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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었던 지난 10월 17일, 북클럽 '문학의 숲' 회원들은 100권의 책을 읽은 기념으로 통영 문학 기행을 떠났습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교육 통영 센터 세자트라 숲에서 100회 기념 행사를 하였고, 101회 책으로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었습니다. <난중일기>의 배경이 된 한산도로 문학기행도 다녀왔습니다.

문학의 숲은 4년여 전인 2011년 7월 어느 날, 저희 가족 셋이 모여 영국 작가 브론테의 장편 소설 <제인 에어>로 시작했습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 진행하던 고전 강좌를 제가 수강하면서 19세기 영국 소설을 포함한 여러 고전들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그 감동이 컸습니다.

가족·친구와 책 100권 읽기, 경이로운 경험

세가족이 시작한 책모임이 어느덧 배움공동체로 발전했다. 3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읽은 책만 100권이 넘는다.
 세가족이 시작한 책모임이 어느덧 배움공동체로 발전했다. 3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읽은 책만 100권이 넘는다.
ⓒ 문학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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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족을 불러 모아 앞으로 함께 책을 읽는 북 클럽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형식은 각자 고전 중에서 책을 선정한 뒤 다같이 읽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발제와 토론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마침 집에 얻어온 프로젝터도 있어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되었습니다.

맨 처음 책은 <제인 에어>로, 다음은 남편이 고른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로, 그리고 아이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선택했습니다. 당시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북 클럽 초반에는 주로 인터넷에 나온 이런저런 정보를 모아서 발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점 발전했습니다. 다양한 참고 문헌을 읽은 뒤 발표 자료를 만들고, 참가 회원도 30명 정도로 확대됐고, 발표자도 여럿으로 늘어났습니다. 친구들과 친구들의 가족, 직장 선·후배, 동창들, 학교 제자, 동네 이웃…. 100권의 책을 읽는 동안 문학의 숲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많은 것을 함께 했습니다.

세가족이 시작한 책모임이 어느덧 배움공동체로 발전했다. 3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읽은 책만 100권이 넘는다.
 세가족이 시작한 책모임이 어느덧 배움공동체로 발전했다. 3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읽은 책만 100권이 넘는다.
ⓒ 문학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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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북 클럽이 확장된 것이라 주된 모임 장소는 저희 집 거실입니다. 격주 토요일마다 풍성한 저녁 식사로 식탁을 차리고 회원들을 맞이합니다. 회원들도 직접 요리를 만들어 오거나 디저트를 사와서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리게 되어, 종종 "문학의 숲이 아닌 음식의 숲이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회원들이 모이면 먼저 식사를 합니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아주 잘 먹는데, 저희들끼리 웃고, 놀고 장난질하며 즐겁게 보냅니다. 식사 후에는 시 낭송으로 모임의 시작을 알리고, 선정된 책을 주제로 발표자가 슬라이드를 이용해 발표를 합니다. 그리고 다시 간식을 먹으며 토론을 하고 마무리합니다.

발표시간에 아이들이 떠들고, 더러는 졸기도 하고, 고양이가 스크린으로 뛰어들기도 하지만 모임은 계속 진행됩니다. 토론 시간에는 자꾸 곁가지로 이야기가 새어 버려서, 책에 대한 이야기가 세상 사는 이야기로 바뀌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 역시 재미있습니다.

가족 그리고 친구와 함께 100권의 책을 읽은 것은 경이로운 체험이고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문학의 숲에서 우리는 서로 선생이 되고 학생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대해 발표할 때 어른들은 모두 집중해서 들었고, 평소 어렵게 여겨졌던 책을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영문학 전공자인 회원이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소개해주자, 읽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도무지 따라잡지 못했던 소설이 비로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고민상담, 사는이야기... 책으로 '사람'을 얻었다

세가족이 시작한 책모임이 어느덧 배움공동체로 발전했다. 3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읽은 책만 100권이 넘는다.
 세가족이 시작한 책모임이 어느덧 배움공동체로 발전했다. 3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읽은 책만 100권이 넘는다.
ⓒ 문학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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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족이 시작한 책모임이 어느덧 배움공동체로 발전했다. 3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읽은 책만 100권이 넘는다.
 세가족이 시작한 책모임이 어느덧 배움공동체로 발전했다. 3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읽은 책만 100권이 넘는다.
ⓒ 문학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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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문학의 숲은 배움의 공동체, 나눔의 공동체, 돌봄의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시를 읽고 책을 읽으며 같이 배움을 얻고, 토론을 통해 서로 몰랐던 부분을 이해하게 되니 가히 공동지성의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학의 숲에서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어 먹고, 또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니 나눔의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한창 사춘기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고만고만한 고민들을 공유하게 되고, 서로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나 친척, 학교 선생님 이외의 어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흔치 않습니다. 문학의 숲의 아이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어른들을 만나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울 기회를 갖습니다.

100권의 책을 읽은 문학의 숲은 평생 책을 읽으며 숲을 더욱 무성하게 가꾸고, 여기저기 숲의 씨앗을 뿌리고 싶습니다. 북 클럽에서 쌓이는 자료는 널리 공유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발표 내용도 동영상으로 녹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배워서 남 주자'는 생각으로, 우리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을 널리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북 클럽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어디서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에 북 클럽을 확산하는 '운동'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문학의 숲을 운영하며 지금은 돌아가신 장영희 선생님의 말씀을 늘 염두에 두고 삽니다. 문학의 숲을 가꾸는 이유는 바로 그 말씀 때문입니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태그:#문학의 숲 , #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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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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