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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인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역사교과서가 국정으로 전환되면 오히려 수능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를 제시했다.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한국사를 하나의 통합 교과서로 가르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고생을 덜어줘야 한다는 이론을 펴고 있는 데 대한 반박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인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역사교과서가 국정으로 전환되면 오히려 수능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를 제시했다.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한국사를 하나의 통합 교과서로 가르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고생을 덜어줘야 한다는 이론을 펴고 있는 데 대한 반박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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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이념 논란이 대학 입시 영역으로 번졌다.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면 수능 부담이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7년부터 수능 필수과목이 되는 한국사를 하나의 통합 교과서로 가르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고생을 덜어줘야 한다는 이론을 편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능'을 카드로 내세워 여론을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인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다. 그는 "국정으로 전환되면 오히려 수능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반박하며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를 제시했다.

유 의원이 지난 9월 10일 전국 역사교사 101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정교과서가 교사와 학생들의 수능준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에 45.9%가 '수능이 어려워진다'고 답했다. 반면 '현재보다 수월해 진다'는 의견은 4.4%에 그쳤다. '차이가 없다'는 의견은 49.7%였다.

그는 "하나의 책 안에서 출제하면 변별력을 둬야하기 때문에 시험문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라며 "교육 현장에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인 유 의원은 입시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국정화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선진국들은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다양성을 길러주기 위해 검·인정 또는 자유발행 체제로 전환 중인 반면, 우리나라는 하나의 생각을 심어주는 교육으로 돌아가려 한다"라며 "나라에서 정한 대로 생각하라고 교육받는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선진국 젊은이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

"국정 체제 수능 문제, 평균 2문제 맞혀"

- 역사교과서가 국정으로 바뀌면 수능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교육 현장에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역사교수나 역사교사, 수능 문제를 출제해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명하다. 실제로 현장 역사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국정화되면 수능 문제가 쉬워진다는 답은 4%밖에 안 됐다. 어려워진다고 답변한 비율의 1/10 수준이다.

8종 교과서로 시험 문제를 출제하면 교과서들이 공통적으로 서술한 범위 안에서 전반적인 맥락 정도만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나의 책 안에서 출제하면 변별력을 둬야하기 때문에 시험문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처음 이러한 문제를 지적해준 선생님에게 국정교과서 시절의 시험 문제 10개만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그걸 서울 소재 4년제 역사 전공자들이 직접 풀어보게 했더니 평균 2문제 맞히더라. 문제 하나를 예로 들어보겠다. 고려시대 관직명을 나열해놓고 각각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라고 한다. 당대의 관직명과 역할을 모두 꿰고 있어야 맞힐 수 있는 것이다.

(유 의원이 국정 체제였던 2005~2013년의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 국사 문항 10문제를 추출한 뒤 지난 5~7일에 걸쳐 대학생 106명에게 풀게 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23점을 받았다. 한 문제도 맞히지 못한 학생은 11명이었다.)"

 바람직한 역사교육에 관한 국제사회의 '모범답안'으로 불리는 2013년 유엔 총회 보고서는 "국가가 후원하는 교과서는 매우 정치화돼 있을 위험이 있다"며 "선정 대상 교과서 종류를 하나로 줄이는 것 또한 퇴보적인 조처"라고 짚었다. 유기홍 의원은 "역사교육은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람직한 역사교육에 관한 국제사회의 '모범답안'으로 불리는 2013년 유엔 총회 보고서는 "국가가 후원하는 교과서는 매우 정치화돼 있을 위험이 있다"며 "선정 대상 교과서 종류를 하나로 줄이는 것 또한 퇴보적인 조처"라고 짚었다. 유기홍 의원은 "역사교육은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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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를 하나로 통합하면 학생들의 수능 부담이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학부모들은 검·인정 체제에서 역사교과서 8종을 다 배운다고 오해하시더라. 사실과 다르다. 학교가 택한 교과서 하나만 공부하면 되고, 시험 문제도 8종이 공통적으로 서술한 범위 안에서 출제된다.

처음에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믿는 분들이 많았지만, 다행히도 여당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제대로 판단하실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표와 함께 '강남 엄마들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다. 참석하신 학부모들 역시 교과서가 국정으로 통합되면 수능이 쉬워질 거라고 알고 계셨지만, 국정체제 당시의 시험문제를 직접 보여드리니 생각이 달라지셨다."

