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앞두고 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그것도 홈 경기장에서 끔찍한 악몽을 겪었다. 13일(아래 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렸던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휴스턴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서 로열스가 경기 후반 대역전극을 만들어 내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날 로열스의 선발투수로는 1차전에 등판했던 요다노 벤추라가 3일 휴식 후 등판했다. 당시 1차전에서 경기 도중 비가 내려 상당한 시간 동안 경기가 중단되어 벤추라는 일찍 마운드를 내려왔고, 이로 인하여 짧게 휴식한 뒤 다시 등판할 수 있었다. 휴스턴은 팀의 4선발 랜스 맥컬리스가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경기는 로열스가 먼저 리드했다. 2회 초 로열스의 마이크 무스타커스의 볼넷과 살바로들 페레즈의 투런 홈런으로 2점을 먼저 만든 것이다(0-2). 그러나 휴스턴은 2회 말 카를로스 고메스의 솔로 홈런(1-2)과 카를로스 코레아의 솔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2-2).

이후 팽팽하게 이어지던 승부는 5회 말에 뒤집혔다. 5회 말 2사에서 휴스턴은 조지 스프링어가 볼넷을 얻어내며 역전 주자가 출루했다. 그리고 코레이아가 벤추라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밀어 치면서 우측 파울 라인 담장을 맞고 굴절되는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승부를 뒤집었다(3-2).

결국 벤추라는 5이닝 4피안타(2피홈런) 3볼넷 1사구 8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에 실패했다(94구). 반면 포스트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맥컬리스는 7회 초 1사까지 6.1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사구 7탈삼진 2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 뒤 홈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110구).

맥컬리스의 책임 주자까지 후속 투수 윌 해리스가 막아내면서 휴스턴은 그대로 승리를 지키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휴스턴은 7회말 공격에서 호세 알튜베의 볼넷, 코레아의 투런 홈런 그리고 콜비 라스무스의 백투백 홈런으로 3점을 더 달아났다(6-2).

그러나 휴스턴의 A. J. 힌치 감독은 8회 초 투수 운영에 있어서 한 가지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포스트 시즌은 세이브 상황이 아니더라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한 경기 한 경기 전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리스를 그대로 마운드에 올렸던 것이다. 해리스는 8회 초가 시작되자마자 3연속 단타를 허용하며 무사 만루를 만들어 놓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힌치 감독은 그제서야 토니 쉽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쉽은 로렌조 케인과 에릭 호스머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해리스의 책임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6-4). 5연속 단타가 터진 뒤 휴스턴은 수비 실책까지 연달아 터지면서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6-6).

쉽이 무스타커스를 삼진으로 잡아내자, 힌치 감독은 마무리투수 루크 그레거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그레거슨은 드류 부테라를 10구 접전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고, 알렉스 고든에게 또 적시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다(6-7).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앞두고 충격적인 역전을 허용한 휴스턴은 8회 말에 제대로 된 추격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9회 초에 호스머에게 투런 홈런을 또 맞으면서 사실상 경기를 따라 잡을 힘을 잃어 버렸다(6-9). 결국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서 로열스와 휴스턴의 디비전 시리즈는 5차전까지 이어지게 됐다.

10년 전 충격 스리런 역전패, "멘붕" 재현

사실 휴스턴은 10년 전인 2005년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 당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이었던 휴스턴은 와일드 카드 자격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역대 포스트 시즌 최장시간 경기(연장 18회)까지 벌인 끝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던 휴스턴은 당시 정규 시즌 100승을 거뒀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시리즈를 치르게 됐다.

휴스턴은 앤디 페티트, 로이 오스왈트, 로저 클레멘스 등을 앞세워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시리즈를 압도하고 있었다. 5차전에서도 포스트 시즌 역대 최다승에 빛나는 페티트의 호투로 9회 초까지 1점 차 리드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9회초 마운드에는 휴스턴의 마무리투수였던 브래드 릿지가 올라왔다.

