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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걸려온 비밀 태스크포스팀의 전화번호가 찍혀 있는 A고교 교무실의 전화 통화목록.
 지난 19일 걸려온 비밀 태스크포스팀의 전화번호가 찍혀 있는 A고교 교무실의 전화 통화목록.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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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혜화동에 있는 국립국제교육원을 사무실로 사용한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이 고교<한국사> 집필진이 있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조사를 벌인 정황이 처음 포착됐다.

사무실 들통 5일 전에 A고교에 전화로 캐물어

지난 19일 오후 2시 20분. 스스로를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소속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건 전화가 A고교에 걸려왔다. 이 학교에 따르면 전화를 건 사람은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하고 캐물었다고 한다.

지난 19일 오후 A고교 전화기에 찍힌 통화 목록을 입수해 살펴보니, 송신자 전화번호는 02-763-0011이었다. 기자는 이날 오후 2차례에 걸쳐서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당사자는 비밀 태스크포스팀 소속 이○○ 주무관이었다.

이 주무관은 당시 통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전화를 받은 뒤 "여기는 국립국제교육원"이라고 말하더니 조금 있다가 전화를 끊었다.

이어 두 번째 전화를 받은 인사는 "여기가 국립국제교육원은 맞는데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와는 상관이 없는 곳"이라면서 "여기는 국제교육원 당직실이라 저는 아무 것도 모른다. 고교에 전화를 걸어 교과서 선택을 알아본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6일 뒤인 지난 25일 비밀 태스크포스팀 사무실이 들통 났다. 장소는 국제교육원이었고, 추진단원 가운데엔 이○○ 주무관의 이름도 있었다. 이날 공개된 'TF 구성·운영계획' 문서를 확인한 결과다.

26일 오전 같은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귀하의 전화를 연결할 수 없습니다"란 말이 나왔다. 하루 전 비밀 사무실이 들통 난 뒤 수신을 막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이면서 A고교에 근무하는 B교사는 "지난번 출판사 선택이유를 묻는 교육부의 전화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뒤, 극우단체에서 교육부란 이름을 내세우며 뒷조사를 하는 줄로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결국 비밀 태스크포스팀의 소행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니 몹시 놀랍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동향 파악' 업무 맡은 최 연구관, 국정화 반대 집회 직접 참석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팀이 만든 문서.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팀이 만든 문서.
ⓒ 도종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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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밀 태스크포스팀 소속 최○○ 연구관은 지난 17일 오후 4시부터 열린 국정교과서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에 양복 차림으로 참여했다. 집회 대열 뒷부분에 위치한 벤치에서다.

당시 최 연구관은 기자와 직접 만나 "그냥 지나가다가 들렀으며, 혼자 참석했다"면서 "공식 출장으로 온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온 것이라 출장비를 신청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5일 공개된 비밀 추진단의 문서에는 최 연구관의 담당 업무란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교원·학부모·시민단체 동향 파악 및 협력."

지난 17일 범국민대회는 교원과 학부모, 시민단체들이 연 집회였다. 해명을 듣기 위해 26일 최 연구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교육부는 26일 새벽에 낸 설명자료에서 비밀 태스크포스팀 구성 이유에 대해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방안과 관련하여 국회자료 요구 및 언론 보도 증가로 업무가 증가했다"면서 "이에 따라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현행 역사교육지원팀의 인력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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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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