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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화성행궁 앞 광장 옆에 있다.
▲ 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화성행궁 앞 광장 옆에 있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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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수원화성문화제가 진행 중이었던 지난 8일, 수원의 첫 공공미술관인 수원시립미술관이 개관했다. 개관기념전으로 '수원 지금 우리'이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에 그럴듯한 미술관이 생긴 것이다. 화성행궁 광장 옆에 있어 접근성도 좋아 수원시민의 사랑을 받을 공간이 되리라 본다.

미술관 전시 감독은 팸플릿에 아래와 같이 이번 전시회를 설명했다.

"개관전은 미술관을 새로 맞이한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를 위해 축하하는 자리로 만들었다.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온 예술인들이 시립미술관의 개관전시에 함께하여 무지개와 같은 연결과 공존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했다. 장소와 시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수원시민을 시각적으로 상징한 전시주제인 '수원 지금 우리들'은 수원 미술의 지나간 시간들을 살펴보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수원 미술계의 현황을 점검해보는 전시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수원시장 역시 팸플릿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전시 의미를 밝혔다.

"수원시는 사람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인문학 도시를 지향한다. 수원시는 인문학적 가치를 통해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사람다움과 공동체 문화를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도서관, 미술관을 조성하고 있다. 훌륭한 미술관 하나가 도시의 이미지를 바꿔놓을 수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의미 있는 소장품 수집과 다채로운 전시를 기획하여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는 일상의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시민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시민이 주인이 되는 소통하는 미술관을 지향할 것이다."

5개의 전시실, 각 전시실마다 다채로운 재미가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전시작품
▲ 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전시작품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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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전시실, 함께 하는 벽
▲ 수원시립미술관 제2 전시실, 함께 하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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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은 5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제1전시실은 '기억'이란 소주제로 수원지역 미술을 일구고 뿌리 내리게 한 원로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했다. 나혜석 이후 학교 미술교사들로부터 시작한 수원 미술은 1960년대 토대를 잡기 시작했고, 1970년대 들어서부터 현재의 모습을 있게 했다. 원로작가들의 작품에서 수원의 옛 정취와 기억을 더듬어보면서 한 시대를 떠올려 본다. 김학두, 이길범 두 원로작가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 공간을 구성했다.

제2전시실은 '행복한 행차'란 소주제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주로 활동한 중견작가들의 서정적 구상작품, 추상계열, 리얼리즘 등의 작품들로 구성했다. 개관전에 참여한 모든 작가의 소품들로 이루어진 '함께하는 벽'이 이채롭다.

제3전시실은 '아주 사적인 이야기'란 소주제로 수원시민의 사연이 담긴 애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마치 박물관에 들어간 듯 오래 간직한 책, 엄마의 사진,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물건 등이 전시되어 있어 개인적 삶의 역사를 통해 수원의 역사와 수원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제4전시실은 전통적 장르와 형식에서 새로운 확장을 시도한 작품들로 한국화, 설치작품 등으로 구성했다. 제5전시실은 수원의 미래를 바라볼 청년작가들로 주로 구성했다.

조형기 작품, 젤라틴 실버 프린트
▲ 수원시립미술관 조형기 작품, 젤라틴 실버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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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은 앞으로 새로운 문화브랜드를 창출할 계획이다. 화성행궁, 수원화성박물관 등과 연계하여 체류형 관광이 가능하고, 주변의 예술공간과 결합하여 문화예술벨트 형성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터이다. 그러나 미술관의 태생 과정에서 기업의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미술관 이름에 기업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데 있어 많은 잡음이 있었다. 앞으로도 소모적인 갑론을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미술관이 콘텐츠로 극복해야 한다.

여럿 아쉬운 점 눈에 띄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개관전시회를 보면서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멋스러운 디자인과 미술관 공간 전체를 전시장으로 설정한 것은 좋은데, 고속도로 휴게소도 아니고 화장실에 긴 줄이 늘어선 것을 보며 미술관의 미적 감각이 상쇄된 느낌이다. 혹자는 줄 서는 모습을 행위예술이라고 말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미술관은 대중이 이용하는 문화공간이다. 신속히 화장실을 더 마련해야 한다.

좋은 전시공간을 마련했으니 전시공간을 알차게 채워야 한다. 당연히 시민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니 시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문화공간은 겉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고, 내부의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미술관을 지은 기업체와도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 겉모습에 걸맞은 지원을 받아내야 하고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수원시민들에게 친숙한 미술관, 화성행궁과 광장을 산책하다 편하게 들어가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 되어야 한다. 만석공원 근처에 있는 수원미술전시관처럼 수원시민 누구나가 쉽게 들어가 예술을 누릴 수 있을 때, 수원시립미술관이 인문학적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될 수 있는 것이며, 수원시민의 사랑을 받는 문화공간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본다.

수원시립미술관 개관전시는 11월 22일까지 계속되며,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인데, 11월 1일부터는 오후 6시까지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입장료는 무료이다.
접근성이 뛰어난 미술관이니만큼, 깊어가는 가을에 많은 사람이 예술작품의 향기에 빠져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정규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시립미술관, #화성행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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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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