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권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분열을 일으키기보다는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를 이뤄서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후 미국 순방을 앞두고 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나라와 국민 경제가 어렵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즉,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반발하며 대국민 반대 서명운동 등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국론 분열 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비판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올바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자라나도록 가르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국정화 방침을 지지했다.

또 "특히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우리나라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동북아와 그 주변의 지형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역사관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역사교육은 정쟁이나 이념 대립으로 국민들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눠서 안 된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가치관을 확립해서 나라의 미래를 열어가도록 하는 것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가 필연적으로 해줘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강조하면서 '역사전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국정교과서 문제에 정면 대응하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외 경제활성화 '발목잡기' 지적도

실제로 박 대통령은 현행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국정화'를 직접 거론한 적은 없다. 즉 이번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첫 직접적인 입장 표명인 셈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예정되지 않았던'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통상적인 정례 수석비서관 회의라기보다는 출국을 앞두고 여러 가지 당부말씀을 하는 회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말씀을 하실지 모르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야당과 사회 각계의 반발에 '작심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야당 비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만 국한돼 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방문을 준비하면서 국내에 산적한 현안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걱정이 된다"라며 국회를 정조준했다.

우선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 "지난 9월 16일 국회에 제출된 '노동개혁 5대 법안'은 노사의 고통분담 결단으로 이뤄진 17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이라며 "그 어려운 결단이 무너지지 않고 큰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 국회의 입법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변화되어서도 안 된다"라며 "이번에는 노동개혁 법안이 국회에서 잘 마무리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의 완수라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노동개혁 5대 법안은 노사정 합의사항이 아니거나 노동계와 야당에서 쉽게 수긍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많은 경제적인 사안들이 정치적으로 묶여 왔고 매듭을 풀지 못한 것이 많이 있다"라며 야당에서 '가짜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규정한 서비스발전기본법·의료법·관광진흥법 등의 통과도 함께 요구했다.

"늦어지는 만큼 당장 손해 보는 규모가 하루에 자그마치 40억 원"이라며 조속한 한·중 FTA 비준안 처리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외교력을 총동원해서 시간을 쪼개가며 이뤄낸 어려운 협상인데 국회에서 비준이 늦어져서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에 밀리는 가슴 아픈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라면서 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