본이 싫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교과서의 성향은 좌우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학생들이 토론하고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서술을 줄이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해방된 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통치한 것을 보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반도 통일을 방해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본의 군인이었죠? 일본 군대의 나쁜 것을 배운 게 아닐까 싶다."

- 한국에서 역사학자들이 집필 거부에 나서고 있고, 중고등학생들도 국정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데모하는 모습을 보고,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 박근혜 정부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해 달라.
"반대하는 쪽을 존중해서 그 의견을 잘 들어보고 판단하면 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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