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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량 작가의 페이스북에서 다운로드 받았다.
▲ 깝깝이 오픈 스튜디오 차지량 작가의 페이스북에서 다운로드 받았다.
ⓒ 차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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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깝깝이'는 장수풍뎅이과 딱정벌레다. 지난 8월 14일부터 10월 3일까지 진행된 경기창작센터 신규입주작가 기획전시 <우산과 부채>의 안성석, 인세인박, 차지량 작가의 공동작품 "수혜자 레지던시"에서 관리, 양육되었다. '깝깝이'는 전시가 오픈되기 전 전시장에 스스로 방문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산책한다'는 명분으로 수차례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해주었지만,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고 전시장에 머물렀다.

나무진액을 먹고 사는 장수풍뎅이는 관리가 어렵지 않고 마치 투구를 쓴 것처럼 멋스러워서 어린이들의 관찰용으로 인기가 좋다. 시중 가격 6000원 정도에 구매 가능하며, 습기를 좋아하고 포도처럼 당도가 높고 수분이 많은 과일을 주면 충분히 잘 키울 수 있다. 단, 수명이 짧아 3개월 정도면 생을 마감한다.

<우산과부채>전시에서 관리, 양육되었던 '깝깝이'. 산책 중에 촬영했다.
▲ 깝깝이 <우산과부채>전시에서 관리, 양육되었던 '깝깝이'. 산책 중에 촬영했다.
ⓒ 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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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나는 "수혜자 레지던시(2015)"작품의 '수혜자'로 생활하며 지난 한 달 동안 <우산과 부채> 전시에 대한 연구와 관리, 더불어 '깝깝이'를 양육하는 역할을 했다. 전시 종료 이후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2015 창작페스티벌(경기창작센터)'의 오픈 스튜디오에 방문했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내가 키웠던 장수풍뎅이 '깝깝이'와 함께 183cm의 예술충 '깝깝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깝깝이' 분장을 한 차지량 작가는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레지던시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복층으로 이루어진 레지던시의 2층에서 관람객들은 마이크와 키보드를 통해 '깝깝이'와 소통할 수 있었는데, 깝깝이를 사용하는 예시로 '포트폴리오 보여줘.', '3분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해', '작품을 보여줘', '노래해', '춤춰' 등의 항목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그 모습은 꽤 신선하고 우스꽝스러워 관람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3일간 '깝깝이'는 대상화되어 소비되었다.

검은 타이즈를 입은 작가의 등장

<우산과 부채> 안성석, 인세인박, 차지량 작가의 공동작품 "수혜자 레지던시"의 모습이다. 수혜자의 책상위에 '깝깝이 레지던시'가 있다.
▲ '깝깝이 레지던시'를 찾아보세요 <우산과 부채> 안성석, 인세인박, 차지량 작가의 공동작품 "수혜자 레지던시"의 모습이다. 수혜자의 책상위에 '깝깝이 레지던시'가 있다.
ⓒ 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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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창작페스티벌은 경기창작센터에서 진행하는 가장 큰 규모의 중요한 연례행사다. 작가들의 작업실을 관객들에게 개방하고, 곳곳의 이름난 평론가들도 방문한다. 평소보다 좀 더 힘주어 차려입은 작가들 속에서 검은 타이즈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착용하고 바닥을 기어 다니는 한 작가의 퍼포먼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그가 '깝깝이'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작가는 예술충 '깝깝이'를 사용했다면 꼭 '돈'과 '보약'을 주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 당부는 잘 실현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시각예술작품을 관람하고 소비하는 것의 대가는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더불어 사례비를 받고 미술축제의 현장을 방문하는 평론가의 존재를 통해 묘한 긴장과 불편함을 느꼈는데 그들의 글이 때로는 작가들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기 때문이리라. 축제 기간 출몰하여 모두의 마음을 조금씩 불편하게 만들었던 예술충 '깝깝이'는 3일 만에 죽었다. 왜 죽었을까?

아래는 작가의 말이다.

작가의 말
깝깝이를 키워주세요.
깝깝이를 지원하세요.
깝깝이를 관리하세요.
깝깝이를 양성하세요.
깝깝이를 사랑하세요.

"안녕하세요. <깝깝이> 입니다. <깝깝이>는 장수풍뎅이과 딱정벌레랍니다. 크기는 183cm, 어두운 곳에서 활동합니다. 그리고 깝깝한 것을 싫어해요. 올해부터 이곳에 살게 되어 '예술벌레'로 거듭났습니다. '예술충 <깝깝이>'. <깝깝이>는 '돈'과 '보약'을 먹고 자라요. <깝깝이>는 여리고 아파요. <깝깝이>를 사용했다면 *꼭* '돈'과 '보약'을 주세요."

마이크를 사용하여 "깝깝아~"라고 불러보세요. 깝깝이를 사용하세요. 키보드를 사용하여 <깝깝이>와 교감하세요. 깝깝이를 사용하세요. 깝깝이를 사용하여 <깝깝이>가 말을 잘 듣게 하세요. 깝깝이를 사용하세요.

(사용예시)

안녕?
깝깝아~
포트폴리오 보여줘.
3분 P.T 시작~
작품 보여줘.
홈페이지 보여줘.
밀린 알바나 하렴.
지원서 작성해.
그림 그려줘.
깝깝아~
노래해.
춤 춰.
랩 (!) 해줘.
똥 싸!
울지마.
놀자~
셀카 찍자~
영화보자~
대안공간으로 이동!
'인증샷' 찍자~
깝깝아~

덧붙이는 글 | 페이스북과 유투브 채널을 통해 작품을 유통하는 차지량 작가는 곧 페이스북을 통해 예술충 '깝깝이'의 사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태그:#깝깝이, #예술충, #차지량, #오픈스튜디오, #레지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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