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팬> 포스터

영화 <팬>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국 개봉 첫 주말 성적 1500만달러 수입, 한국 개봉 1주일차 관객수 15만명. 

제작비 1억5000만달러 짜리 대작 영화가 거둔 실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실망스러운 결과물이다.

<팬>은 이달 초 일본에서의 아시아 정킷 투어를 펼치며 홍보에도 열을 올렸던 하반기 할리우드의 야심작 중 하나였다. <엑스맨>의 휴 잭맨과 <오만과 편견>의 조 라이트 감독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팬>은 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을까? 3가지 측면에서 <팬>의 흥행 좌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익히 잘 아는 소재, 안이한 재해석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매튜 배리(1860~1937)가 쓴 <피터팬>은 그동안 숱하게 영화화 되어 친숙해진 소재 중 하나다. 특히 디즈니가 만든 동명의 장편 애니메이션은 지금까지 걸작으로 평가될 만큼 오랜 세월 관객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 만큼 널리 잘 알려진 이야기를 영화로 다시 만들 땐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최근 국내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사도>만 해도 수십년 넘도록 각종 영화, 드라마로 제작된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을 그린 '무한 반복' 소재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는 연일 관객들을 끌어모으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이는 동일한 소재를 다루더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도>는 많은 관객들에게 강한 울림을 줄 수 있었다.

반면 <팬>은 피터팬의 프리퀄이라는 것 외엔 이렇다한 재해석의 측면을 발견하기 어렵다. 평이한 아동용 영화 식의 전개는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쉽지 않다. 게다가 <어톤먼트>, <안나 카레리나> 등의 명작 소설을 성공적으로 영상에 담은 조 라이트 감독의 장점은 어쩐지 이번 <팬>에선 찾아볼 수 없다.

매력적이지 못한 캐릭터들

 영화 <팬>의 한 장면

영화 <팬>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4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인공 피터 팬 역에 발탁된 리바이 밀러,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인 타이거 릴리로 분한 루니 마라 등은 나름 기대치에 부응하는 연기로 맛깔나는 느낌을 선사한 반면, 영화의 핵심 인물 중 한명인 청년 후크로 등장한 개럿 헤드룬드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이지 않는다.

<팬>의 후크는 <오즈:그레이트 앤 파워풀>의 마술사 오즈(제임스 프랑코 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피터 퀼(크리스 프랫 분) 처럼 겁도 많고 비겁한 면이 있지만 나름의 정의감과 유머 감각도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러나 <팬>의 경우 개럿 헤드룬드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연기를 펼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한편 '절대악' 검은 수염으로 등장한 휴 잭맨은 올해 초 <채피>에 이어 또 다시 악역을 맡아 고군분투했지만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에 향후 차기작 선택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빈약한 이야기

 영화 <팬>의 한 장면

영화 <팬>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팬>이 지난 가장 결정적인 약점은 역시 빈약한 이야기 구조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고아원에서 키워지던 피터를 비롯한 고아들이 갑자기 네버랜드로 끌려가게 된 이유부터 <팬>은 전반적인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한 탓에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노출된다.

이런 문제점은 화려한 영상미와 CG로도 보완이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안이한 재해석과 매력없는 캐릭터, 그리고 허술한 이야기 등이 어우러지면서 영화의 완성도에 흠집을 내고만 셈이다.

만약 <팬>이 성공을 거뒀다면 향후 후속편 제작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때 동지였던 피터팬과 후크 선장이 어떤 이유로 갈라서게 되었는지 등 다룰 소재도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꿈은 거의 무산되었다고 봐야할 듯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휴 잭맨 조 라이트 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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