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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변경 확정 보도에 이어 12일에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부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게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선 사회적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이후 20개월 만에 검정교과서에서 국정교과서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발행이 옳냐 그르냐에 대한 부분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집권여당의 잘못된 인식이다. 대통령에 이어 교육부 수장인 황우여 장관부터 청와대, 새누리당까지 일사불란하게 '국민대통합'을 위해서 국정화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부에서도 검정교과서의 편항된 집필에 대한 수정에 한계를 느껴서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 말을 반대로 뒤집으면 지금까지의 검정교과서는 국민대통합을 저해하고 편향된 시각의 교과서라는 말이다. 국정교과서를 주장하는 목소리의 주요 요지는 '편향되게 집필된 검정교과서를 폐지하고 균형잡힌 시각에서 집필된 국정교과서를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편향된 집필? 좌편향? 우편향? 올바른 역사의식?

무엇이 과연 '올바른 역사의식'일까. 한국사 검정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의 입장에서는 검정교과서가 편향된 것이고 국민통합을 저해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과연 '올바른 역사의식'에서 나온 판단일까?

이제까지의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보면, 늘 특정 세력이 권력을 가지던 시대에는 그 권력을 찬양하는 시점에서 역사가 서술되다가 권력이 바뀌고 나면 사실관계를 다시 해석하게 되었다.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을 뒷받침하는 '국민대통합'이라는 명분을 놓고 본다면, 광복 이후 한국사에 있어 현재의 집권 세력인 정부·여당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지난 정권들(정확히는 권력의 방향이 바뀐 김대중 전 대통령 이전까지)의 역사 해석이 불편하다고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정권의 과는 덮어두고 공은 치장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국민대통합'인가? 독재를 독재라 하는 것이, 광주민주화항쟁을 광주민주화항쟁이라고 하는 것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요인인가?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리기 위해 급기야 학생들의 교육까지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려는 행태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태그:#국정교과서, #한국사, #검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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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연호 기자님의 특강을 듣고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말씀에 깊은 공감을 하였습니다 저 또한 각종 사회 현안과 이슈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써 혼자만의 생각에 그칠 것이 아닌, 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또 의견교환을 통해 생각의 영역을 넓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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