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취골 환호하는 지동원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자메이카 경기에서 한국 지동원이 선취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선취골 환호하는 지동원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자메이카 경기에서 한국 지동원이 선취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던 지동원(FC 아우크스부르크)은 K리그 유소년팀에서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의 희망이었다. 광양제철고와 전남 드래곤즈를 거치며 공격적 능력을 인정받아 현재는 유럽 리그까지 섭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시즌 동안 그의 이름은 축구장에서 들려오지 않았다. 골로 말해야 하는 냉정한 그라운드 위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2014년 1월 25일 독일 도르트문트에 있는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원정 경기. 70분에 FC 아우크스부르크의 교체 선수로 들어간 지동원은 단 2분 만에 2-2 동점 골을 터뜨렸다. 이것이 가장 최근 공식 경기에서 올린 그의 공격 포인트였다. 그만큼 국가대표팀의 붉은 옷도 멀게만 느껴졌다.

최근 소속 팀에서 꾸준히 출장 기회를 잡아 활약하던 지동원이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런던 올림픽 이후 하늘이 내려준 기회가 또 찾아온 셈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지난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을 치렀다. 대표팀은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지동원의 빼어난 활약 덕분에 3-0 완승을 하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 전망을 밝혔다.

4년간의 기다림, 승부사 '지동원'

지동원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어'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자메이카 경기. 지동원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지동원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어'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자메이카 경기. 지동원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3월 평가전(vs. 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 일정을 치르며 지동원을 대표팀 명단에 올렸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지동원은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72분간 뛰고 나왔다. 그러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후에는 대표팀 명단에서 그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 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면 틀림없이 다시 기회를 주는 신뢰의 아이콘이었다. 그래서 지동원은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FC 아우크스부르크의 8~10월 초 경기 일정 중에서 7경기를 선발과 교체 선수 역할을 번갈아가며 해냈다는 것이 괄목할 만한 변화였다.

이렇게 기회를 잡은 지동원은 지난 8일 밤에 열린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예선 원정 경기에서 76분에 골잡이 석현준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역습으로 추가 골을 뽑아낼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에 그는 아찔한 경험을 감수했다. 중앙선 부근에서 불필요하게 공을 끌다가 빼앗기는 바람에 쿠웨이트에 마지막 동점 골 희망을 불어넣었다. 다행스럽게도 골키퍼 김승규가 몸을 아끼지 않고 막아주는 바람에 직접적인 비난의 화살은 피할 수 있었다.

지동원이 이대로라면 지난 3월보다 더 초라하게 대표팀 일정을 끝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가벼운 부상으로 빠진 두 명의 프리미어리그 선수(손흥민, 이청용)의 빈자리가 지동원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메이카와의 이번 평가전에서 왼쪽 날개공격수 자리에 지동원을 내세웠다. 아무리 핵심 수비 자원들이 몇 명 빠졌다고 하지만, 자메이카는 올해 여름 북중미 골드컵 축구대회에서 강팀 미국을 물리치고 결승전에 올라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하며 짠물 수비력을 자랑하는 팀이었기에 지동원에게 더 가혹한 검증의 시험대였다.

그러나 지동원은 그동안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대활약을 펼쳤다. 경기 시작 후 27분 만에 왼쪽 측면에서 유연한 드리블 감각을 자랑하며 가운데로 공을 몰고 왔다. 지동원은 낮게 깔리는 오른발 유효 슛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그리고 35분, 정우영의 왼쪽 코너킥을 받아 머리로 선취골이자 결승 골을 터뜨렸다. 지난 2011년 9월 레바논과의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 경기에서 2골을 터뜨린 뒤 4년이 넘게 걸린 감격의 순간이었다.

추가골과 쐐기골도 지동원의 발끝에서

지동원 부활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자메이카 경기. 지동원이 첫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관중 환호에 답하고 있다.

▲ 지동원 부활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자메이카 경기. 지동원이 첫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관중 환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취골의 주인공 지동원은 이 정도 활약에 만족할 수 없었다. 내친김에 가장 좋은 인상을 감독에게 남길 기회를 연속으로 잡았다. 55분, 왼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파고드는 지동원 앞으로 왼쪽 풀백 김진수의 기막힌 패스가 이어졌다. 그 순간 사토 류지(일본) 주심의 호루라기가 길게 울렸다. 지동원이 자메이카 수비수 숀 커밍스의 밀기 반칙에 넘어졌다고 판단하며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이다.

이 기회를 얼마 전 아빠가 된 주장 기성용이 깨끗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성공했다. 기성용은 아기가 젖꼭지를 빠는 모양의 세리머니를 보여주었다.

지동원은 아직 배가 고팠다. 63분에는 자메이카 미드필더들의 횡패스를 기막히게 가로채 곧바로 역습을 전개하며 오른발 슛을 날렸다. 이 공은 골키퍼 안드레 블레이크에게 걸렸고, 여기서 흘러나온 공을 황의조가 잡았다. 황의조는 침착하게 수비수를 따돌리며 왼발 쐐기 골을 성공했다.

공식적인 도움 기록으로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동원은 추가 골 페널티킥을 직접 얻어냈고, 쐐기 골이 나오기 직전 결정적인 유효 슛으로 황의조에게 골 기회를 열어줬다. 완승의 상징인 3-0 점수판을 만들기까지, 지동원이 가장 빼어난 공로를 세운 공격수라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었다. 그 정도로 훌륭한 활약을 펼친 것이다.

어쩌면 슈틸리케 감독에게 지동원의 활약은 행복한 고민을 하나 더 얹어준 셈이라 할 수 있다. 소속 팀 성남 FC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황의조도, 국가대표로서 골 맛을 봤다. 석현준도 소속 팀 비토리아 FC(포르투갈)에서의 놀라운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팀에 와서 한층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지동원은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물론 원톱 자리까지 맡아서 해낼 수 있는 감각이 충분한 인물이다. 지동원 덕분에 손흥민과 이청용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A매치 2경기 일정이었다.

이제 대표팀은 다음 달 12일 오후 8시 수원 빅버드에서 미얀마를 상대로 월드컵 2차 예선 G조 5차전을 펼치게 된다. 또한, 소속 팀 FC 아우크스부르크로 돌아가는 지동원은 오는 17일 10시 30분(한국 시각)에 열리는 SV 다름슈타트와의 홈 경기까지 기대하게 하고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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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남자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 한국 3-0 자메이카 [득점 : 지동원(35분,도움-정우영), 기성용(56분,PK), 황의조(63분)]

◎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
AMF : 지동원(78분↔권창훈), 기성용(89분↔남태희), 이재성(71분↔구자철)
DMF : 정우영(86분↔장현수), 한국영
DF : 김진수(86분↔박주호), 김기희, 홍정호(57분↔곽태휘), 김창수
GK : 정성룡
축구 슈틸리케 지동원 황의조 기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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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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