릿지는 2명의 주자를 내보냈지만, 그래도 2아웃까지 잡고 2005년 내셔널리그 MVP 수상에 빛났던 알버트 푸홀스(현 LA 에인절스)를 상대하게 됐다. 스트라이크 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휴스턴은 창단 첫 월드 시리즈 진출을 이뤄낼 수 있었다. 휴스턴 홈 관중들과 동료 선수들은 당장에라도 샴페인을 터뜨릴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여기서 릿지의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떨어지면서 푸홀스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그리고 충격의 스리런 홈런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경기가 뒤집혔다. 푸홀스는 경기장 외야 담장 너머로 뻗어가는 타구를 한동안 노려보다가 베이스를 돌았다. 그리고 미닛 메이드 파크를 가득 메웠던 관중들과 선수단은 순식간에 '멘붕' 상태가 됐다.

결국 5차전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던 휴스턴은 그래도 6차전에서 오스왈트의 호투로 창단 첫 월드 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 날의 충격으로 릿지는 한동안 구위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방황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떠났다. 휴스턴은 월드 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만나 무기력하게 4연패로 시리즈를 허무하게 끝내고 말았다.

휴스턴의 입장에서는 10년 전 푸홀스에게 당했던 악몽이 로열스 타자들에 의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투수 교체 템포를 한 차례 잊어버렸던 것이 결국 충격적인 역전패로 이어진 만큼 불펜에 큰 후유증이 쌓이게 됐다. 이틀 뒤 등판하는 휴스턴의 5차전 선발투수 콜린 맥휴의 어깨가 무거워진 상황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ALDS 모두 5차전까지

미국 시각으로 9월 22일에 타계했던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 마디가 그대로 적용된 날이었다. 미닛 메이드 파크 경기에 이어서 같은 텍사스 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렸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4차전 역시 1승 2패로 몰려있던 토론토가 8-4로 대승을 거두며 반격에 성공했다.

토론토는 경기 초반부터 맹렬히 터진 타선의 힘으로 순식간에 점수 차를 크게 벌렸다. 그러는 동안 선발로 등판했던 베테랑 너클볼 투수 R. A. 디키는 텍사스 타선을 상대로 1점만 허용하며 호투를 이어갔다. 2패로 몰려있던 토론토의 존 기븐스 감독은 5회말 2사에서 점수 차가 크게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까지 2타수 2안타로 타격감이 올라있던 추신수를 상대하기 위해 승리투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선발투수 디키를 내렸다.

추신수를 상대하기 위해 올라온 투수는 1차전에서 7이닝을 던졌던 데이비드 프라이스였다. 3일 휴식 후 등판한 프라이스는 추신수를 초구에 외야 뜬공으로 잡아내고 5회를 마쳤다. 디키는 4.2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나름의 역할을 다했고(78구), 두 번째 등판한 프라이스는 3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3실점으로 막아내고 구원승을 따냈다(50구). 프라이스는 포스트 시즌에서 구원 등판으로만 승리를 챙겼을 뿐 선발 등판에서는 승리 없이 6연패로 역대 2위에 올라 있다(역대 1위 7연패 랜디 존슨, 역대 3위 5연패 클레이튼 커쇼).

텍사스 타선은 추신수가 4타수 3안타 2득점, 허리 부상을 안고 있는 애드리안 벨트레가 4타수 2안타로 분전했지만, 이들의 활약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디키+프라이스의 1+1 선발 작전으로 총력전에 나섰던 토론토의 마운드를 극복하지 못하고 홈에서 벌어진 2경기를 모두 패하고 말았다. 선발투수 데릭 홀랜드가 2이닝 5피안타(3피홈런) 1볼넷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37구) 초반부터 승부가 갈리며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텍사스는 2010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홈 2경기를 모두 패하고도 원정 3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시리즈를 승리했고, 여세를 몰아 창단 첫 월드 시리즈 진출까지 이뤄냈던 기록이 있다. 베라가 남기고 떠난 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들 4개 팀의 운명은 디비전 시리즈 최종전인 5차전에서 결정되며, 5차전은 하루 이동일을 보낸 뒤 15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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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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