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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예술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철학하는 예술가 포럼'(아래 포럼)이 어느덧 7회를 맞이했다. 2010년 여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6년차다. 예술대학 커리큘럼에서 취약한 부분인 인문학, 사회과학 강좌와 토론이 간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예술, 계속 할 수 있을까?'의 답을 찾고 싶었으리라.

7회 포럼을 주최·주관하는 '철학하는 예술가 협동조합'(아래 철예)은 그때 모인 청춘들의 힘으로 만들어졌고, 현재 서교동 어느 골목에 공유공간 플랫폼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나는 20대 청춘의 반 이상을 '철예'라는 공동체 속에서 살았다.

쉼없이 새로운 일과 사람을 만났던 6년 동안 독서모임은 기본이고 전시기획, 영화제와 축제기획,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동네미술, 역사기행, '대학 취업률 평가 잣대 폐지' 서명운동 등 참 다양한 활동을 했다. 새삼 돌이켜보니 그중에서도 해를 거르지 않고 꾸준히 지켜왔던 것이 바로 '포럼'이다. 이번 7회는 '지금, 여기, 예술' 세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과거가 되어버린 예술을 답습할 수밖에 없는 제도권 내의 예술교육에 여전한 한계를 느끼며 지금, 여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술현장의 생생함과 우리를 둘러싼 현재진행형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10월 16일에 진행된 첫 번째 프로그램은 '내 안의 소리듣기, 변화의 시작'이었다. 신촌서당에서 만난 음악가 피터는 음악활동 외에도 독립잡지 '싱클레어' 편집장, 고전읽기 모임, 기타강습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피터가 현장에서 던져준 질문은 세 가지인데 '내 안에서 샘솟는 이야기'가 있는지, 그것들을 타인과 나누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무형 혹은 유형의 '공간'이 있는가이다. 한 명의 '이야기꾼'으로서 대중을 만나는 예술가의 면모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장으로서의 '철예'의 가치를 언급해주어서 따뜻한 응원을 받기도 했다.

17일에는 '2015 창작 페스티벌'에 방문했다. 대부도에 위치한 경기창작센터는 서울에서는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꽤 먼 거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 스튜디오(작업실)를 방문해서 현장 분위기를 직접 체험한 것과 안성석, 인세인박, 차지량 작가와의 근거리 만남은 참여자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았다.

18일은 서울 창신동 해발고도 70m에 위치한 전시 공간 '지금여기'에 방문해 운영자 김익현, 홍진훤 작가를 만났다. 최근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 속에 막을 내린 '2015 굿-즈'의 기획에도 동참한 두 작가로부터 사진매체에 대한 애증과 전시공간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방법론이 필요한지 함께 사색하는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작가와의 대화 위의 왼쪽부터 안성석, 인세인박, 차지량 작가의 오픈스튜디오 현장 방문(10월 17일). 아래 오른쪽은 창신동 전시공간 '지금여기'에서 만난 김익현, 홍진훤 작가와의 대화(10월 18일).
▲ 현장에서 만난 작가와의 대화 위의 왼쪽부터 안성석, 인세인박, 차지량 작가의 오픈스튜디오 현장 방문(10월 17일). 아래 오른쪽은 창신동 전시공간 '지금여기'에서 만난 김익현, 홍진훤 작가와의 대화(10월 18일).
ⓒ 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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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북경 중앙민족대학에서 민족학을 공부한 이정찬 박사가 들려주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 이야기를 통해 현재 정세를 이해하는 시간이 있었고(21일), 정희진 여성학자와 함께 "'남혐'은 가능한가?" 대해 논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다(24일). 페이스북 등에서 이목을 끌어 40명 선착순 마감이 완료된 상태다. 남성 신청자가 꽤 많은 것이 흥미롭다.

25일에는 차지량과 박찬경 작가를 만난다. 지난해 스토리온 채널 '아트스타코리아'에 출연해 인지도가 높아진 차지량 작가의 작품들은 동세대 관객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뛰어나다. 그의 작품에서는 그 무엇도 소유하지 못하는 세대의 불안정함과 사회에 대한 체념의 정서가 짙게 묻어난다. 작품제작 과정에서 온라인이라는 가상현실 속 동세대와의 활발한 소통과 특정 현장에서 관객참여형 퍼포먼스를 동반하는 방식 또한 특징적이다.

박찬경 작가는 김금화 만신의 삶과 역사를 추적하며 한국의 현대사를 밀도 높게 아카이빙한 영화 <만신>(2014)과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로 서양 중심의 근대사 속에 누락되었던 아시아의 역사와 전통을 환기했다. 그의 작업들은 '분단'의 현실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담론과 지식들의 집약체임과 동시에 관람이 곧 간접체험인 경우가 많아 감각으로 기억된다. 그가 청년기에 대안공간을 만드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했고, '포럼A'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했던 이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분명 지금의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가 급격하게 파편화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청년 차지량(1983년생). 그리고 '독재타도'라는 대의를 위한 거대한 연대가 사회변화의 유일한 방법론으로 여겨졌던 1980년대 민주화 시대에 대학생이었던 박찬경(1965년생). 18년이라는 나이차이가 있음에도 두 작가의 공통점이 있다면 현재 우리사회를 예민하게 관찰하는 안목이다. 10월 25일 오후 1시부터 5시 사이에 신촌서당에 방문하면 "개인적인 시간"(차지량), "문화전통과 현대미술"(박찬경)이라는 주제로 두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참가 신청 링크 http://me2.do/Ig8FYv9n)

7회 철학하는 예술가 포럼 <지금여기예술> 웹홍보물 왼쪽 차지량 작가소개, 오른쪽 박찬경 작가소개.
▲ 7회 철학하는 예술가 포럼 <지금여기예술> 웹홍보물 왼쪽 차지량 작가소개, 오른쪽 박찬경 작가소개.
ⓒ 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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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단체를 만들었을 때 '철학하는 예술가'는 우리의 지향이자 그 필요성에 대한 호소였다. 이 선언적 성격은 여전히 유효한가? 하는 질문이 지금 우리의 과제다. 모든 예술가는 철학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노답, 노잼. 피할 수도, 제거할 수도 없는 미세먼지처럼 답답하기만 한 현실에서 예술은 사람들에게 어떤 작용을 할 수 있을까? 답답함의 돌파구로 문화와 예술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만난다면 더욱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10월 26일 월요일 오후 7시에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 실천'과 함께하는 강의가 준비되어 있다. 7회 철학하는 예술가 포럼 <지금여기예술>의 마지막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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