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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국정교과서 반대 목소리가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가운데, 역사학을 공부하는 젊은 연구자들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각 대학의 젊은 연구자들은 교육부에 국정교과서 반대의견을 보내는 '만인만색(萬人萬色) - 국정교과서 반대의견서 인증릴레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의를 얻어, 반대의견서 몇 편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육군사관학교(육사) 총동문회 회장 등을 접견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김 대표의 뒤편으로 '이념편향의 역사를 국민통합의 역사로' 문구가 적혀 있다. 육사 총동문회는 이날 김 대표를 면담하기 직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육군사관학교(육사) 총동문회 회장 등을 접견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김 대표의 뒤편으로 '이념편향의 역사를 국민통합의 역사로' 문구가 적혀 있다. 육사 총동문회는 이날 김 대표를 면담하기 직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 입장을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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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교육부는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안의 중요 내용은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도서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안에 반대합니다.

1.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역사학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역사 연구자는 과거에 대한 기록, 증언, 고고자료 등을 통해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고 수정합니다. 어떤 연구자도 자신의 가설을 정설이라 장담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가설은 연구의 축적, 새로운 사료의 발견 등으로 언제든 부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 연구자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하나의 역사라는 것은 신화일 뿐임을 인지합니다.

역사교과는 역사학을 바탕에 두는 교과로 역사학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따라서 역사교과서의 내용은 진리가 아님을 인정해야 하며, 다양한 역사해석의 가능성을 위해 집필주체 역시 하나여서는 안 됩니다. 검정도서였던 역사교과서를 국정도서로 전환하는 것은 역사학의 성격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행위입니다.

2. 교육부가 표방하는 "올바른 역사관"은 무엇입니까

교육부는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덧붙여 국정교과서는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하였습니다.

교육부는 '객관적', '헌법적 가치' 등을 이유로 내세움으로써 마치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덧붙이는 말을 들여다보면, "더 이상 역사교과서가 편향된 특정집단의 전유물이나 이념적 정치공방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논리를 답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교육부가 표방하는 "올바른 역사관"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사관(史觀)과 맥을 같이 하는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교육부에 되묻고 싶습니다. 사회 구성원 일부의 사관만을 올바르다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요? 교육부가 표방하는 "올바른 역사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궁극적 목표인 '국민통합' 을 달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3.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세계적 추세에 반하는 행위입니다

UN은 단일 역사교과서의 위험성과 다양한 역사교과서 발행 보장을 각국에 권고해왔습니다. 2013년 제68차 UN총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단일한 역사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정치적으로 이용될 위험이 크다"며 다양한 역사교과서의 도입을 권고했습니다. 2015년 UN에서 개최한 역사교육과 기억과정에 대한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역사는 종교나 믿어야 할 하나의 진실이 아니라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며 역사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또한 2015년 제28차 UN인권이사회는 베트남 국가보고서에서 '역사에 있어서 단 한 개의 객관적 사실만이 존재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다양한 역사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교육부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교사와 학생, 학계, 시민사회,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교육부장관과 관계부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의견을 귀 기울여 들으시고 이를 수렴하시길 바랍니다.


태그:#역사 국정교과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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