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챔피언 출신 홍수환 KBC회장에게 챔피언 벨트를 받는 와심

세계챔피언 출신 홍수환 KBC회장에게 챔피언 벨트를 받는 와심 ⓒ AK프로모션


파키스탄 출신 무하마드 와심(28)이 지난 4일, 한국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단박에 한국 챔피언에 등극했다. 와심은 17세에 2005년 파키스탄 복싱 챔피언에 오른 후 국제대회를 섭렵하며 2015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2014 영연방복싱대회 은메달 등 화려한 아마추어 전적(104전 88승 16패)으로 파키스탄 복싱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된다.

 2014 영연방복싱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무하마드 와심

2014 영연방복싱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무하마드 와심 ⓒ AK프로모션


와심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비전 2014' 대상자로 선정되어 장비 지원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아시안게임 동메달로 고국 파키스탄의 5개 메달 중 하나를 획득해 국민적인 인기인이 되었지만, 28살의 나이를 고려해 브라질 올림픽의 꿈을 접었다.

와심이 프로 전향을 고민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홍수환 KBC(한국권투위원회) 회장은 AK프로모션 김영욱 대표를 소개했고, 공개 스파링을 통해 와심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한 김영욱 대표는 단박에 계약을 체결했다.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이고 공격적인 스타일의 그가 프로에서도 세계 정상에 도전할만한 실력이라고 본 것이다.

프로 데뷔하자마자 타이틀 거머쥔 파키스탄의 '국민 영웅'

 데뷔전에서 당당히 한국 챔피언에 오른 무하마드 와심

데뷔전에서 당당히 한국 챔피언에 오른 무하마드 와심 ⓒ AK프로모션


김 대표는 계약 후 와심을 일본으로 보내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동식 관장에게 트레이닝을 맡겼다. 일본은 현재 무려 10명의 세계챔피언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스파링 파트너를 구할 수 있고, 데뷔 전부터 그들 틈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었다.

와심은 일본에서 약 두 달간의 훈련을 마치고 지난 4일 인천 선학경기장에서 프로데뷔전이자 한국 밴텀급 타이틀 결정전에 나섰다. 이미 아시안게임을 치렀던 익숙한 경기장이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4라운드까지만 진행되는 아마추어에서 6라운드·8라운드를 치르지 않고 바로 10라운드 경기를 데뷔전으로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 타이틀전에서 이민욱에게 맹공을 퍼붓는 와심

한국 타이틀전에서 이민욱에게 맹공을 퍼붓는 와심 ⓒ AK프로모션


하지만 와심은 전문가들의 체력적인 우려를 잠재우며 이민욱을 상대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결과는 9라운드 TKO승. 결과뿐만 아니라 그가 승부 내내 보여준 경기력은 한국 프로복싱이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력에 얼마나 뒤처져 있는가를 절실히 보여주었다. 일방적인 수세 속에서도 심판이 경기를 중단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한 이민욱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관객은 와심에게 더 큰 환호를 보냈다. 관객들은 마치 복싱 교본 같은 철저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펼친 현란한 기량에 감탄했다. 이날 경기를 녹화 중계했던 SBS 스포츠 케이블에서는 시청자들의 큰 호응에 따라 무려 4번의 재방송을 배정했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와심을 지난 6일, 서울 강남에 있는 프로모션사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한국 복싱팬 성원에 매우 감사"

 9살의 어린 나이에 복싱에 입문한 무하마드 와심

9살의 어린 나이에 복싱에 입문한 무하마드 와심 ⓒ 이충섭


- 복싱에 뛰어든 계기가 따로 있는가?
"파키스탄은 영연방국가이고, 영국은 근대 복싱을 확립한 나라이다. 파키스탄에서는 크리켓과 축구 다음으로 복싱이 인기 스포츠이다. 어려서부터 복싱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9살에 내가 원해서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분명한 목표가 있었고 열정적으로 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롤 모델은 마이클 타이슨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타이슨처럼 공격적이고 열정적인 복싱을 하겠다."

- 한국 프로 데뷔전, 그것도 타이틀 매치에 승리했다. 소감은 어떤가?
"매우 영광스러웠다. 멋진 경기장과 그보다 더 멋진 한국 복싱팬의 성원에 매우 감사했다. 게다가 한국에 사는 파키스탄 동포들의 열성적인 응원에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10라운드까지 뛰어야 하는 건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다. 그 어떤 선수도 프로 데뷔전으로 10라운드를 뛴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홍동식 관장이 지도해준 것을 믿고 경기에 임했다. 9라운드까지 지치지 않고 싸워 당당히 승리했다. 이국땅 한국에서 궂은일을 하며 열심히 사는 파키스탄 노동자들을 위해, 더욱더 열심히 싸워야만 하는 이유를 찾았다. 이 자리를 빌려 성원해준 한국인들과 파키스탄 동포들,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 직원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민욱은 매우 터프한 파이터이자 인간미도 훌륭한 선수라 생각한다. 하지만 기량 면에선 아직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3라운드쯤부터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날 다른 경기를 보니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이 비슷한 스타일이었고, 좀 더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통 공격이 주 특기인 무하마드 와심

몸통 공격이 주 특기인 무하마드 와심 ⓒ AK프로모션


-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향하면서 경기 운용에서 바뀐 점이 있다면?
"아마추어는 짧은 라운드에 승부를 내야 하므로 빠른 템포로 많은 펀치를 내야 한다. 반면 프로는 장기전에 맞춰 박자를 조절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방심하는 순간 불의의 일격 하나로 경기를 놓칠 수 있기에, 수비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홍동식 관장이 매우 잘 가르쳐주고 있다.

홍 관장은 시간관념이 매우 엄격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테크닉 면에서도 최고의 지도자다. 내 특기는 좌우 어퍼컷을 사용한 몸통 공격이다.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 홍 관장으로부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기술 - 더블 잽과 그에 이은 훅 공격 등 - 을 배웠다. 덕분에 시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가?
"물론 세계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다. 홍수환 회장처럼, 나도 고국인 파키스탄 역사에 남을 세계챔피언 벨트를 따서 금의환향하는 게 꿈이다. 앞으로 상대를 고르지 않고 각종 타이틀에 도전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매 경기 화끈한 KO승을 노릴 것이다. 한국을 통해 프로에 입문했고, 한국은 아마추어 시절에도 나의 훈련을 지원해준 고마운 나라이다.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 내가 링에 올라가면 항상 태극기를 달고 뛸 것이다. 나를 응원해 달라."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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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와심 파키스탄 AK프로모션 김영욱대표 홍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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