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회 대종상영화제가 오는 11월 20일 개최된다.

52회 대종상영화제가 오는 11월 20일 개최된다. ⓒ 대종상영화제


대종상이 이제는 출석상이나 개근상으로 변하려는 것일까? 52회 대종상이 "올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수상자들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영화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종상 집행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 사이에서도 "누가 저런 식의 결정을 했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올해 대종상 역시 꽤 시끄러울 조짐이다.

지난 13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종상 측은 "출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면서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종상 조근우 사업본부장은 14일 전화통화에서 "대리수상에 대한 개선안으로 나온 방안"이라며 "심사위원단과 영화인총연합회 8개 단체가 모인 자리에서 협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공정성에 손색이 없도록 하고, 누구를 줘도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수상작품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수상자들이 모두 불참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달 말까지 확정해 발표하겠다면서 논란이 되지 않도록 준비 하겠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나왔나... 내용 뿐 아니라 결정 과정도 논란

이에 대해 영화인총연합회에 소속된 일부 충무로 영화인들은 "8개 단체 대표자들이 논의에서 배제된 상태의 결정됐다"고 주장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영화배우협회 관계자는 "배우들의 처지를 무시한 것이다, 여러가지 사정이 생길 수 있는데 어떻게 저런 결정이 나왔는지 듣고 놀랐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조동관 회장은 "집행위원회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새롭게 일신하는 차원에서 그런 방안이 나왔고, 영화감독협회장인 정진우 감독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자가 아닌)실무자 등은 회의에서 나가라고 했을 뿐 대표자들이 배제된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진우 감독은 15일 전화통화에서 "지난 8일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그런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고 합의한 적도 없다"고 전혀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정 감독은 집행위원회는 "집행위원회는 간담회 수준이었지 의사봉이 있거나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형태는 아니었다"며 집행위원회에서 논의했다는 대종상 측의 입장을 부인했다. 정 감독은 또한 "배우들이 촬영 일정이 겹치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불참할 수 있는데, 안 오면 상을 안 주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며 맹비난했다.

"스스로 이렇게 권위 깎아내리는 경우 처음 본다"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비웃음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송희일 감독은 "대종상이 결국 개근상으로 변했다"면서 "수상 배우가 안 오면 그 상을 다른 배우에게 주겠다는 것인데, 어부지리로 상을 받는 배우의 마음은 어쩔 것이며, 제 스스로 권위를 이렇게 깎아내리는 경우도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감독 역시 "연기상 심사의 제일 큰 근거가 그날 출석 여부인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결기가 대단하다, 어쩌면 '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역설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고 비꼬았다.

예전 대종상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충무로의 한 원로영화인은 "대종상을 망쳐 놓은 몇몇 인물들이 다시 대종상의 중심에 서서 사유화시키려하고 있고, 일부 인사들은 정통성이 없는 데도 이번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많이 떨어진 대종상의 권위를 끌어올리기는커녕 오히려 상을 빌미리 억지를 부리는 모습으로 비쳐져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종상은 한때 국내 최고의 영화상이었으나 그간 일부 원로영화인들이 이권으로 활용해 비리를 저지르면서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대종상은 최근 2년 간 조직위원장을 맡아온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방산비리로 구속되면서 지난 7월 기업인인 김구회 회장을 새로운 조직위원장으로 선임했다. 52회 대종상영화제는 오는 11월 20일 개최된다.

대종상 영화 김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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