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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mbc 무한도전에 나온 정준하씨는 최호선씨가 보낸 '304 위로 스카프'를 매고 방송에 출연했다
 지난 10일 mbc 무한도전에 나온 정준하씨는 최호선씨가 보낸 '304 위로 스카프'를 매고 방송에 출연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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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방송인, 변호사와 교수, 세월호 피케팅을 하는 자원봉사자 등 많은 분께 '304(세월호 희생자 수) 위로 스카프'를 보냈어요. 이분들이 사회에서 어떤 판단을 하고, 발언할 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세월호 가족들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의미에서 보낸 거였어요. 그런데 정준하씨가 MBC <무한도전>(10월 3일, 10일)에 스카프를 매고 나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호선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준하씨에게 스카프를 매고 TV에 나와 달라고 한 건 아니었다"며 웃었다. 민망함과 고마움이 느껴지는 미소였다.

최 교수는 3주 전쯤 유명인사와 세월호 참사 관련 활동가들에게 자신이 제작을 총괄한 <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 전단과 함께 스카프를 보냈다고 말했다. <무한도전> 각 멤버 앞으로도 지금까지 제작한 전단 1, 2, 3호와 3호 영어번역본 그리고 '304 위로 스카프'를 보냈다.

최 교수가 전단과 함께 스카프를 보낸 것은 "세월호 가족들의 이야기가 단순한 주장으로 비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주장이 담긴 전단뿐 아니라 노란 리본을 수놓은 스카프를 통해 더욱 더 진심이 잘 전달되길 바랐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번 일로 한 가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타인의 기억이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유가족분들이 <무한도전> 속 정준하씨를 보고 너무 고마워했다"며 "특히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본인들의 주장, 감정을 대신해주는 것이 당사자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전단 3호 비용 마련책이었던 '정준하 스카프'

(전단 왼쪽부터)<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 1, 2, 3호 영문번역본, 3호
▲ <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와 304위로스카프 (전단 왼쪽부터)<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 1, 2, 3호 영문번역본, 3호
ⓒ 최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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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위로 스카프'는 전단 인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태어났다. 최 교수는 지난 7월부터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위해 <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 전단을 매달 제작해왔다. "미수습자만을 위한 특별한 전단을 만들어 달라는 가족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작년 참사 직후 최 교수는 진도에서 희생자 시신 수습 봉사를 하며 세월호 가족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바닷속에서 진도 팽목항 하얀 천막 안으로 옮겨진 어린 희생자들을 보며,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뭘 하든 하겠다는 약속을 (희생자들과) 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인터넷으로 후원금을 모아 전단 2호를 10만 부 인쇄했고 전국은 물론 미국과 영국, 프랑스, 탄자니아 등 배송 요청이 온 해외에도 보냈지만, 3호의 경우 인쇄 후원금이 충분히 모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그는 노란 리본을 수놓은 스카프·손수건 주문 제작, 판매 아이디어를 냈다. 스카프 판매금으로 전단 인쇄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자, 최 교수는 세월호 활동가를 포함한 사회 인사들과 중고등학생들에겐 무료로, 구매를 원하는 시민들에겐 원가와 택배비를 포함한 금액을 받고 스카프를 보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상징하는 물건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선의로 만들어온 전단"

<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 1호 앞 표지와 2,3호 뒷 표지
▲ <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 1~3호 <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 1호 앞 표지와 2,3호 뒷 표지
ⓒ 곽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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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의 전단 제작 작업 과정은 '미수습자 가족들의 이야기 취합' 후 '어울릴 만한 글과 그림을 청탁', '재능기부로 참여 중인 디자이너와 회의를 통해 내부 디자인 확정'으로 이어진다. 각 호마다 집중적으로 다루는 미수습자가 다르고, 들어가는 내용도 다르다.

최씨는 "1호 표지그림은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어머니가 딸이 식사 중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신주욱 작가가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호는 미수습자 권재근씨의 입장에서 홀로 남은 딸 지연에게 보내는 시를 대구 김수상 시인의 재능기부를 받아 실었다. 3호에는 진도군민들을 위한 캠페인과 함께 세월호 유족들의 편지와 생존자·단원고 졸업생들의 메시지도 들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단은 광화문 세월호 광장과 진도 팽목항 분향소, 안산 분향소를 비롯해 마포와 해남, 고양 등 전국 각 지역 활동가들의 요청에 따라 배포됐다. 노란 리본과 책갈피를 함께 배포하기도 했다.

그동안 최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단 배포와 손수건 판매를 알려왔지만, 정작 전단에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전단 아래쪽에 이름 없는 메일 주소 하나만 적어놨을 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인터뷰 요청에는 응한 것과 별개로, 이 전단은 여러 사람의 선의와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기에, 나 개인이 대표로 드러나는 것은 부담스러워서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옆자리에서 드는 고민

세월호보다 개인이 도드라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얼굴사진 촬영을 사양한 최호선씨
 세월호보다 개인이 도드라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얼굴사진 촬영을 사양한 최호선씨
ⓒ 곽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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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구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최씨는 "심리학자로서 단원고 희생 학생 학부모들은 빨리 치유, 회복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보지만 "정작 그것을 위해 나는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지금껏 전단을 만든 것처럼, 주위의 선한 기운을 받아 작은 일이라도, 더 좋은 방향이 아니라, 단 1도라도 좋은 쪽으로 갈 수 있다면 계속 할 수 있는 만큼 행동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최 교수의 다음 행보는 <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 4호를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기 쉽게 잘 만드는 것이다. 그는 "4호의 인쇄비용을 416연대에서 지원해주기로 했다"며 " 지난번처럼 스카프·손수건으로 비용부터 모을 고민을 안 해도 되니 조금은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웃음지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무한도전 세월호, #정준하 스카프, #정준하 세월호, #세월호 손수건,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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