- 수능 부담이 완화되느냐 여부는 국정화와 별 관련 없다는 의견도 많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교과서를 가지고 정치적 전략으로 수능 문제를 꺼내든 것 아닌가.
"비겁하게 먼저 수능 문제를 꺼내든 건 새누리당이고,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과 달랐다. 우리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수능 난이도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핵심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학부모에게는 예민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왕 알려드리려면 제대로 전달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설 병기? 더 골 때리는 상황 전개될 수도"

- 한국사를 가르치는 현장 교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검·인정 제도 하에서는 교사들이 여러 교과서들을 자기 안목으로 평가하고 고른 다음 학교 운영위원회를 거쳐 확정한다. 역사 교사의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으로 전환되면 교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게 된다. 교사들의 능력과 안목을 다 무시하고 교사들을 교육의 주체에서 끌어내리는 격이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걱정도 크다. 일전에 만난 한 어머니는 '나는 우리 아이가 생각이 굳은 사람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하시더라. 국가가 하나의 교과서로 하나의 생각을 심어주는 교육을 우려하는 것이다.

왜 선진국들은 국정 체제에서 검·인정 또는 자유발행 체제로 가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다양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하나의 생각을 심어주는 교육으로 돌아가려 한다. 나라에서 정한 대로 생각하라고 교육받는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선진국 젊은이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그럼에도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국정교과서로 바뀌는 걸 걱정하느냐'고 하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 유권자의 인식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것 아닌가. 국정교과서를 감독하는 국사편찬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다. 박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 국회법 개정을 추진한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내지' 않았나. 과연 국사편찬위원장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감독받는 필진들이 자시 소신을 밝힐 수 있을까. 결국 정부 입맛에 맞는 교과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

- 아직 발행되지도 않은 교과서를 두고 이야기하는 건 이르지 않나.
"만들지도 않은 교과서에 친일·독재 미화 내용이 담겼는지 어떻게 아냐는 게 정부·여당의 주장 아닌가.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 들어 집필한 초등학교 6학년 사회과 국정교과서 실험본에서 이미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다. 게다가 지금 국정교과서 필자로 거론되는 게 현대사학회 소속의 '뉴라이트' 학자들이다. 일제의 수탈을 수출로 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인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우려할 수밖에 없다."

- 정부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국정화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다원주의란 다양한 생각이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국민들에 의해 균형을 잡아가는 거다. 지금 정부의 화법을 들어보면 '내가 균형자이니 내가 균형을 잡을게'라는 태도다. 이건 아니지 않나.

더 나아가 정부는 이설을 병기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 여기에 함정이 있을 수 있다. 현행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5.16 정변'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설을 병기하게 되면 여기에 괄호를 치고 '혁명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라고 서술할 수 있게 된다. '쌀을 수탈했다' 뒤에 '수출했을 수도 있다'라고 적는 것도 가능해진다. 더 골 때리는 상황이 전개될 위험도 존재하는 것이다."

"역사교과서는 종교 서적이 아니다"

-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사관보다는 사실 위주로만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에는 뭐라고 반박할 것인가.
"궤변이다. 어떤 초월적 존재가 전지전능 시점에서 균형을 잡고 역사적 사실을 선택해 가르친다? 역사교과서가 무슨 종교 서적인가. 심지어 종교 교리도 해설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역사적 사실을 선택하느냐에 이미 사관이 녹아들어 있다. 현행 교과서 발행체제는 완전한 자유 집필이 아니고 집필 기준이 있다. 집필진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여러 역사적 사실을 가르친다. 지금 정부는 기준 제시를 넘어 사실의 취사선택까지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 제도권 안에서의 역사교육은 국민을 통합하고 역사기억을 공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후진국이나 문맹률이 아주 높은 사회라면 국민을 계도한다는 명분에서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교육열도 높고 교육 인프라도 잘 구축 돼 있다. 세계적으로 교육·문화 선진국인 우리나라의 국민통합은 수평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식이어야 한다. 수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하나의 국정교과서로 국민을 통합한다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 이미 정부는 예비비로 국정화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한 상황이다. 앞으로 야당의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예비비는 국가재정법 22조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곳에 써야 한다. 정부는 이 원칙을 어겼다. 또한 행정예고한 날부터 20일 동안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데, 지난 12일에 고시하고 바로 다음 날 예비비를 의결했다. 쿠데타적인 조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선 야당은 행정예고기간이 끝나는 11월 2일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국정화 문제를 국민에게 더 알리고, 국민이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조직할 생각이다. 오는 25일에는 국정교과서와 다양성 교과서의 차이를 학생과 시민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할 계획이다.

사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대통령의 집착으로 여기까지 왔다. 여기서 중단하는 게 정말 현명한 일이라는 걸 박 대통령이 깨달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나는 이런 생각으로 추진했지만, 국민 다수가 반대하니 좀 더 논의해보겠다'고 하면 될 일이다."

- 이념·역사갈등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은 어떠해야 할까.
"미국 사회에도 이념 갈등은 존재한다. 종교적 갈등을 극심하게 겪는 나라도 있다. 마치 우리나라만 유독 이념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됐다.

그렇다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누군가 전지전능 입장에서 균형을 잡고 통일한다? 위험한 발상이다. 그리고 이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 보면 오히려 국정화 때문에 갈등이 더 극심해지지 않았나. 다양한 의견이 꽃 피운 속에서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과 토대를 갖추고 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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