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

서울

포토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약 한달간 99개의 '일자리 현장'을 직접 찾는 일자리 대장정에 돌입했다. 박 시장은 현장에서 시민들과 만나 일자리에 관한 현실과 고충을 경청하고 기업과 함께 일자리 창출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 유성호
박원순 서울시장이 집무실로 꾸린 이동 버스 안에서 서울시 정책추진 부서 관계자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일자리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자, 오늘도 떠나볼까요. 오늘 갈 데가 어디더라..."

13일 오후 1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자마자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신었다. 오늘도 '먼길'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은 박 시장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기업과 함께 서울 시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일자리 대장정(7일~31일)'에 들어간 지 나흘째(휴일 제외) 되는 날이다. 박 시장은 이 기간 중 99개의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장을 다녀보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과 너무 다르더라고요. 아직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란 말만 꺼내면 사표 쓰란 애기를 듣는다는 거예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서 말입니다."

박 시장은 어젯밤 한 직장맘지원센터를 방문해 어떤 주부의 하소연을 듣고 울먹울먹했다며 "출산율 저하의 필연적 이유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울시가 (악덕 기업들을) 고발은 못해도 옴부즈맨은 가능하지 않냐"며 고발전화를 설치할 생각을 비쳤다.

쪽방촌 양말인형 눈붙이기 체험 "허허 어렵네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용산구 동자동 한 양말인형공방을 찾아 쪽방촌 어르신들과 함께 인형 만들기 일자리 체험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동자동 쪽방주민은 양말인형 공방에서 일하며 자립의지와 안정적인 경제활동, 주민 간 관계형성의 기회를 갖는다. ⓒ 유성호
동자동 양말공방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양준혁 야구선수가 쪽방주민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준혁씨는 "(공방 덕에) 쪽방촌 어르신들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 같다"며 "이런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동자동 양말인형은 같은 얼굴의 인형을 찾아 볼 수 없다. 쪽방 주민들이 인형을 만들 때 그날 마음에 따라 얼굴이 달라지기 때문에 더욱 더 의미가 있다. ⓒ 유성호
이날의 첫 번째 방문지는 용산구 동자동의 한 양말인형공방이었다. 지난 9월 서울의 대표적인 쪽방촌에 세워진 이곳은 주민 6명이 보증금 없이 월세 50만 원에 20㎡의 방에서 양말인형을 만들어 판다. 이들은 1명당 월 3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주)현대엔지니어링이 설치 및 운영비를 지원하고 (주)박군이 양말 원자재를 지원했으며, 재능기부자가 인형제작기술을 전수해줬기 때문에 운영이 가능했다. 특히, 전 프로야구 선수 양준혁씨가 자신의 양준혁재단을 통해 주민 체육활동(배드민턴)을 지원하고 삼성 라이온스에 양말인형 납품을 연계해준 것도 큰 힘이 됐다.

박 시장은 "허허 어렵네요"를 연발하며 주민 2명과 함께 직접 양말인형의 눈을 붙이는 작업을 체험했다.

그러나 주민 정영아(55)씨는 "만드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인형의 표정도 그날그날 달라진다"며 작업을 즐거워했다. 박성수(60)씨는 "많지 않은 돈이지만 생활에 아주 유용하다"며 공방에 고마워했다.

이전에도 두세 번 이곳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배드민턴도 하고 에어로빅도 했다는 양준혁씨는 "(공방 덕에) 쪽방촌 어르신들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 같다"며 "이런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과거에는 쪽방촌 빈민들을 한꺼번에 공공임대주택에 몰아넣는 경우가 있었으나 일자리가 없으니 결국 다시 돌아오더라"며 "이분들이 삶을 살던 곳에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등 맞춤형으로 개선시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후 11시 50분까지 간담회 하고 '외박'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아파트에서 택배 기사 체험을 하자,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있다. 박 시장은 "함께 일한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니어 택배는 너무 좋은 사업이다. 건강을 지킬 수 있으면 손주들에게 용돈도 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말에 이런 사업을 서울 전역에 확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그린내에서 일하고 있는 박신아씨가 박원순 시장을 향해 "TV 화면에서 보다 실물이 더 멋있으신 것 같다. 사랑합니다"라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자, 박 시장이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답례하고 있다. ⓒ 유성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그린내에서 일하고 있는 박신아씨는 소감을 묻는 말에 조심스레 적어온 종이를 꺼내 읽었다. 그는 "일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설계와 꿈을 꾸게 되었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박원순 시장이 '꿈은 이루어집니다. 그린내 장애인 여러분을 응원합니다'라고 격려의 글을 적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꿈을 갖고 싶어요, 독립하고 싶어요, 결혼하고 싶어요, 해외여행 하고 싶어요'라는 꿈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감동 받았다. 일자리만 있으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받았다"며 "서울시 한계가 있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을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박 시장은 이날 이외에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그린내',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이웃기웃' 등 6곳의 현장을 더 돌아봤으며, 특히 은평구 녹번동의 시니어클럽 꽈배기 나라에서는 어르신들과 함께 직접 꽈배기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또 CJ대한통운과의 협약으로 운영되고 있는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아파트 시니어택배 현장에서는 어르신들과 함께 직접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소포를 배달했다.

박 시장의 일정은 '민달팽이 협동조합'과의 간담회가 끝나는 오후 11시 50분까지 계속되고, 이어 민달팽이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출자금 1억 8천만 원과 서울시 소셜하우징융자사업 5억 원을 투입하여 공급한 '달팽이집'에서 묵는다. 박 시장은 대장정에 들어간 이후 휴일만 제외하고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일정이 끝난 근처의 숙소에서 묵고 있다.

박 시장은 버스 이동중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묻는 질문에 "만인의 생각이 자유로운 세상이어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70년대로 후퇴하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은평구 녹번동 시니어클럽 꽈배기 나라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직접 꽈배기를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박원순 서울시장이 은평구 녹번동 시니어클럽 꽈배기 나라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직접 만든 꽈배기를 판매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은평구 응암동 CJ대한통운과의 협약으로 운영되고 있는 백련산힐스테이트아파트 시니어택배 현장에서 어른신들과 함께 택배 분류 작업을 체험하고 있다. ⓒ 유성호
박원순 시장은 "일자리는 밥벌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삶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이 일자리인데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큰 비상 상황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서대문구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그린내를 찾아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화장지 포장 작업을 체험하고 있다. ⓒ 유성호
서대문구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그린내에서 일하고 있는 한 장애인들이 종이 봉투를 만들고 있다. 한 장애인은 "다른 곳에서는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핍박 받으며 일했지만, 여기서는 스스로 의욕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성호
태그:#박원순, #일자리대장정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