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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교까지
 신흥교까지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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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단풍 때문에 더 아름답다. 창문을 열면 울긋불긋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이 사방에서 유혹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핑계 삼아 훌쩍 떠나면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행복 찾기를 할 수 있다.

설악산은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소공원에서 비선대, 귀면암, 양폭, 천당폭포로 이어지는 천불동계곡은 산 아래로 내려온 단풍이 계곡과 어우러지며 멋진 풍경을 만들어 설악산 단풍을 대표한다. 10월 13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설악산 천불동계곡으로 단풍산행을 다녀왔다.

비선대휴게소까지
 비선대휴게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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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가는 날은 아내가 고생을 한다. 늘 그렇듯 아침상 가지런히 차려놓고 새벽기도에 나갔다. 평소보다 이른 아침 6시 어둠 속에 용암동 집 옆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우고 북쪽으로 향한다. 달콤 회장님의 행복바이러스로 즐거운 일을 많이 만들자는 인사말과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안내가 이어졌다.

여행은 날씨가 한  한다. 단풍구경하기 좋을 만큼 날씨가 맑으니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도 최고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와 대관령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10시 20분경 외설악 소공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짐을 꾸리고 10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내고 설악산 매표소를 지나면 입구에 반달곰 동상이 서있다. 케이블카로 오가는 권금성 방향,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을 알리는 표석, 멋들어진 금강소나무, 산악인의 불꽃 추모비를 구경하고 일주문을 들어서면 민족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조성한 높이 14.6m의 통일대불이 있다. 통일대불 왼쪽 뒤편으로 울산바위가 보이고 신흥교 주변의 계곡은 가뭄으로 물이 말랐다.

신흥교까지
 신흥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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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은 비교적 넓고 평탄하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좋다. 알록달록 물든 단풍이 어린 시절 소풍가는 날처럼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신흥교에서 비선대까지에도 볼거리가 많다. 한국전쟁시 산화한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이름모를 자유용사의 비', 임진왜란 때 승병들의 군량미를 저장해 두었던 터를 알리는 '군량장 표석', 옛날 마고선이라는 신선이 바둑과 거문고를 즐기며 아름다운 경치를 누워서 감상하였다는 '와선대계곡'을 구경하며 비선대휴게소로 간다.

천불동계곡은 비선대에서 대청봉에 오르는 계곡으로 설악의 산악미를 한곳에 모아놓은 듯 산행 내내 비경을 보여준다. 첫 번째 만나는 비선대는 와선대에 누워 쉬던 신선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널찍하고 거대한 바위가 한 개의 소(沼)를 이룬다. 비선대는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많이 찾아오던 곳이라 소 주변의 암반에 많은 글자가 새겨져있다.

비선대휴게소까지
 비선대휴게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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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편으로 병풍을 두른 듯 세 개의 암봉이 웅장하게 솟아있는데 그중 미륵봉 중턱에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길이 18m의 자연 석굴 금강굴이 있다. 금강굴에 올라 천불동은 물론 울산바위와 동해까지 바라볼 계획이었지만 시간 때문에 이루지 못했다. 비선대휴게소 옆에 1968년에 세운 설악산횡단도로개통기념비가 서 있다.

가을은 단풍과 함께 온다. 유난히 고운 단풍 때문에 유명한 산들도 많다. 설악산은 장쾌한 산세와 단풍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단풍 명산이다. 그중 계곡 일대의 암봉과 바위들이 마치 1000개의 불상처럼 보인다는 천불동계곡(명승 제101호)은 계곡을 따라 맑은 계류가 흘러 가을볕 즐기며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단풍놀이 장소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고 온 산을 붉게 물들인 단풍잎이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와 등산객을 맞이한다. 깎아지른 바위, 울긋불긋 단장한 단풍, 바위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계곡과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감탄사가 자주 들려온다. 문수담과 이호암을 지나 고갯마루에서 만나는 귀면암은 이름처럼 귀신 얼굴을 닮은 모양이 눈길을 끌지만 올려다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다.

비선대 주변 풍경
 비선대 주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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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낙엽이 마구 흩날리자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는 시구가 떠오른다. 하지만 낙엽 밟는 소리도 운치 있게 들리는데 어쩌란 말인가. 길게 이어지는 계곡을 바라보며 잠깐이나마 홀로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웅장한 기암절벽과 깊게 패인 협곡에 폭포와 소가 이어져 천불동계곡의 가을풍경은 어느 한 곳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귀면암을 지난 1.5㎞ 지점에서 5개의 폭포가 연이어져 있는 오련폭포(五連瀑布)를 만난다. 좁고 긴 V자 협곡과 너른 반석, 폭포의 가느다란 물줄기와 곱게 물든 오색단풍이 골짜기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가까운 곳에 쉼터 역할을 하는 양폭산장이 있다.

천불동계곡
 천불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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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폭산장에서 조금 더 가면 양폭으로 불리는 양폭포(陽瀑布)가 있다. 대청봉으로 가는 사람들의 발길 아래를 통과한 물줄기가 옥빛의 소로 떨어지는 모습이 이채롭다. 양폭포에서 대청봉 방향으로 10여분 철계단을 오르면 천불동 계곡의 마지막 폭포인 천당폭포를 만난다. 폭포의 모습과 주변의 풍경도 천당폭포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다.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며 다시 천불동계곡의 매력에 감탄한다. 3시 10분경 소공원에 도착해 늦게 내려온 일행들을 기다리다 3시 45분 주문진항으로 향한다. 4시 20분부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싱싱한 회를 안주로 정이 담긴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6시 주문진항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영동고속도로 평창휴게소와 중부고속도로 음성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 10시경 집 옆에 도착했다. 청주행복산악회원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즐거워 주문진의 횟집에서는 얼굴이 붉은 단풍잎을 닮았던 하루였다.

귀면암까지
 귀면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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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련폭포로
 오련폭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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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련폭포 지나 양폭산장까지
 오련폭포 지나 양폭산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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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폭포와 천당폭포
 양폭포와 천당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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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불동계곡, #비선대, #오련폭포, #양폭포, #천당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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